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 발견한 사물과 풍경을 담은 사진들을 통해 늘 달콤하지만은 않은 우리의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김창호 사진전 ‘The Mirror(더 미러)’다.

다음달 14일까지 광주 동구 갤러리 생각상자에서 열리는 김창호 작가(68)의 두 번째 개인전은 지난해 4월 프랑스 루앙과 파리 일대의 일상, 도심의 창밖 너머 바라본 시선, 낡은 사물 등을 찍은 흑백 사진과 지난 2019년 몽골 여행 중 렌즈에 담은 풍경 26점을 살펴볼 수 있다.

이번 전시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은 ‘mirror’다. 사진 속 가장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백미러는 낡고 오래된 자동차임을 짐작게 한다. 흑백 사진임에도 곳곳이 벗겨지고 까인 칠은 한눈에 보여도 낡아 보인다.

김 작가는 “프랑스 루앙의 한 공터에 세워진 자동차의 모습은 처참했다. 낡고 누군가의 발길질에 의해 자동차는 찌그러져 있었다. 그러한 자동차를 보니 내 모습을 보는 듯했다. 나 또한 인생을 살아오면서 힘들기도 했고 아픔을 겪기도 했기 때문이다. 살아왔던 삶을 뒤돌아보는 의미에서 낡은 것에 집중하며 프랑스 곳곳을 걸어다니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의 설명처럼 사진은 낡고 오래된 것에 집중했다. 벽에 붙어 찢겨진 어느 정치인의 포스터와 깨진 유리창의 파편, 먼지가 쌓인 유리 너머 흐릿하게 보이는 건물과 흙비가 묻어난 창문 너머 풍경, 창문에 물방울이 맺힌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도심 풍경 등을 통해 삶의 고독과 지나온 날들을 성찰하고 있는 듯했다. 새벽과 막 동이 트는 순간을 포착한 ‘창’은 인생은 어김없이 반복됨을 알리는 듯했다.

김 작가의 또 하나의 직업은 액자 장인이다. 작가들의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액자를 직접 수공하고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작가들의 삶과 가치관과 같은 개성이 담긴 작품을 25년간 봐 왔던 김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렌즈 너머로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난 2015년을 시작으로 광주뿐만 아닌 경상도와 프랑스, 몽골, 말레이시아, 미국과 같은 해외에서도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며 독자적인 개성을 표출하고 있다.

김 작가는 “액자 작업을 하며 작가들의 작품을 다양하게 보게 된다. 그 속에서 자신만의 예술성을 띠기도 하며 개성을 그려내는 것을 보고 하나의 갈증을 느꼈다. 30여 년간 취미로 했던 사진을 통해 나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품도 변화를 맞는다. 풍경과 인물을 위주로 했던 사진에는 삶의 애환과 같은 이야기를 담기 시작한 것이다.

김 작가는 “삶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아픔을 겪기도 한다. 이번 사진전을 통해 자신의 삶을 한번 둘러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회고했던 삶 속에서 발전의 계기를 찾기도 하며 위안의 시간이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나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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