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즐겨찾기 추가
닫기
불법 카르텔 원천 차단…"안전 공동체 힘 모아야"

학동 참사 2년, 이젠 바꿔야 한다 - <하>재발방지 대책
정부 불법행위 근절책 실효성 의문
노조-업계간 감시, 갈등만 부추겨
시, 재개발 관련 부서 일원화 필요
대책위 “민·관·정 참여기구 발족을”

2023년 06월 08일(목) 18:48
2021년 6월9일 오후 광주시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 1동이 무너져 도로를 달리던 시내버스와 승용차 2대를 덮쳐 119구급대원들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전남매일 DB
정부가 건설현장에 만연한 불법적인 관행을 뿌리뽑기 위해 근절대책을 마련했지만, 안전은 내팽겨진 채 처벌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조와 건설업계가 상호간 감시하는 체계로 자리잡을 경우 업계 내 갈등을 부추겨 오히려 안전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8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달 11일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후속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에는 학동 붕괴참사의 직접 원인으로 지목된 불법 하도급, 부당금품수수 등을 단속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건설현장의 고질적 병폐로 꼽힌 임금체불 방지와 외국인 근로자 규제 합리화 등도 포함됐다.

특히 건설현장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을 도입해 노측의 노조원 채용 강요·월례비 수수와 함께 사측의 불법 하도급을 집중적으로 잡아내고 처벌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의 불법행위 근절대책이 지나친 편가르기와 노조만을 강압하는 제도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단 교수는 “노측의 불법적 관행을 근절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부실시공 등 품질이나 안전 측면에서 건설업체들이 자행했던 불법행위에 대한 규제는 빠져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추구하는 자율안전은 인재로 인한 안전사고 재발 방지와 동떨어져 있다”며 “노측과 사측이 상생하기 위해 해결책을 찾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한쪽으로 치우쳐지거나 상호간 감시체계로 전락해 갈등이 커진다면 오히려 안전과는 멀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광주·전남본부 관계자는 “특별사법경찰제 등 근절대책이 제대로 도입된다면 실효성이 있겠지만 불법행위를 단속한 이후 어떻게 처벌하고 어떤 대안을 마련할지 의문이다”며 “대부분 현장에서는 임금이 낮고 전문성이 결여된 불법 고용 외국인이 90%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당장의 대안 없이 단속과 처벌만 강화한다고 해서 수십년간 이어온 관행들이 사라질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고용이 이뤄지는 전문공사의 95%는 공사 기간이 1년 미만이기 때문에 불법 고용 신고의 접수, 조사, 고용 제한 조치가 취해질 때쯤이면 이미 공사가 마무리돼 건설사의 불법행위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광주시의 경우 재개발사업과 안전 관리·감독을 담당하는 부서가 이원화돼 있어 이를 총괄하는 관련 기구를 설치해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기우식 참여자치21 사무처장은 “학동참사는 재개발사업에서 관행처럼 이어져 온 불법적 카르텔이 가장 큰 원인이다”며 “사업이 추진되는 10여년 간 재개발조합과 시공사, 정비업체가 끈끈하게 결탁을 맺으면서 서로의 이윤을 위해 재하도급 등 불법 행위를 용인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같은 관행을 막기 위해 광주시에 재개발사업 관리체계를 강화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전반적으로 총괄하는 안전기구가 없어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며 “재개발사업 추진 단계에서 매우 세부적인 사업시행계획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불법행위가 발생할 경우 사업권 박탈 등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역 42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현대산업개발 퇴출 및 학동 참사 시민대책위는 그날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안전한 광주공동체 건설을 위해 지역사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 /김혜린 기자

실시간뉴스

많이 본뉴스

자치

전매인터뷰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