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시가 추진하는 소재전문과학관과 어린이테마파크 조성사업이 편법적이고 불공정하게 진행되며, 특정 업체를 이미 내정한 상태에서 형식적인 절차만을 밟고 있다는 유착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12일 광양시에 따르면 소재전문과학관은 지난해 8월 과학기술부 공모에 최종대상지로 확정되며 건립이 추진됐다. 건축비 188억여 원, 설계비 11억여 원, 소재 관련 전시물 제작과 설치비 140억 원 등 총 400억여 원이 투입된다. 어린이테마파크는 소재전문과학관 인근에 건축비 158억 원, 설계비 9억5,000만여 원, 전시물 79억 원 등 약 300억여 원이 투입된다.

광양시는 700억여 원이 들어가는 대규모 사업인 두 곳의 건축설계용역을 이미 마쳤으며, 전시물 제작·설치 업체를 선정하는 전시업체 선정도 오는 20일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광양시는 최근 전시업체 선정을 위한 제안서평가위원 후보자를 모집했다. 제안서평가위원은 참여 업체에서 제출한 제안서를 평가해 최종적으로 업체를 선정하는 역할을 하기에 이들에 따라 당선자가 갈릴 수 있다. 모집공고를 보고 관련 전문가들이 평가위원에 등록하면 이를 대상으로 지자체에서 3배수를 추천하고 이들 중 업체 추첨을 통해 최종적으로 선정되는 과정을 거친다.

광양시는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평가위원을 모집한다는 ‘제안서평가위원 후보자 모집공고’를 냈다. 통상적으로 최소 일주일 정도의 모집 기간을 두는 것에 반해 5일간의 짧은 기간으로 모집했다. 이 기간은 금요일부터 화요일까지로 주말을 빼면 실질적인 모집 기간은 이틀에 불과해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러한 변칙적인 방식은 발주처가 특정 업체와 유착 때에 나타나는 공모 행정 비리의 전형적인 행태라고 지적한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다른 전문가들의 등록을 최대한 차단하려는 꼼수로 특정 업체에 우호적인 인사에게는 사전에 알려줘 미리 준비하게 하는 편법적인 방법이다”고 말했다.

이러한 유착 의혹은 사업자 선정을 위해 광양시가 공고한 세부평가기준에서도 나타난다. 평가항목의 배점을 대규모 업체에 유리하게 만든 것도 의혹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조달청의 ‘협상에 의한 계약 제안서 평가 세부기준’에 따르면 경영상태 등의 정량적 평가 때 등급 간 격차를 배점의 5%로 정하고 있다. 광양시는 이 기준보다 3배 이상의 점수 차를 뒀다. 이번 평가에서 경영상태 평가항목의 만점이 6점으로 배점돼 있으므로 조달청 기준에 따르면 등급 간 격차를 0.3점으로 둬야 한다. 하지만 광양시는 등급 간 격차를 1점으로 두고 있어 대규모 업체에 유리하게 평가 기준을 정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점은 평가에서 당락이 결정되는 큰 비중의 점수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공동수급을 이례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점도 특정 업체와의 유착 의혹을 키우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해당 전문업체들이 서로의 역량을 보완하고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업체 간 공동수급을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발주에서 이를 금지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경쟁력 있는 다수 업체의 협업적 참여를 차단해 소수의 대규모 업체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혹이 짙다.

특히 공모를 준비하는 업체들이 기본계획 용역의 결과물과 건축설계 당선작 등의 자료 공개를 요구해도 일부만 공개하고 있어 기본계획용역에 참여한 특정 업체만 관련 자료를 활용하는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광양시의 사업공모가 온갖 변칙과 편법이 동원돼 불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 상황으로 가면 지난 건축설계 공모 때처럼 특정 업체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평가위원이 구성될 것”이라고 당선업체 사전내정 의혹을 제기했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광양시 관계자는 “제안서평가위원 후보자는 전자메일로 등록을 받아 주말에도 가능하기에 모집 기간은 짧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실제 500명 이상의 많은 수가 등록했다”고 말했다. 평가항목 배점에 대해서는 “지자체에 따라, 사업 성격에 따라 달리 배점을 적용하므로 문제 될 것이 없다”며 “사업 규모가 있어 책임질 수 있는 견실한 업체에 사업을 맡기기 위해 공동수급도 금지했다”고 해명했다./전남취재본부=권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