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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9주기 우리 아이들 잊지 말아주세요"

4·16가족극단 장기자랑 제작이야기
연극 매개 아픔 다독이는 일상 담아
5·18 희생자 가족에게 선물 전달

2023년 03월 29일(수) 22:58
지난 28일 광주독립영화관에서 열린 장기자랑 시사회 관객과의 대화에서 수인엄마 김명임씨가 발언하고 있다./이나라 기자
“이것은 우리 아이들을 기억하는 또 다른 방법입니다. 아이들을 잊지 말아주세요…. ”

세월호 9주기를 앞두고 영화 ‘장기자랑’ 시사회가 지난 28일 광주독립영화관에서 열렸다. 시사회에는 5·18 희생자 가족을 포함해 100여 명의 관객이 좌석을 가득 채웠다.

영화 ‘장기자랑’은 세월호 희생자와 생존자 학생들의 엄마들로 구성된 4·16가족 극단 노란 리본의 세 번째 작품 연극 ‘장기자랑’을 제작하는 과정을 담았다. 연극 ‘장기자랑’은 제주도 수학여행에서 선보일 장기자랑을 준비하는 고 2학년의 이야기를 담은 청소년극이다. 아이돌이 꿈인 반장 ‘조가연’을 필두로 10대들의 고민과 우정을 발랄하게 그려냈다.

영화의 첫 장면은 극단 ‘노란 리본’의 장기자랑 공연 리허설 장면으로 시작된다. 세월호 이후 1년이 흐른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참사로 아이를 잃고 슬픔에 빠진 엄마들은 마지막 바리스타 수업이 끝나고 지나가듯 얘기했던 ‘연극도 재밌겠다’라는 말 한마디가 시초가 됐다.

기존 세월호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는 진상규명과 사건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영화 ‘노란 리본’은 2014년 4월에 머무르지 않는다. 연극이라는 매개로 아픔을 다독이는 엄마들의 일상이다.

영화 속에는 일곱 명의 엄마가 등장한다. 뮤지컬 배우를 꿈꾸던 딸처럼 끼가 넘치는 예진 엄마 박유신, 연극에 대한 열정 하나만큼은 누구보다 뜨거운 영만 엄마 이미경, 극단을 묵묵히 지키는 수인 엄마 김명임, 필요할 땐 주저하지 않고 쓴소리를 내는 동수 엄마 김도현, 외유내강 애진 엄마 김순덕, 진상규명이 밝혀질 때까지 노란 머리를 유지하는 순범 엄마 최지영, 주인공이 아니어서 오히려 좋다는 윤민 엄마 박혜영 그리고 엄마들의 갈등 해결사 김태현 감독까지.

무대 위에 오른 엄마들은 아이와 같은 단원고 교복을 입고, 자녀의 장래희망을 대신 이야기한다. 아이가 좋아하던 만화 원피스의 주인공 ‘루피’가 되기고도 하고, 랩을 좋아하던 아이를 대신해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그런 엄마들의 모습에선 생전의 아이들의 모습이 겹쳐 뭉클하다.

때론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주인공 자리를 두고 갈등을 겪기도 하지만, 아이의 생일 케이크에 불을 키고 축하하며 아이들을 함께 그리워한다.

영화가 중반부로 흐르자 함께 관객들은 단원 간 갈등 속 드러난 귀여운 질투심을 보면서 웃음을 터트리다가도 아이를 그리워하는 엄마들의 모습에선 숨죽어 울기도 했다. 92분의 상영시간이 숨 가쁘게 지나가고 영화 크레딧이 오르자 곳곳에서 박수갈채가 터졌다.

추말숙 세월호광주시민상주모임의 활동가의 사회로 이어진 관객들의 대화에는 영화를 제작한 이소현 감독과 최지영(순범엄마), 김명임(수인엄마), 김도현(동수 엄마)가 참석했다. 영화 상영이후에는 이명자 ㈔광주인권지원센터 이사장(오월어머니집 전 관장)과 5·18 희생자 가족들에게 김도현씨가 직접 만든 목공액자를 선물했다.

영화를 만들게 된 배경에 대해 이 감독은 “자원봉사로 연극 ‘장기자랑’ 홍보 영상을 촬영 당일 연극 ‘장기자랑’ 오디션 결과 발표에 만족하지 못하는 엄마들이 크게 다투는 바람에 아무것도 찍지 못했다”며 “이후 진행한 인터뷰에서 자신들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토로하는 엄마들의 모습을 보며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음을 느꼈고, 그간 매체에서 다루지 않았던 유가족들의 솔직하고 일상적인 모습을 담게 됐다”라고 말했다.

김명임씨는 “우리 수인이는 10년 만에 낳은 아이다”며 “9년째 세월호 사고에 대한 진상규명을 외치고 있다. 내년이면 10년이다. 아이를 낳기 위해 기다린 시간만큼 기다리면 진상규명이 될지 기대도 했다. 하지만 그건 좀 어려울 것 같다. 아이를 키웠던 17년의 세월을 보태면 더 얻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수인이가 오래 걸려 저한테 온 것 만큼 그동안 저희 아이들 잊지 말아주시고 저희들이 진생규명을 위해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 거 기억해주시고 함께해 달라”고 말했다.

영화 장기자랑은 4월 5일 개봉한다.



/글·사진=이나라 기자

영화 장기자랑에 출연한 동수엄마 김도현씨가 영화 시사회를 찾은 이명자 ㈔광주인권지원센터 이사장과 5·18 희생자 가족들에게 직접 만든 목공액자를 선물했다./이나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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