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소년범죄, 개인의 문제인가?
강성두 법무법인 이우스 대표변호사


법은 간혹 사회현상을 선도하기도 하지만 본질이 소극적이어서 현상의 변화를 따라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아이들의 범죄가 갈수록 대담하고 흉포해짐에 따라 형사처벌 연령을 낮추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습니다. 현행 소년법은 19세 미만의 자를 소년으로 정하고 연령에 따라 범법소변, 촉법소년, 범죄소년으로 분류하고 14세 이상인 소년만을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데, 그 연령을 더 낮추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촉법소년이냐 범죄소년이냐에 따라 적용되는 법의 차이는 매우 큽니다. 촉법소년은 형사처벌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 형사재판이 아니라 가정법원에서 소년보호재판을 받고 그 처분의 내용도 가장 중한 경우가 소년원 송치이고 대부분은 가정이나 시설에 위탁하는 처분을 받습니다. 범죄소년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반드시 형사재판을 받는 것은 아니고 보호처분을 받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성인에 준하는 형사재판을 받을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느끼는 무게가 다르다고 할 것입니다.

미성년 아이들 처벌 신중을

필자는 변호사로서 아이들이 연루된 범죄에 대하여 변호를 하기도 하고 때론 범죄의 피해자를 도와주기도 합니다. 성인들이 저지르는 범죄 못지않게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에야 그에 상응한 처벌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최근에 아이들과 관련되어 자주 오는 상담은 중대 범죄보다는 주로 학교폭력에 관계되는 것입니다. 제가 학교를 다녔던 시절에는 아이들끼리는 싸우면서 크는 것이라면서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지만 지금은 그렇게 가벼이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몇몇 운동선수는 학창시절의 행동이 문제가 되어 국가대표의 자격이 박탈되기도 하고 뛰어난 성적에도 불구하고 각종 시상식에서 배제되기도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다소 과하지 않는가라는 생각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고 특히 피해 학생이 감수해야 하는 피해를 고려하면 결코 그냥 넘길 문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성인의 범죄에 있어서도 처벌이 범죄의 재발을 막는 데에 있어 효과가 있는지 여부가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마당에 아직 자아가 완전히 갖추어지지 않는 아이들을 상대로 엄한 처벌만이 능사인가는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 잘못을 저지르거나 저지를 수 있습니다. 또 그로 인하여 타인에게 피해를 입혔다면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행동에 온전히 책임을 져야 하는 성인들조차 여러 사정을 감안하고 고려하여 처벌을 내린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성년 아이들에 대한 처벌은 더욱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천한 제 경험에 한정되는 것이지만 아이들의 문제는 아이들을 어떻게 처벌해야 하는지가 아니라 빈번한 학교폭력이 우리 사회가 성숙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현상은 아닌지, 보호자들은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양육을 하고 있는지, 잘못을 저지른 아이들이 자신들의 행동을 통해 잘못을 깨닫고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사회적인 시스템이 잘 운영되고 있는지도 함께 고민되어야 할 것입니다.

보호자 양육·사회시스템 고민

가끔 저지른 잘못에 비하여 처벌이 너무 약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판사도 자기 가족이 저런 피해를 당했다면 저렇게 약한 처벌을 하겠냐?”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하고, 저와 같은 변호사에게는 “저런 사람을 돈 때문에 변호하느냐?”고 질정하기도 합니다.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분루입니다. 하지만 법이란 제도는 판사나 검사가 자신의 가치관이나 개인적인 감정에 치우쳐 일관되지 못한 처벌을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하여 존재하는 것입니다. 저와 같은 변호사는 누구나 잘못을 저지를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구요. 사람의 감정이야 어찌 다르겠습니까. 저도 아직 성년이 되지 않은 두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의 입장에서 피해자들의 아픔이 곧 내 아픔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문제는 더 관대한 마음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정의의 여신 디케는 공평무사하게 판단을 내리라는 의미에서 두 눈을 안대로 가리고 한 손에는 저울을, 다른 한 손에는 칼을 쥐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바라보는 우리는 두 눈을 크게 뜨고 한 손으로는 가해학생을 타이르고 다른 한 손으로는 피해학생을 어루만져줄 수 있길 희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