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총선이 10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박지원·천정배·정동영·이종걸·박병석 등 야권 ‘올드보이’들의 무더기 출사표가 예고되면서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다.

이들은 중량감과 인지도를 내세우며 국회 복귀를 노리고 있으나 위기에 빠진 야권의 병풍역할을 하며 후진양성에 힘써야 할 때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아 여론이 어느 쪽으로 형성될 지 주목된다.

우선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이미 총선 출마를 확정 짓고, 지역구를 저울질 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5일 언론 인터뷰에서 “그동안 내가 현실 정치로 나간다, 어디 출마한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는데 어제부로 확실하게 됐다. 윤석열 정부가 나를 그렇게 내보내준다”며 총선 출마 의지를 밝혔다. 최근 진행된 경찰의 압수수색을 오히려 출마명분으로 내세운 것이다.

박 전 원장은 지난 18·19·20대 국회 때 활동했던 목포 재도전이 유력하나 고향인 진도 출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목포에 나설 경우 김원이 의원과의 ‘리턴매치’가 예정돼 있고, 해남·완도·진도로 결정한다면 윤재갑 의원과 경선을 벌이게 된다.

이처럼 박 전 원장의 출마가 기정사실화 되자 ‘앙숙’ 관계로 알려진 손혜원 전 의원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목포를 더 이상 박 전 원장의 손아귀에 둘 수 없다”며 맞불 출마를 시사했다.

손 전 의원은 박 전 원장이 ‘윤석열 정부 경찰의 압수수색’을 이유로 출마 의사를 밝히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압수수색과 정치가 무슨 관계인가? 정치인 생활 16년 동안 검찰로부터 잘 대우받고 안전하게 사셨냐”며 “별 추접스런 핑계를 다 보겠다. 꼭 목포에 출마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전 원장은 목포 KBS와의 인터뷰에서 “개는 짖어도 기차는 간다”고 받아쳤다. 손 전 의원을 ‘개’에, 자신을 ‘기차’에 비유한 것이다. 이에 손 전 의원은 다시 SNS에서 “목포시민이 원하는 정치인은 인면수심 인간보다 충실한 개가 아닐까”라고 응수하는 등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전북 전주병 출마설이 나오고 있다. 그는 전주병에서 15·16·18(재보궐)·20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통일부 장관을 거쳐 대선 후보에까지 올랐다.

천정배 전 의원은 양향자 의원(무소속)의 지역구인 광주서을 출마가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미 이 지역에 사무실을 내고 선거운동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 전 의원은 지난 2015년 재보궐선거와 20대 총선에서 광주 서을에서 당선된 바 있다. 그러나 민생당 소속으로 재도전한 21대 때는 양 의원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이종걸 전 의원도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경기 안양 만안구에서 내리 5선에 성공했던 그는 지난 21대 총선 때 강득구 의원과의 경선에서 패배했다. 이 전 의원은 다음 총선에서 ‘6선’을 달성할 경우 국회의장 도전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21대 전반기 국회의장을 역임한 박병석 의원의 대전 서갑 도전설도 나온다. 의장을 지낸 의원은 차기 총선 불출마가 그간의 관행이었으나 ‘인물부재론’을 내세우며 출마를 준비중이라는 전언이다.

한편 이용섭 전 광주시장은 중대선거구 등 선거제 개편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으며 현행 제도 하에선 출마를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올드보이’들의 귀환에 대해선 부정적 여론도 만만찮다.

특히 호남에선 ‘지역 정치력 복원’을 명분으로 텃밭에서 정치 생명을 연장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초선 의원들의 미흡한 의정활동이 중진들이 공간을 열어 준 측면도 있으나 ‘세대 교체론에 역행하는 퇴행으로는 지역의 미래를 열어갈 수 없다’는 반론에 ‘올드보이’들이 어떻게 대응할 지 주목된다.

최근 친명(친이재명)계와 강성 지지층들이 ‘대의원제 폐지’를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것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현재 민주당 당규에 따르면 대의원 1명이 권리당원 60명 수준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만약 대의원제에 일정한 변화가 올 경우 기존 대의원 지지세와의 함수관계가 ‘올드보이’들의 출마여부와 선거전략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칠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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