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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속 ‘더 크고 더 강한 광주’
2022년 01월 23일(일) 10:27
<열린 세상> 위기 속 ‘더 크고 더 강한 광주’
정진탄 월간국장 겸 논설위원

미국 인기 여류작가 다니엘 스틸의 최신작 ‘네이버스’(Neighbors)는 인간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어느 날 샌프란시스코에 대규모 지진이 일어나는데 평소 왕래가 전혀 없던 이웃들이 지진 피해를 거의 입지 않은 당대 최고 여배우의 웅장한 주택에 모여들어 수 주간 함께 지내게 되면서 온갖 치부와 추함, 그리고 휴머니티를 표출한다.

세계적인 영화배우와 감독, 첨단기업 CEO, 잘 나가는 정형외과 의사, 레전드급 맹인 음악가 등이 등장해 그들만의 특이한 삶을 공개한다. 물론 지진이란 자연재해를 통해, 그러니까 지진이 ‘코쿤’(cocoon·누에고치 같은 보호막)처럼 안락하게 지내던 이들의 생활을 통째로 깨서 어쩔 수 없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영화배우와 감독의 비정상적인 생활,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의사의 아내 구타와 아이 학대, 뜨는 스타트업 사장의 여색본색, 있는 자에게 빌붙어 기생하는 집 관리자의 비굴함과 사기극, 퇴역 군인의 시원시원한 해결사 역할, 맹인 음악가의 지혜와 혜안 등이 어우러진다.

재해·재난으로 드러난 실상

특히 스페셜한 인물의 허접함, 명성을 앞세운 이들의 추한 민낯이 눈길을 끈다. 흥미진진한 캐릭터 묘사와 속도감 있는 스토리가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게 한다. 천재지변이란 지진을 통해 인간군상을 들춰낸 점이 독특해서 개인적으로 점수를 많이 주고 싶은 작품이었다.

이처럼 허구 속 세계였으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현실 속에서 재난·재해, 또는 인재를 우리는 마주하고 있다. 지난 11일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는 우리 삶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보였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윤을 좇아가는 기업, 이런 기업을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못하는 관할 기관, 주거 건물을 재산 증식으로 보는 영끌 투자인, 물론 자기 주택 소유를 간절히 바라는 소시민과 실종자 수색에 여념이 없는 구조대, 붕괴 현장의 질서를 지휘하는 경찰·행정기관 수장의 모습이 거의 실시간으로 전해졌다.

사고 당일 그날도 보통의 하루처럼 지나갔더라면 이런저런 우리 사회의 치부와 민낯이 도드라지지 않았을 것인데 재난으로, 인재로 확 열려버렸다. 건설업체의 무리한 공기 단축, 불법 하도급의 구조적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고 이윤을 위한 자본주의가 ‘아파트주의’로 변해버린 슬픈 자화상이 몸 둘 바를 모르게 했다.

이런 위기는 우리를 뒤흔들어놓는 동시에 전혀 다른 차원으로 이끌어가기도 한다. 사고 현장 주변의 자원봉사자들이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며 구조 관계자들의 노고에 힘을 보탠다. 지역민 또한 붕괴 현장을 보며 치를 떨면서 삶의 좌표를 다시 세우게 된다. 정부 당국자와 구조대, 광주시장의 현장 브리핑을 접하며 시민들 간 어떤 결의와 결속을 다지게 된다.

‘더 크고 더 강한 광주’를 향하는 여정 속에서 발생한 이번 아파트 붕괴 사고는 매우 가슴 아프다. 희생자 및 가족, 사고 이해 당사자에게는 현재 어떤 말도 들어갈 자리가 없겠지만 어떻든 광주는 새로운 삶의 환경, 도시 흐름을 타며 나아가는 중이다. 아파트 단지 전체를 다시 허물고 제대로 시공해 다시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선례를 만드는 것도 이런 흐름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새 도시흐름 여정서 참사

어려울 때 돕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이듯 재난 속 지역민의 단합과 연대, 또 유가족을 위로하고 위기 상황을 관리하는 지도자가 진정한 지도자일 것이다. 붕괴 사고를 낸 시공사에 대한 지역사업 참여 배제 등 단호한 조치, 지역민에게 죄송한 마음을 전달하는 인간적 면모가 드러나는 계기를 맞고 있다. 붕괴 사고 이후 현장에서 24시간 숙식하며 실종자 수색과 안전을 지휘하는 광주 행정수장, 정부 부처 장관 등의 대처 능력과 역량을 시민들은 지켜보고 있고 이후 참정권 등을 통해 평가를 내릴 것이다.

다시는 이 땅에서 후진적인 참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모두 한결같을 것이다. 그 마음이 한데 모여 이번 참사를 조속히 극복하고 더 크고 더 강한 광주 시대를 여는 길잡이가 됐으면 한다. 대가를 치르지 않고 선진 스마트도시 창조는 어려운 것 같다. 부디 이 아픔이 헛되지 않고 미래 지역 성장과 발전을 위한 과정이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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