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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사회불안 속 균형 찾기

광주 호랑가시나무·성남 공공창작소 교류전
22일까지 호랑가시나무 베이스폴리곤
남소연·이원호·장재희 공동 프로젝트

2022년 09월 20일(화) 17:58
남소연 ‘자기 최면 악기’
광주 호랑가시나무와 성남 공공창작소 교류전이 호랑가시나무베이스폴리곤에서 열리고 있다. 성남시 신흥 공공예술창작소에서 프로젝트팀 ‘타.원’의 구성원인 남소연·이원호·장재희 작가가 참여한 ‘Incubation Period(인큐베이션 피리어드)’의 전시가 그것이다. 이들은 프로젝트팀을 결성해 도시의 역사와 주민들의 삶을 작업과 연결하며 활동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번 전시는 팀이 아닌 개인작품을 선보인다. 이원호 작가의 독일 유학 시기의 초기작과 가상공간과 세계관이 중첩된 남소연 작가의 회화, 어머니와의 관계를 다룬 장재희 작가의 작업을 재구성했다. 각기 다른 작가들과 인생의 경로를 함께 한 작업에는 불안정한 사회에서 느낀 심리와 자신의 내면을 안정화하고 감정을 규명하려는 시도가 반영돼 있다.

남소연 작가는 3D 프로그램으로 만든 최근작을 선보인다. 지난 몇 년간 작가는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자신의 이름을 붙인 ‘남소연구소’라는 가상의 공간을 설계했다. 남소연구소는 프로그램상에서 제약 없이 변화하고, 전시장과 같은 물리적 공간에서 활성화된다.

마찬가지로 그의 회화에도 가상공간에 관한 관심이 반영돼 있다. 남소연 작가가 3D 프로그램을 다루기 시작한 이후 환영이 그려진 캔버스의 평면은 모니터 화면과 연동되는 가상의 공간으로 인식됐다. 가상공간에 존재할 법한 그림 속 사물에는 ‘모유를 보관한 병과 손가락 빨대’, ‘중심 잡기 의자’ 등의 독특한 이름이 달렸다. 대부분 유기적인 형태인 사물들은 내면의 정서를 관객과 공유하기 위해 작가가 고안해낸 실험 기구다.

이원호 작가는 사회가 그어 놓은 경계를 고민하고, 일상에서 마주한 타인에게 관심을 기울여 왔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그는 유학 시절의 작품 2점을 처음으로 국내에서 선보인다. ‘물고기 스프’는 생선 요리를 맛보기 힘든 독일에서 물고기를 떠올리며 스프를 끓이는 과정에 동료들의 대화를 곁들여 담아낸 영상이다. 유학생 신분으로 장기간 체류하던 그는 독일사회의 미묘한 분위기를 감지해 냈다. ‘지난 밤 빵봉투’는 새해 첫날 길거리에 떨어진 폭죽의 탄피를 빵 봉투에 주워 담은 것이다. 폭죽은 새해맞이 축제에 쓰였지만, 총탄을 닮아 다양한 이들 간의 긴장감이 감도는 독일 사회의 면모를 떠올리게 한다.

장재희 작가의 작업에서는 단순한 범주로 규정할 수 없는 어머니와의 관계가 다뤄진다. 어느 날 어머니가 ‘우리는 전생에 부부였나봐’라고 한 말은 작업의 원동력이 됐다. 문장의 의미는 두 사람의 사회적인 관계로 인해 전통적인 모성과 가부장제의 계약으로부터 비켜나고, 전생이라는 전제와 얽혀 시간을 뛰어넘는다. ‘하나의 언덕과 두 개의 벽으로 이루어진’은 어머니가 덮은 이불 둔덕을 찍은 것이다. 금방이라도 꺼질 듯한 비눗방울과 새벽의 푸르스름한 빛은 좁은 공간에 프로젝터로 비춰진다. 더 나아가 어머니와 공유한 감정은 퍼포먼스에서도 표현됐다. 작가는 어머니와의 애틋함을 연인 사이의 로맨틱함과 여성 간의 우정과 사랑에 빗대고, 생각을 구조화하려 하지만, 단단히 얽힌 관계와 미묘한 감정은 쉽게 정의되지 않는 중간지점에 와 있다.

한 가지 단초에는 여러 갈래로 발현될 가능성이 잠재한다. 실상은 공기 중의 습기나 집단을 감도는 분위기처럼, 분리 불가한 것이 섞여 긍정과 부정이 명징하게 구분되지 않는 상태에 가깝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급변하는 흐름과 사회불안 속에서 균형을 찾기 위해 생각을 가다듬고 있다. 과거의 작품을 공유하고 공동의 경험을 만드는 시도는 남소연, 이원호, 장재희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전 함께 고르는 숨이다. 전시는 22일까지.

/이나라 기자



이원호, ‘지난 밤, 빵봉투’
장재희 ‘하나의 언덕과 두 개의 벽으로 이루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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