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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셈법·소지역주의 끝내고 ‘역량’ 모아라

정부, 선투자금 회수에만 매몰 ‘사후활용’ 손 떼
여수광양항만공사 인수 후 공공개발 방안 무게추
‘주철현 특별법’ 서동용 결사저지 등 정치권 공방만
“여수광양만권 성장·박람회 정신구현 방점 찍어야”

2022년 01월 23일(일) 18:22
여수세계박람회장이 운영비 부족 등으로 주요 시설들이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곳곳이 부서지고 쓰레기 더미가 쌓여 흉물처럼 방치돼 있다.
■숨죽인 ‘지역 자산’ 다시 깨우자

2. 여수세계박람회장

(하)활성화 해법은



[전남매일=정근산·임채민 기자]지난 10년 가까이 지지부진한 여수세계박람회장 사후활용을 위해서는 해법을 두고 저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지역정치권과 지자체, 시민사회의 하나된 목소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여수광양항만공사 인수를 통한 공공개발에 사후활용의 무게추가 기운 가운데 정치적 이해관계와 소지역주의에 매몰돼 벌이고 있는 실익없는 공방을 하루라도 빨리 봉합해 여수광양만권의 공동성장, 기후변화대응 등 박람회 정신 구현에 역량을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사후활용 어떻게 추진됐나

여수세계박람회장 사후활용을 두고 정부는 애초 박람회장 부지·시설 매각을 통한 선투자금 회수와 사후 청산에 방점을 찍었다.

선투자금은 박람회 개최비용 2조1,000억원 중 박람회로 얻어질 수익을 고려해 미리 국고에서 가져다 쓴 돈이다. 박람회 개최에 들어간 비용 2조1,000억원의 상환분담 비율은 정부 30.27%(6,356억원), 민자 34.59%(7,264억원), 자체수입 35.14%(7,380억원)로 산정됐다.

자체수입은 박람회 입장료와 부지·건물매각 등으로 충당해야 하는데 2012년 당시 박람회 폐막 이후에 가능해 이 가운데 4,846억원을 국고에서 빌려 사용했다. 정부는 박람회 직후 시설·부지 등을 매각해 이를 상환 받는다는 방침이었지만, 2013년 9월 1차 공모서부터 민간개발사업자 공모에 실패했다. 이후 2017년 10월까지 모두 7차에 걸쳐 공모에 나섰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2017년에는 복합상업시설 구역에 4개 업체가 투자 의사를 밝혀 제안서를 받았으나 부적격 판단이 나왔다.

박람회 폐막 이후 지난 2017년까지 전체 매각대상 부지 22만8,907㎡ 중 8.2%인 1만8,821㎡가 팔렸고, 매각대금 127억6,310만원은 모두 정부가 가졌갔다. 여수세계박람회재단은 지난 7년간 수익금 등을 더해 1,188억원을 상환해 현재 박람회장이 갚아야 할 부채는 3,658억원이다.



◆어떻게 가야하나

박람회장 사후활용을 두고 투자금 회수에 매몰된 정부가 손을 놓고 전남도와 여수시 등 지자체의 개발 여력이 없자 차선책으로 제기된 방안이 해양수산부 산하인 여수광양항만공사 주도의 공공개발이다.

더불어민주당 주철현 의원(여수 갑)이 지난해 4월 대표발의한 ‘여수세계박람회 관리 및 사후활용에 관한 특별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대표적이다. 박람회장 사후활용 주체를 공공기관인 여수광양항만공사로 변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은 민간 매각에 따른 난개발을 막고 박람회 정신과 주제에 맞는 공공개발을 명분으로 지역사회의 기대를 키웠다.

이 안은 해수부가 지난 2020년 실시한 ‘2012 여수세계박람회장 사후활용 계획변경 타당성 검토 용역’에서도 긍정적 결과가 나왔다.

당시 용역 결과, 여수광양항만공사가 박람회장을 인수해 운영하면 2050년까지 666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투자금액 대비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의 비율인 ‘수익성 지수(PI)’도 0.93∼0.98로 예상돼 수익성 확보도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성 지수는 투자한 금액 1원당 회수하는 금액을 뜻하는데 일반적으로 PI가 ‘1’보다 크면 투자 가치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광양지역의 반발 등으로 인해 지난 1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상정이 보류되면서 어렵게 도출한 사후활용 방안이 다시 장기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철현 의원은 “2020년 여수광양항만공사 재무타당성 분석 용역을 통해 박람회장 인수에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면서 “서동용 의원 등 일부 반대 견해인 의원들로 인해 법사위 상정이 보류돼 사후활용 방안 마련 기간만 미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수광양항만공사가 수익의 40%를 여수에서 얻고 있으면서도 투자의 95%는 광양 지역에 몰려있다. 불균형을 잡아야 할 시기다”며 “현재 지역민들과 전남도, 해수부 모두 항만공사가 주체가 돼 운영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여수광양항만공사가 투자 여력도 있고 관리의 전문성도 있어 유일한 대안이다”고 강조했다.

여수선언실천위원회(여실위) 등 시민사회도 항만공사가 공공개발 주체가 돼야한다는 입장이다.

여실위 임영찬 공동상임위원장은 “박람회장이 가진 3,658억원의 부채를 여수시가 감당하기에는 여력이 되지 않는다”며 “박람회 정신과 주제에 맞는 공공개발을 위해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법 개정을 위해 노력해 왔는데, 일부 반대 의견으로 인해 흐지부지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항만공사가 재정자립도가 낮다는 이견도 해수부 용역을 통해 ‘양호’하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여수광양항만공사가 주체를 맡되 지역사회가 원하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더는 특별법 개정이 지체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당사자인 여수광양항만공사도 박람회장 인수에 긍정적이다.

여수광양항만공사 박성현 사장은 “박람회장을 인수하게 된다면 단기적으론 손해를 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에게 이득이다”면서 “2011년 1조1,000억원이었던 부채를 지난해 3,600억원까지 상환한 상황에서 또 3,700억여원의 부채를 떠안고 시작한다는 점에서 망설여지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박 사장은 “부채와 박람회재단 31명의 고용승계 문제 해결방안이 확실하게 만들어져야 한다”며 “특별법이 통과된 후 인수가 되면 부채 상환기간을 20~30년 정도로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만들고, 전남도 등과 함께 MOU 체결을 통해 수익모델을 창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항만공사의 박람회장 인수에 대한 반대도 만만찮다.

민주당 김회재 의원(여수 을)은 “항만공사 설립 목적이 관광사업을 하는 것이 아닌데 공사에 맡겨 박람회장을 운영해달라고 하는 것 자체가 한계가 있다”며 “박람회장을 여수에 맞게 운영해야 하는데 항만공사가 항만 개발과 운영 등 본래의 사업에 치중하면 박람회장은 우선순위에서 밀릴 것이다”고 우려했다.

이어 “항만공사를 주체로 정하기보단 우선 박람회 기본정신을 구현할 수 있는 사업을 정하는 용역이 우선이다”며 “박람회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전남도나 여수시가 용역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용역을 먼저 하고 시민 공론화 과정을 거친 뒤 시민의 뜻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특히 “지난해 주철현 의원실에서 여수시민 1,002명을 대상으로 지역 현안 여론조사를 진행했지만 ‘여수광양항만공사 매입 운영’은 17.3%에 불과했다”며 “여수시민들의 의견에 맞게 운영주체에 대한 논의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야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서동용 의원(순천·광양·곡성·구례 을)은 반발의 강도가 가장 세다.

서 의원은 “여수광양항만공사가 광양항의 중장기 발전을 위한 노력보다는 수익사업의 하나로 관광사업에 투자하는 일은 옳지 않다”며 “현재 특별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일반법에 속하는 항만공사법에 특정사업(여수엑스포사업)을 추가하는 방식은 법체계상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항만공사가 1조1,000억원대의 채무를 가지고 시작해 10년 동안 빛만 갚으며 지내 항만에 투자조차 못한 상황이었다. 이 단계에서 또 3,658억원의 빛을 떠안게 된다면 항만공사는 자기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다”며 “지금 당장 스마트항만개발사업비 6,915억원의 50%를 항만공사가 지불해야한다. 항만공사 수익금이 1년에 100억원 남짓인데 인수하게 된다면 빛만 산더미처럼 쌓이게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광양시의회는 한발 더 나아가 민간개발방식을 주장하며 성명을 발표하는 등 주철현 의원의 법안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에 맞서 여수YMCA는 여수광양항만공사 운영이익을 광양 혼자만 독식하려는 이기적 주장이라며 성토하고 있다.

여수YMCA 관계자는 “2017년 문재인 대통령 후보때 공공성을 살려 박람회 목적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활용하는 약속이 있었다”면서 “박람회장 공공개발은 국가나 지방정부가 맡아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기재부는 민간매각을 통한 선투자금 회수만 고집하고 있고, 전남도나 여수시는 박람회장 매입 여력이나 의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지자체는 박람회정신 실현을 위한 기후변화대응, 해양과학과 해양산업관련 전문성도 떨어지기에 공공개발 주도가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서동용 의원이 주철현 의원이 발의한 법안 상정을 저지하기 위해 법사위는 물론 농해수위 위원 한명 한명을 만나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고 한다. 정부는 차치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방관하고 있는 전남도와 여수시도 문제지만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최선두에 선 지역정치권의 엇갈린 행보가 더 큰 문제다”며 “항만공사에서 떨어지는 수익이 줄어들까 공공개발에 반대하고 있는 광양지역 여론을 수렴하고, 지자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는 등 박람회장 활성화를 위해 더 큰 정치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항만공사 인수에 반대했던 김회재 의원은 어느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여수광양항만공사를 통한 공공개발 안이 대선 직후라도 국회를 통과해 박람회장 활성화의 기틀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여수세계박람회재단은 대형 국제행사의 최적지인 만큼 MICE 복합단지 지정, 컨벤션센터 건립 등을 통해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컨벤션센터뿐 아니라 숙박, 쇼핑, 음식 등 국제적 행사에 필요한 시설들을 한곳에 모아 융복합 클러스트를 만들어 개최되는 행사의 질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또 엑스포(2012년), 지방자치박람회(2017년), 세계한상대회(2019년), 도시환경협약정상회의(2021년) 등 대규모 행사 유치 경험을 바탕으로 종합해양컨벤션센터(사업비 575억원) 구축도 주장하고 있다.
/정근산·임채민 기자         정근산·임채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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