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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륜차와 책임 있는 자유

■도로교통공단 광주전남지부 교수 조민우

2022년 08월 16일(화) 18:26
■도로교통공단 광주전남지부 교수 조민우
“마흔 살이 되면 하고 싶은 게 있어요. 마흔 살이 되면 오토바이 하나 사고 싶어요. 할리데이비슨. 돈도 모아 뒀어요. 그런데 주변에서 상당히 걱정하시데요. (키도 작은데)다리가 닿겠니?그거 타고 세계일주 하고 싶어요. 괜찮겠지요?”

세상을 떠난 지 20년도 훌쩍 지나 이젠 내가 더 나이가 들었지만 아직도 ‘광석이 형’이라는 말이 입에 더 익어있는 가수, 고 김광석씨가 공연 중 했던 말이다. 주변 걱정에도 불구하고 불혹의 나이에 작은 체구로 아메리칸 스타일 이륜차를 타고 세계여행을 하고 싶다니, 몹시도 하고 싶었었나 보다. 혹자는 철없어 보인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65세 이전까지 이륜차로 유라시아 일주를 꿈꾸는 입장에서는 참 공감 가는 바람이다.

‘이륜차 여행’, 말만 들어도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고 한없는 자유를 줄 것만 같은 단어. 이런 자유에 대한 기대 때문에 ‘이타세(이륜차 타고 세계 여행)’라는 카페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륜차에 대한 꿈을 꾸는 것이라 생각한다.

과거, 콕 집어 말할 수 없이 답답했던 때이다. ‘정해진 책처럼 사는 게 정말 맞는 걸까? 내가 몸 담고 있는 세상이 올바른 가치를 지향하고 있는 건가?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등등의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혼란스러웠고, 불확실한 앞날까지 더해지자 우울증까지 겹쳐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보다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내가 택한 탈출구는 이륜차로 대한민국 일주를 한 것이었다.

무작정 출발해서 적당히 잘 수 있는 곳에서 자고, 지인이나 길에서 만난 인연에게 신세를 지기도 했다. 먹을 것은 최대한 아끼지만 하루나 이틀에 한 번씩은 그 지역의 특색 있는 음식을 먹었다. 땡볕을 달리기도, 시원한 바람을 만나기도, 때로는 폭우를 만나기도 했다. 몸은 고되었지만 “바람이 불어오는 곳”의 가사처럼 ‘설렘과 두려움으로 불안한 행복’이었다. 그렇게 ‘강물 위를 뜻 없이 부초처럼 떠다니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자유에 대한 생각이 어느 지점에 닿게 되었다. ‘내가 이렇게 자유로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건 다시 돌아갈 곳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어쩌면 정말 자유롭다는 것은 돌아갈 곳이 있다는 걸까?’라는. 아마 나와 내 주변에 대한 소중함과 감사함 그리고 책임감이었던 듯하다.

자유와 책임. 언뜻 보기엔 병행이 어려운 개념들 같지만 분명 양립이 가능하고 필요한 가치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 책임이 동반되지 않은 자유는 자칫 단순한 방종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자유를 제공해주는 이동수단인 이륜차에도 당연히 책임은 동반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륜차 운전자에게 주어지는 책임은 ‘나에 대한 책임’과 ‘타인에 대한 책임’으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나에 대한 책임과 관련해서 안전모의 중요성을 말하고자 한다. 이륜차의 특성상 신체를 보호할 수단이 적고 많은 신체 부위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도로교통공단의 교통사고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이륜차의 사고 치사율은 승용차 사고의 2.7배에 달한다. 또한 사고가 나면 대부분 머리를 부딪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사망자의 65.6%는 주요 상해부위가 머리 부위였으므로 안전모 착용은 본인을 위해서 가장 필수적인 보호 수단이다.

타인에 대한 책임과 관련해서는 특히 이륜차의 보도 주행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이륜차의 보도주행은 도로교통법 제13조 제1항에 따른 통행방법 위반으로 범칙금 4만 원 및 벌점 10점이 부과된다. 게다가 보행자와 사고가 있을 경우, 12대 중과실사고 중 하나인 보도침범사고에 해당하기 때문에 합의가 있어도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으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으로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또한 이런 사고 유형은 보행자의 후방 충격이 많은데, 요즘 스마트폰을 사용하여 전방 주시력이 저하된 상태로 걷는 보행자가 많아 미처 위험에 대비하지 못하여 큰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책임들을 회피하기 위해 흔히 볼 수 있는 위법행위는 미신고 운행, 번호판 미부착 혹은 가림 행위이다. 사용신고 하지 않은 이륜차를 운행하는 경우 50만원(자동차관리법 제48조 제1항), 번호판을 부착하지 않고 운행할 경우 1차 30만원, 2차 50만원, 3차 이상 70만원(동법 제49조 제1항), 번호판을 가리거나 알아보기 곤란하게 하며 운행하는 경우 1차 50만원, 2차 150만원, 3차 250만원(동법 제10조 제5항, 제52조)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물론 과태료도 부담스럽지만 그보다 우선 자신의 잘못된 행위를 익명성으로 덮어버리고자 하는 편법을 하지 않는 의식이 중요할 것 같다.

어느 날 사거리에서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고 있을 때이다. 좌측에는 안전모 라인에 흰머리가 희끗하신 노신사가 캐주얼 정장 차림을 하고 멋진 이륜차를 탄 채 신호 대기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건너편 우측에는 안전모도 쓰지 않고 텐덤을 한 두 철부지가 정지선도 위반한 채 신호대기를 하고 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신호위반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마치 의도된 구도처럼 시야의 좌우에서 너무나 대조적이었던 그 때의 장면은, 품위 있는 자유는 책임감 있는 자유라는 것을 각인시켜주었다.

이륜차를 사랑하는 과거 라이더 중 한 명으로서 다른 라이더들에게 말씀드리고 싶다. “여름이 와서 밤에 오토바이 타기 참 좋은 날씨네요. 오토바이 탈 때 닿는 밤바람이 섹시합니다. 이런 날 주변 풍경을 찬찬히 즐기면서 달리고 싶어요. 그런데 아직 이륜차 타는 걸 주변에서 걱정하시네요. 책임 있는 자유를 누리면 이륜차에 대한 시선도 괜찮아지겠지요. 오늘도 안라(안전라이딩)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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