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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바

김한호 문학박사ㆍ수필가ㆍ문학평론가

2022년 06월 29일(수) 16:47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를 만나 식당엘 갔다. 코로나 때문인지 식당이 널널했다. 장사가 안 돼서 식재료가 오래 되었는지 음식이 게미(감칠맛)가 없었다. 갑자기 옆자리에 어린아이가 시끄럽게 울었다. 아이 엄마와 함께 있던 할머니가 손님들에게 미안해하면서 아이를 “어부-바!” 하여 포대기에 업고 밖으로 나갔다. 할머니의 ‘어부바’ 소리가 참으로 사랑스럽고 정겹게 들렸다.

‘어부바’는 아이를 업거나 보듬을 때 부르는 소리이다. 아직 언어를 모르는 아이에게 두 팔을 벌려 다가오도록 하는 다정한 몸짓이다. 상대방에게 안긴 아이는 얼굴과 가슴으로 정서적 교감을 느끼며 친밀한 관계가 된다. 그리곤 마음과 마음으로 따뜻한 사랑과 정을 느끼면서 성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까부터 귄(귀여움)도 없는 어린애가 제멋대로 뛰놀더니 느닷없이 장난감으로 내 뒤통수를 내리쳤다. 솔찬히(매우 많이) 아팠다. 하마터면 히바리(힘)가 없어 영금을 당할 뻔했다.

“아야! 버르장머리 없이….” 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아이 엄마가 오더니, 대뜸 “애가 장난친 것 가지고 왜 우리 애를 울려요. 애기를 나무라면, 기죽지 않아요!” 사과는 커녕 도리어 큰 소리를 친다. 제 자식밖에 모르니 우리나라 가정교육이 제대로 되겠는가? 더구나 젊은 여자가 교양 없이 대들어 몹시 기분이 언짢았다. 요즘은 왕자병, 공주병 든 애들이 많아 버르장머리 없는 아이들이 많다. 그것은 자기 자식밖에 모르는 부모의 과잉보호 때문이다.

한국의 부모들은 전통적으로 동방예의지국이라 하여 자녀의 인성교육을 중요시 여겼다. 그러나 일부 몰지각한 부모들은 자녀에게 ‘기죽지 마라’고 하면서 “누가 누가 잘하나”라고 경쟁 교육에서 이겨 자기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본사람들은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마라’고 남을 배려하는 가정교육을 가르친다. 미국사람들은 ‘남에게 봉사하고 국가에 헌신하는 애국심’을 길러준다.

교육은 미래세계를 살아갈 새로운 세대를 위한 것이다. 그러므로 자식 교육은 무엇보다도 가정교육이 중요하다. 그런데 한국의 가정교육은 선진국처럼 민주시민 정신을 길러주는 것이 아니라 출세 지향주의 교육으로 나밖에 모르는 인간이 되어 가고 있다. 그래서 서로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출세하고 부자가 되려고만 한다.

한평생 교육자로 살아온 나는 후세 교육을 위해 헌신 봉사하며 살아왔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교육에 대한 관심이 많다. 그래서 정년퇴직 후에도 학교 밖에서 학생들이 잘못하면 모른 척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후세들이 살아갈 세상은 서로 사랑하고 배려하며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논어에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知知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고 했다. 남에게서 배운 지식은 흐르는 냇물과 같고, 자신이 터득한 지혜는 솟아나는 샘물과 같은 것이다. 아무리 많은 지식을 알고 있더라도 스스로 깨달아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즐거운 마음으로 배우고 실천한다면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음식점에서 우는 손자 때문에 남에게 피해를 줄까 염려해서 아이를 업고 밖으로 나간 할머니는 어릴 때부터 남을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배우고 실천했을 것이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어릴 때부터 올바른 교육을 통해서 성장했다. 원시인류인 네안데르탈인이나 호모 사피엔스도 손자의 양육을 조부모가 했다고 한다. 이 할머니는 ‘어부바’를 하면서 따뜻한 사랑과 올바른 예절을 손자에게 마음과 마음으로 전해주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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