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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족쇄…‘청년 공제’ 갑질에 시달려

정부지원금 ‘공돈’인식… 임금삭감·괴롭힘 성행
“지원금 못 받을까 참는다”…업무 스트레스 폭발

2022년 01월 26일(수) 15:37
[전남매일=홍승현 기자] 청년층의 중소기업 장기근속을 유도하기 위해 마련된 ‘청년내일채움공제’가 근로감독 미비로 직장 내 괴롭힘과 갑질을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내일채움공제 신청에 따라 적립되는 정부지원금 등을 빌미로 부당한 처우를 강요하는 등 제도적 허점을 악용하고 있어 청년들을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5일 직장갑질119와 광주고용복지플러스 등에 따르면 중앙정부·지자체 등은 500여개의 정부지원금을 통해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놓여있는 중소·중견기업 노동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그 중 청년공제는 중소·중견기업의 우수인력 유입과 핵심인력 장기 재직 유도, 노동자의 자산형성 등을 목적으로 2년간 300만원을 적립하면 기업·정부가 불입한 금액에 이자 수익을 합해 총 1,200만원 이상의 공제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지난해 기준 내일채움공제 누적가입자는 47만9,336명이며, 이중 광주 누적 가입자는 1만2,323명이다.

특히 가입자의 1년 이상 근속률은 78.4%로 일반기업 재직 청년 노동자의 근속비율(48.3%)보다 월등히 높아 노동자의 장기근속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로써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근속’의 이면에는 부당한 대우를 참으면서 억지로라도 근속해 만기공제금을 타려는 노동자들이 사업주로부터 급여 삭감을 강요당하거나 부당한 요구 등 갑질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년간(2020년 6월~2021년 5월) 직장갑질119에 제보된 청년공제 관련 이메일 제보는 34건으로, 유형별로는 ▲갑질족쇄(24건) ▲퇴사강요(8건) ▲근로조건 악화(7건) 등이었다.

가장 많았던 ‘갑질족쇄’는 청년공제에 가입해 있는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직장내 괴롭힘이 발생함에도 신고 이후 사용자와의 관계가 나빠지기 때문에 못하는 경우를 뜻한다.

실제로 직장인 A씨는 “회사 대표가 개인적 업무 지시는 물론 ‘뒤태가 다리가 길어서 좋다’ 등 성희롱도 하지만 청년공제를 생각해서 버티고 있고 만기 후 신고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청년공제 가입자 B씨도 “연봉 2,800만원으로 계약 후 입사를 했지만, 회사측에서 정부지원사업 신청을 이유로 계약서는 연봉 3,000만원으로 작성하고 월급 중 일부를 돌려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이 후 매달 30만원을 현금으로 인출해 회사에 돌려줬더니 애초 계약한 연봉보다 훨씬 적은 급여를 받게 됐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내일채움공제에 가입한 청년들이 직장내 괴롭힘으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지만, 청년공제 기간이 족쇄가 돼 만기까지 괴로움을 견디는 실정이다.

서구 주민 이 모씨(25)는 “‘돈 받으니까 이것 좀 해’ 라고 하는 등 몇몇 임원진들의 행태를 보면 보면 청년공제 불입금 전액을 회사에서 지급하는 듯 하다”며 “잦은 야근에 부당한 지시 등 갑질이 있지만 만기까지 3개월 남았으니 참고 기다렸다 퇴사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청년공제는 장기근속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사용자에게 이익이 분명한 제도지만, 공제기간 이후에 노동자가 받게 되는 공제금을 ‘공돈’인 것처럼 여기기 때문에 부당한 요구가 일어난다고 분석했다.

노무법인 한 관계자는 “일부 기업의 도덕적 해이로 정책이 악용되고 실제 갑질을 당해도 ‘내일채움공제 만기까지 얼마 남지 않아 참는다’는 내담자도 있었다”면서 “기업들의 인식개선과 함께 관할 지자체에서 관리·감독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승현 기자         홍승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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