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즐겨찾기 추가
닫기
김범남의 ‘영화 속 나머지 인간’ <15> 시네마 천국

영화 속 또 다른 영화를 만나다
인생의 아름다움에 대한 통찰
기억·추억이 만든 노스탤지어
시공간을 초월한 우정과 사랑

2022년 01월 27일(목) 18:12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 1988)은 영화 속에서 또 다른 영화를 만나는 작품이다. 영화 줄거리는 매우 단출하다. 반면 인생의 깊이, 맛, 관조 등은 가슴 시리도록 아름다운 여운이 남는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책이 생각난다. 책 속에 “모든 좋은 것은 멀리 돌아가는 길을 통해 목적에 다다른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시네마 천국이 전하는 인생의 아름다움에 대한 통찰과 맞물리는 구절이다.

특히 시네마 천국의 가장 큰 힘은 노스탤지어(nostalgia)에 있다. 영화관이란 공간과 그곳에서 살아가고 성장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아련한 향수를 일으킨다. 기억과 추억이란 매개물을 흡입하는 장소가 영화관이다.

시네마 천국은 저명한 영화감독이 된 중년의 토토가 30년 만에 고향을 찾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탈리아 시골 마을에 사는 영화를 사랑하는 소년 토토와 유일한 마을 극장의 영사기사인 알프레도의 시간을 초월한 우정을 담아낸다.

영화가 세상 전부였던 토토는 학교 수업이 끝나면 마을 광장에 있는 시네마 천국이란 극장으로 달려간다. 영사기사인 알프레도와 친구로 지내며 어깨너머로 영사기술을 배운다.

어느 날 관객들을 위해 광장에서 야외 상영을 해주던 도중, 큰 화재 사고가 일어난다. 영사실 안이 순식간에 불로 물들고, 혼자 있던 알프레도는 화재로 시력을 상실하고 더 이상 세상을 보지 못하게 된다.

이 사고로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알프레도의 영사기 인생도 끝이 난다. 그에게 영화를 돌리는 일은 지겹고 반복된 일이지만, 유일하게 세상을 보고 듣고 판단할 수 있는 절대적 공간이었다.

그 후, 토토가 뒤를 이어 시네마 천국의 영사기사로 일하게 된다. 알프레도는 실명 후에도 토토의 친구이자 아버지로 든든한 정신적 지주가 되어준다. 그는 청년이 된 토토가 사랑하는 여자 엘레나의 부모 반대로 좌절을 겪자 넓은 세상으로 나가서 더 많은 것을 배우라며 조언한다.

절대로 시칠리아에 돌아오지 말고 더 큰 세상으로 나가라는 알프레도의 말을 되새기며 토토는 로마로 떠나고 영화감독으로 성공한다. 한 번도 고향에 발을 내디딘 적 없던 토토가 다시 고향에 돌아오게 된 계기도 알프레도의 장례식 때문이다.

긴 회상을 끝내고 시칠리아에 도착한 그는 변해버린 고향의 모습에 상심한다. 알프레도가 자신 앞으로 남긴 유품인 필름 뭉치를 가지고 로마로 돌아오는데, 필름을 영사해보며 감격에 차 눈물을 흘리며 영화는 끝난다.

필름에 담긴 파편적인 키스 모음을 보면서 어른 토토는 하염없이 운다. 마지막 장면인 토토의 눈물은 많은 생각을 교차시킨다. 조각난 키스들의 이음이 그가 잊고자 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 덮어두었던 사랑의 감정들이 순식간에 이어 붙여졌기 때문이다.

키스 장면을 보는 동안 그가 정말 보고 있었던 건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절 속 영화관의 추억, 놓쳐 버린 첫사랑, 인생의 스승인 알프레도의 기억 등이 모두 어우러진 노스탤지어로 다가왔을 것이다.

더욱이 이 장면에서 담백한 토토의 얼굴을 클로즈업한 카메라의 시선도 주목할 부분이다. 토토의 얼굴만 봤을 때는 알프레도의 죽음에 통곡하는 사람의 상태로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씁쓸하면서 무던해 보이는 표정에서 그동안 토토가 타지에서 겪었던 풍파와 고난의 인생을 간접적으로 직감할 수 있다. 알프레도가 토토에게 바랬던 내면의 강함, 성공, 험한 세상을 헤엄친 인내를 통해 잘 커서 돌아왔음을 알리는 신호 같다는 느낌마저 든다.

시네마 천국은 전 세계 어느 나라 사람들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추억과 꿈이란 주제를 감성적 감각으로 일깨운다. 특히 영화 속 주제와 자신의 인생을 일원화해 일체감을 주는 강점을 보인다.

그리고 소년, 청년, 중년의 토토의 모습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관통한다. 마치 인생 사계절 속에 관객의 생각을 동화시킨다. 등장한 배우와 함께 관객이 웃고 울면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만든다.

영화가 만든 영화가 시네마 천국이다. 그리고 모든 인간의 이야기를 영화는 녹여내고, 인생 속 영화는 계속된다.

/사진 출처 : 주식회사 왓챠, ㈜팝엔터테인먼트



‘삶을 위로하는 선율과 철학’

- 영화음악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



시네마 천국의 보이지 않는 힘은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Ennio Morricone)의 감미로운 음악이다.

영화 속 음악은 엔니오 모리코네와 그의 아들이자 음악가인 안드레아 모리코네가 맡았다. 그들은 이 영화에 바이올린 중심의 현악기 구성과 잔잔한 피아노 선율로 자신들의 음악적 특기를 주제에 녹여낸다.

특히 Cinema Paradiso와 Love Theme 2곡은 압권이다. 영화 오프닝에 흐르는 Cinema Paradiso는 엔니오 모리코네가 작곡한 곡으로, 피아노 선율과 현악기의 하모니가 인상적이다.

또 안드레아 모리코네가 작곡한 Love Theme는 영화 마지막에 살바토레가 검열된 필름 조각들을 이어붙인 알프레도의 선물을 확인하는 장면에서 흘러나온다. 바이올린 선율이 살바토레의 눈물과 섞여 향수를 자극한다.

이 곡은 안드레아 모리코네가 영화가 제작되기 전에 작곡한 곡인데, 시네마 천국의 음악 작업을 하는 도중 아버지에게 들려준 뒤 엔니오 모리코네의 편곡을 거쳐 삽입된 곡으로도 유명하다.

엔니오 모리코네는 1928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났다. 그는 500여 편의 영화음악을 만들었으며 그가 남긴 발자취가 곧 세계 영화음악계의 역사로 평가받고 있다. 2007년 아카데미 평생 공로상과 2008년 프랑스 레지옹 도뇌르 훈장도 받았다.

시네마 천국과 더불어 영화 미션의 주제 음악인 가브리엘의 오보에(Gabriel‘s Oboe)도 그의 명작이다. 이 곡은 많은 클래식 예술가가 연주했고, 팝페라 가수 사라 브라이트만이 가사를 넣어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를 발표한 곡이기도 하다.

여기에 석양의 무법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러브 어페어, 언터처블, 시티 오브 조이 등 수많은 영화에서 그만의 음악을 기록한다. 더욱이 그는 로마를 떠나지 않았고, 영어도 배우지 않았으며 감독이 지나치게 음악에 관여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은 정도로 자존심이 강한 예술가로도 유명하다.

엔니오 모리코네는 음악을 “삶이란 감옥에 갇혀 힘들어하는 모든 사람을 위해 건네는 위로주 한잔 같은 것”이라고 남긴다. 그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인생의 희로애락이 느껴지는 이유는 그의 철학 때문일 것이다.

실시간뉴스

많이 본뉴스

자치

전매인터뷰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