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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비 지원 한 푼 없는 ‘초라한 10주년’

2012년 세계인 사로잡은 세계박람회장 황폐화
만성적자 주요시설 운영 중단…세금도 못낼 판
여수프로젝트 등 박람회 정신·유산 계승 올스톱
COP28 실패 등 악재…7월 기념행사도 졸속 우려

2022년 01월 18일(화) 19:26
여수세계박람회장이 운영비 부족 등으로 주요 시설들이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아 곳곳이 부서지고 쓰레기 더미가 쌓여 흉물처럼 방치돼 있다.
■숨죽인 ‘지역 자산’ 다시 깨우자

2. 여수세계박람회장

(상) 현황과 실태



[전남매일=임채민 기자] 새해 첫 주말인 지난 8일 찾은 여수세계박람회장은 을씨년스러웠다. 주말임에도 주차장은 휑하니 비어있었고, 간간이 오가는 관광객들만 눈에 띄었다. 박람회장 내 주요 시설 중 하나인 국제관에서는 생뚱맞은 눈썰매장과 눈꽃마을 행사가 진행중이었지만, 이용객은 2~3명에 그쳤다. 주변에 설치된 체험·판매 부스와 듬성듬성 자리잡고 있는 식당·상가들도 커피숍과 편의점만 문을 열었을 뿐 대부분 문을 닫거나 점포를 비운 상태였다. 눈썰매장을 지탱하고 있는 골조들도 철골 그대로 세워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국내외 수많은 관광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던 국제관 천장의 대형 스크린은 ‘춤추는 고래’ 대신 어둠만 맴돌았다.

발길을 돌려 찾은 스카이타워도 처참했다. 전망대 뒤편에 마련된 야외주차장 햇빛 가림막과 바닥 나무 자재들은 부서지고 떨어져 나갔고, 운영이 중단된 파이프오르간 연주대와 오래된 매점은 폐허나 다름없었다. 또 전망대로 올라가기 전 1층에 설치된 해수담수화 시스템은 관람객들이 담수화 과정을 직접 보고 정수된 물을 체험·시음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지만, 오래전 고장난 듯 방치돼 있었다.

주제관 역시 앙상한 철골들이 입구를 막아선 채 주제관으로 통하는 다리 ‘여니교’의 나무 바닥이 심각하게 파손돼 관광객들의 안전마저 위협하고 있었다.

2012년 당시 전 세계인의 극찬을 받았던 여수세계박람회장이 흉물처럼 방치된 이유는 뭘까. 정부와 전남도, 여수시의 무관심과 국회를 비롯한 지역 정치권의 방관 등 악재가 겹치고 겹치면서 지난 10년 간 박람회장 운영은 고사하고 여수박람회가 남긴 유산들마저 철저히 잊히고 있다는 뼈아픈 지적이 나온다.



◆현황= 여수시 덕충동 일원에 조성된 세계박람회장의 총면적은 271만㎡에 이른다. 이중 전시 구역은 25만㎡이며, 나머지 246만㎡는 종사자 숙박시설, 환승 주차장, 공원 녹지 등으로 구성됐다. 2012여수세계박람회장을 조성하는 데 소요된 사업비는 엑스포타운 등을 포함해 2조1,000억원에 달했다. 박람회장은 크게 주제관, 국제관, 한국관, 아쿠아리움, 스카이타워, 빅오, 엑스포디지털갤러리, 부제관 등으로 조성됐다. 각 시설에는 현재 에뿌제웨딩홀, 호텔 다락휴, 카페, 음식점 등 32곳이 임대로 들어가 있다. 박람회장 방문객 수는 2013년 190만명에서 2019년 355만명으로 최고점을 찍었고, 2021년 297만명으로 다시 감소했다.



◆10년간 뭘했나= 전남도와 여수시, 여수세계박람회재단은 박람회 개최 이후 ‘여수세계박람회 기념 및 사후활용에 관한 특별법(여수박람회법)’을 바탕으로 여러 사업을 구상했다. 여수프로젝트 추진, 기념·체험관 조성, 해양과학관 운영 등이 대표적이지만, 10년이 흐른 지금 딱히 내세울 성과는 없다.

우선 박람회장의 근간을 이루는 주요 시설은 만성적자로 유지조차 버거운 형편이다. 박람회장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예산은 한해 100억원 가량. 하지만 자체 수입은 연간 65억여원에 그치고 있고, 국비 지원은 쥐꼬리 수준이다. 지난 2020년의 경우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각종 회의 등이 크게 위축되면서 임대를 비롯한 운영수입도 2019년 76억원의 절반인 47억원으로 떨어졌다.

이에 반해 정부 출연금은 2014년 60억원에서 매년 10억원씩 줄어 2020년 9억원, 지난해 7억원으로 떨어졌다. 이마저도 2018년부터는 본예산에 반영이 되지않아 쪽지예산으로 근근이 충당해 오다 올해부터는 아예 지원금이 끊겼다. 이 때문에 시설보수는커녕 세금조차 제대로 납부할 수 없는 궁색한 지경에까지 몰린 상황이다.

만성적인 적자와 운영비 부족은 시설 관리부실, 운영 중단으로 이어지고 있다.

주제관은 2020년 6월부터 활용되지 않고 있고, 박람회장의 상징격인 빅오는 지난해 12월이 마지막 쇼였다. 재단측은 다가오는 봄부터 다시 운영할 예정이지만, 운영비만 10~15억원에 달해 재개 여부는 미지수다. 엑스포 디지털 갤러리 또한 고장으로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예산 부족으로 개·보수도 힘들어 5만1,000장의 LED 기판 구매·설치비 등 리뉴얼 사업비만 120억원에 이른다. 박람회재단측은 전남도와 여수시에 리뉴얼 타당성 용역을 위한 예산편성을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미반영 됐다.

기후환경관 등 임시 전시관이었던 4개 부제관은 엑스포가 끝난 직후인 2013년 모두 철거됐다. 그나마 한국관은 대규모 공연 및 행사 진행이 가능한 컨벤션센터 기능을 갖춰 상설 미술 전시관인 엑스포 아트갤러리가 운영중이다.

박람회 정신 계승을 위한 여수프로젝트도 멈춰섰다.

여수프로젝트는 개발도상국의 해양환경문제 대처능력 향상 등을 지원하기 위한 국제협력 프로그램. 국제기구 또는 사업 수혜 대상국과의 협력 체계 구축을 통해 지역별, 국가별 해양 및 환경 관련 현안 과제 추진이 목적이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여수프로젝트 대표사업 중 하나인 여수국제아카데미는 2014년 처음 운영됐지만, 2019년 48명의 졸업생 배출이 전부다. 2019년부터 예산문제와 코로나 등 이유로 사업은 중단됐다. 아카데미 운영도 여수세계박람회재단이 맡아야 하지만 국제적 네트워크 등이 부족해 부산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맡고 있다.

특히 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유치 실패는 가뜩이나 어려운 박람회장 활성화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됐다.

여수시는 2009년 국내 처음으로 정부에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건의하고, COP18 유치에 나섰다 고배를 마셨다. 이후 2018년 5월 지방선거 당시 권오봉 현 시장이 COP28 남해안남중권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김영록 전남지사와 김경수 경남지사가 민선 7기 전남·경남 상생발전 정책협약을 통해 COP28 유치를 약속하며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정부도 2020년 7월 COP28 국내 유치를 공식 승인하며 힘을 보탰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10월 돌연 COP28을 아랍에미리트(UAE)에 양보하고, 5년 뒤인 2028년 33차 총회 유치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메가이벤트를 통한 박람회장 활성화를 모색했던 지역사회 꿈도 다시 물거품됐다.

정부 지원이 끊기고 지자체의 무관심이 더해지면서 당장 오는 7월 예정인 10주년 기념행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10주년 기념행사는 ‘10년의 도약, 여수의 미래’라는 슬로건으로, 오는 7월 20일부터 29일까지 10일간 진행될 예정이다.

10주년 기념사업비는 지난해 6월 용역 결과 10억원(국비 5억원, 도비 2억원, 시비 3억원)이 도출됐지만, 정부 지원이 없어 7억원(도비 2억원, 시비 5억원)으로 줄었다. 국비 5억원은 해양수산부와 여수시가 협의 중이다. 사전행사, 홍보 등 3억여원이 들어가는 추가 기획 프로그램도 예산이 여의치 않아 기본 예산 7억원에 포함시킨 상태다.

그나마 잡음이 적잖았던 해양기상과학관 건립은 지난 10년의 성과로 꼽힌다.

애초 여수시는 과학관 건립 부지를 박람회장 아쿠아리움 옆 5,000㎡를 정하고 매입 예산 70억원을 편성했지만, 여수시의회는 국가시설물 건립에 부지를 제공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유보 결정을 내렸다. 정부도 부지 무상 제공에 난색을 표하면서 표류하던 과학관 건립은 2020년 기상청과 여수시가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숨통이 트였다. 과학관은 연면적 5,450㎡,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로 266억원이 투입돼 여수시 공화동 일원에 오는 2023년 하반기 개관할 예정이다. 코로나와 날씨 탓에 1월 예정이었던 착공이 3월로 연기된 상태며, 국내에서 유일하게 해양기상을 다루는 과학·기술·문화·산업의 융합공간이 될 전망이다.

또 2021년 9월 개원한 여수청소년해양교육원은 총 180억원(국비 98억원, 지방비 82억원)이 투입돼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건립됐다.

수영장, 스쿠버다이빙풀, 해양환경탐험관, 해양안전교육관, 해양레포츠체험관 등 해양교육 시설과 최대 152명의 숙박이 가능한 생활관도 조성돼 있다. 이곳에서는 생존수영, 선박사고 훈련 등 해양안전교육과 프리다이빙, 스킨스쿠버, 카약 등 해양레저스포츠를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 박람회 유치 과정 등을 관람할 수 있는 여수세계박람회기념관은 박람회장 내 한국관 3층에 918㎡ 규모로 들어서 있다.

여수세계박람회재단 관계자는 “2013년 박람회장 재개장 이후 환경정비, 연계관광 확대 등 지속적인 노력을 했지만 매년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며 “지방세 감면 조례개정으로 지방세·종부세가 감소해 조금은 숨이 틔었지만, 국비 미지원과 코로나 탓에 재정난은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재단 자생력 확보를 위한 경상경비 절감, 지출 최소화, 수입 증대 노력 등 운영 내실화에 집중하고 있다”며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할 수 있는 내부 역량 강화에도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임채민 기자         임채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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