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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강제 퇴원에 병실 '텅텅'…갈 곳 잃은 환자들 한숨

조선대병원 입원실 환자 30% ↓
전남대병원 응급실 방문 줄기도
“의사 이익에 환자 외면해선 안돼”

2024년 02월 21일(수) 19:19
전공의 집단이탈이 시작된지 이틀째인 21일 광주 전남대병원에서 한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전원되고 있다./김태규 기자
“병이 일찍 걸려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요. 재발하면 어디서 치료받아야 하나 겁나네요.”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에 나선 이틀차인 21일 오전 동구 조선대병원.

병원 곳곳에는 ‘전공의 업무 공백으로 외래진료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병원 내부는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부터 퇴원 수속을 밟는 환자들로 북적였다.

조선대병원은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함에 따라 전날부터 환자들의 의료사고 예방 차원에서 차도를 보이거나 경증 환자의 경우 퇴원·전원 조치시키고 있다.

평소 병원엔 650명의 환자가 입원하지만 이날 입·퇴원이 반복되면서 입원환자는 450여명으로 30% 줄었다.

한 입원실에선 환자와 보호자가 의사의 소견을 듣고 짐을 분주히 챙기는 모습이 목격됐다. 환자는 옷가지와 짐 등을 가방에 넣고 있었고, 보호자는 입원비 납부 등 퇴원 수속을 밟았다.

일부 입원실들은 문 앞에 표시된 환자 이름표가 모두 빠져있었고, 내부에는 짐이 가득한 가방만 덩그러니 놓여있기도 했다.

7살 아들의 퇴원을 위해 병원을 찾아온 김모씨(38)는 “아들이 얼마 전 팔이 부러져서 수술을 받고 3일 후에 퇴원 예정이었는데, 병원 사정상 오늘 퇴원하기 위해 회사에 반차를 쓰고 왔다”며 “의사 소견으로는 상태가 나아지고 있다지만, 의사들의 이익을 위해 환자들의 치료를 마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환자실에서 대기하다 이날 입원실로 옮긴 박모씨(73)는 “진료부터 입원까진 문제 없었지만, 앞으로의 수술이 걱정이다”며 “수술 일정에 문제가 생기면 입원 기간이 길어지는데 이에 따른 비용도 환자에게 부담일 것 같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간 동구 전남대병원은 사설구급차가 상태가 호전된 환자들을 요양병원과 2차 병원으로 옮기고 있었다.

응급실은 평소보다 환자가 30% 정도 줄어든 상황이었다.

전공의 사직으로 인해 진료를 받기 어렵다고 생각한 환자들이 지역 내 다른 병원을 방문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 병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남대병원의 경우 중환자실·응급실·외래 진료는 정상 운영 중이지만, 수술은 평소 대비 40% 줄여 중증 환자 위주로만 하고 있다.

퇴원자가 발생한 병실도 소극적으로 채우면서 병상 가동률을 줄여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상태 호전으로 퇴원 시기를 기다리던 환자들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전공의들의 무책임한 행동에 눈살을 찌푸렸다.

어머니의 퇴원 수속을 기다리던 임모씨(51)는 “얼마 전 어머니께서 뇌출혈로 쓰러지셔서 수술을 받고, 오늘 상태가 호전돼 퇴원하기로 했다”며 “수술 시기가 조금만 더 늦었거나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으면 큰일날 뻔 했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병실에 있는 다른 환자는 제대로 수술을 받지 못할까 걱정하고 있더라”며 “전공의 사직이 환자의 생명을 외면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하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3차 의료기관인 전남대병원 근무 전공의 319명 중 268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중 165명이 보건복지부의 업무개시 명령을 받았다.

조선대병원에서도 전공의 총 142명 중 연차·사직서를 낸 114명 중 107명이 진료 거부에 동참했다.

복지부는 일선을 떠난 전공의들이 업무 복귀 명령에 끝내 따르지 않을 경우 의사 면허 취소 등 추가 행정 처분도 검토하고 있다. 경찰 역시 진료 거부 전공의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되면 엄정 수사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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