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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문화재 19인 녹진한 삶의 여정을 보다

역사민속박물관 ‘生:무형과 유형 사이’

2023년 12월 04일(월) 18:59
광주역사민속박물관 김신혜 학예연구사가 이복수 악기장의 삶과 작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무형과 유형 문화재. 우리는 어릴 적부터 책을 통해 많이 접했지만, 이를 함축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전시는 많지 않았다. 그들의 녹진한 삶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 마련돼 눈길을 끌고 있다. 광주역사민속박물관 기획전시 ‘生 (생): 무형과 유형 사이’전시회가 그것이다.

전시는 ▲제1부 ‘무형문화재를 이해하기 위해’ ▲제2부 ‘기술을 잇고’ ▲제3부 ‘예술의 연원을 찾아’▲제4부 ‘전통에 다가서다’ 등 총 4가지 섹션으로 구성됐다. 이를 통해 광주시 무형문화재 기·예능 보유자 19인의 곧고 굳은 삶의 여정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냈다.

제1부 ‘무형문화재를 이해하기 위해’는 1962년 문화재보호법 제정과 시행, 이후 숱한 개정의 과정을 들여다본다. 무형문화재 종목 지정과 보유자 인정 단계에서부터 효율적인 제도 운영을 위한 각계의 관심과 지원의 이야기를 연표와 글을 통해 들려준다.

제2부 ‘기술을 잇고’부터 본격적인 전시가 시작된다. 해당 섹션에서는 광주시 기능분야 무형문화재를 소개하고 있다. 먼저 4대를 이어온 안명환 필장의 붓과 작업 도구가 발길을 이끈다. 안 필장의 가문은 안재환-안규상-안종선-안명환으로 이어지며 100년간 붓을 만들어왔다. 1950년 광주 백운동에서 태어난 안명환은 3대 째 붓을 제작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연스럽게 그 과정을 습득했다. 스물 한 살에는 상경해 대신당 필방에서 붓을 만들었는데, 이미 그 시절에도 그가 제작한 붓은 인증된 상품이라고 인정받았다.

악기장 이춘봉의 백년금도 만나볼 수 있다. 1947년 전주의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난 이춘봉은 가야금을 제작하면서는 상판으로 사용하는 오동나무를 파낼 때 손실되는 부분이 많은 것이 큰 고민거리였다. 이후 그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소리가 변하지 않는 가야금 연구에 힘을 쏟는다. 백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백년금’이 바로 그 결과물이다.

악기장 이복수의 가야금도 인상 깊다. 이복수 악기장은 악기의 재료가 되는 나무를 구하기 위해 현장에 갈 때면 가만히 나무를 안아본다고 한다. 단순히 나무를 악기 제작을 위한 재료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소리로 다시 태어날 생명성에 대한 숭고한 의식을 다하는 것이다.

대목장 박영곤은 자신이 작업한 법주사 팔상전을 10분의 1로 축소해 전시했다. 이러한 뜻은 건축학도들에게 우리나라 건축법 공부에 도움을 주고싶은 마음에서다. 이외 스님의 얼굴 표정을 다양하게 담은 탱화장(송광무)과 화류소목장(조기종), 필장(문상호), 남도의례음식장(최영자, 이애섭, 민경숙) 보유자들의 대표작품과 생애를 살펴볼 수 있다.

제3부 ‘예술의 연원을 찾아’는 광주 풍류의 맥을 잇고 있는 예능분야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을 찾아 나선다. 광주는 광주판소리라고 명명할 수 있는 서편제 판소리 전승의 구심점이자 근현대 판소리사를 견인한 명창들이 두루 배출된 지역이다. 우리 지역의 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들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판소리의 세계적 위상을 견인함은 물론이고, 여전히 뜨거운 예술 혼으로 소리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판소리(박화순, 이임례, 방성춘, 이순자, 김선이, 최연자), 가야금병창(문명자, 이영애, 황승옥) 보유자들의 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제4부 ‘전통에 다가서다’에서는 전시회를 위해 무형문화재 보유자들과 심층면담을 진행한 결과를 토대로 무형문화재가 지금의 우리에게 전해주는 메시지는 무엇인가를 궁구했다.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책임’과 ‘인간다움’을 특별한 키워드로 들을 수 있다. 전시회는 오는 28일까지 박물관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글·사진=이나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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