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제2순환도로 지산나들목(IC) 위험도 평가용역 최종결과가 나왔다. 짐작대로 ‘개통 불가’ 의견이다.

맥락적으로 ‘폐쇄’나 마찬가지다. 예견된 결과에 각계의 반응도 뜨뜻미지근하다.

“이미 알고 있었다”는 예지적 응답 일색이다. 이미 강기정 시장이 지산IC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비쳐왔기 때문일 터.

짐작컨대, 민선 8기 인수위원회에서 지산IC 용역의 필요성을 제기할 때부터 답은 정해졌는지도 모른다.

지산IC 논란의 핵심은 ‘안전성 확보’다. 도로가 좌진출로 형태인데다, 터널에서부터 진출입로 구간이 짧아 교통사고 유발이 농후하다는 게 문제의 시작이다. 교통안전사고가 가설이 아닌 ‘예견된 사고’라는 진설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강 시장이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폐쇄에 대한 확신도 이 같은 ‘안전’에서 발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용역결과에서는 지산IC 공간 자체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됐다. 지산IC 좌·우측 진출로가 터널이 없는 일반 진출로보다 교통사고 발생 건수가 많다는 분석이다. 적게는 9.9배에서 많게는 14.3배까지다.

게다가, 대안적 접근을 시도했음에도 결과가 부정적이다. 차량 진출 실패율이 일반 진출로에 비해 8배 높게 나타났다. 좌측 진출로에 대해 노면색깔유도선, 시선유도봉, 과속방지턱 등 안전시설물을 추가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부정적 결과의 주요요인은 터널과 진출로 간 짧은 이격거리다. 애초부터 좌·우 진출입이 문제가 아니라 공간 시설물인 터널과 도로 간 거리가 문제의 발단이었던 셈이다.

이제는 개통 불가 결과에 따른 집행부의 결정만이 남았다. 지산IC가 제 기능을 단 한 번도 발휘하지 못하고 폐쇄되거나, 긴급차량 등을 위한 일부 도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지 말이다.

지산IC 설치 목적을 복기해보면, 그 시작은 1997년이다. 제2순환도로 1구간 착공 시 지산유원지 활성화와 무등산 관광객 교통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지산IC 설치가 처음으로 거론됐다. 이후 2008년 지산유원지 발전추진위원회가 지산유원지 발전 방안을 건의하면서 수면위로 떠올랐다. 주민협의 과정 등을 거쳐 2015년 지금의 위치가 대안으로 제시됐다.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사업비 77억 원을 투입해 지산IC 공사가 완료됐다.

36년 전, 지산IC는 ‘지산유원지 활성화’와 ‘무등산 관광객 교통편의’를 위한 시민들의 바람으로 태동했다. 한때 지역 관광명소로 손꼽히던 지산유원지에 다시 활기를 불어 넣기 위해 지산IC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그런데 지금, 36년을 기다린 지역민의 염원이 간데없다. 이대로 지산IC 본연의 기능과 역할을 포기해야 하는지 막막한 상황에 처해있다.

대안을 찾기 위한 더한 노력을 요청해본다. 이번 용역에 도입했던 보완1·2 의 안전시설물(시선유도봉, 안전지대, 과속방지턱, 노면색깔유도선, 과속단속카메라 등) 확충에서부터 시간대별 점진적 개통 등 다각도의 혜안 마련에 중지를 모아야 한다.

물론, 안전사고 예방을 담보할 수 없기에 깊은 숙고를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36년 지역민의 바람과 77억원 혈세 낭비, 안일한 행정의 후진적 사례 등을 고려한다면, ‘개통 불가’만이 능사가 아닐 것이다. ‘내일이 빛나는 광주’ 만들기를 위한 오늘의 고군분투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