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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산업개발은 참 나쁜 기업이다"
현산 잇단 대형사고
시민들은 분노한다

2022년 01월 16일(일) 18:41
"어디 사십니까?" "어느 아파트에 사세요?" "우와, 좋은 데 사시네요."…. 광주에서 현대 아이파크에 사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대기업이 지은 값비싼 아파트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현대라는 국내 최대 건설회사가 명품으로 튼튼하게 잘 지었을 것이라는 믿음이 크다. 그러나 이젠 아니다. 전 국민에게 아이파크라는 이미지는 땅에 떨어졌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한순간에 '참 나쁜 기업'이 돼 버렸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현대산업개발은 우리 시민들에게는 참 나쁜 기업이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학동 참사 후 217일 만에 있어서는 안 될 붕괴사고가 또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산업개발이 보인 노력은 매우 실망스럽다. 11일 사고가 발생했는데 12일 자정이 다 되어서야 대표이사가 광주에 왔고 13일 오전 10시 한 장짜리 사과문을 냈다. 이것이 전부였다"고 비판했다.

대개 '고향집'하면 따뜻한 정을 떠올린다. 집이란 가족끼리 오붓하게 아끼고 사랑을 확인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현대인에게 행복이나 화목 같은 등 정신적 가치와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생활공간으로서 집의 의미는 많이 빛바랬다. 상당 부분 재산 증식 욕망이 반영된 투기의 대상으로 변했다. 실제로 아파트는 환금성과 재산 증식 효과가 가장 뛰어난 자산이다. 이러다 보니 너도나도 비싼 아파트를 선호한다. 수십 년 살던 주택을 팔고 아파트로 이주한다. 중대형 아파트에 살더라도 신축 아파트에 관심을 기울인다. 재산을 늘릴 생각에서다. 우리들의 민낯이다.

붕괴사고가 난 광주시 '화정 현대 아이파크'는 고층인 데다 광주에서 가장 '핫'한 주거공간으로 꼽혔다. 분양 당시 당첨만 되면 '로또'라는 말이 나돌았다. HDC현산이 2019년 5월 분양된 '화정 현대 아이파크'는 지하 4~지상 39층, 8개 동으로 분양가는 3.3㎡당 평균 1,632만 원이었다. 광주에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청약 당시 경쟁률은 2단지 84㎡(B) 형의 경우 108 대 1을 기록했을 정도로 인기였다. 올해 11월 입주예정인 이 아파트는 분양 2년 만에 최고 5억 원의 웃돈이 붙었다. 최고 분양가, 최고 프리미엄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젠 '폭망'이 됐다.

아파트 구조물이 마치 모래성처럼 무너졌다. 작업자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실종됐다. 우리 기억에는 지난 1970년 4월 서울의 와우아파트 붕괴사고나 1995년 6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생생하다. 산업화 과정에서 '빨리빨리 문화'에 젖어 일어난 사고라고 치자. 하지만 다시 2022년 1월. 국내 굴지의 건축회사가 시공한 아파트건설공사장이 다시 무너졌다. 세계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우리나라의 체면도 땅에 떨어졌다. 아파트 구조물이 무너질 때 인근에 많은 사람들이 있었더라면 어땠을까 상상하기조차 무섭다. 그동안 공사장에서는 구조물이 떨어진다는 민원이 수차례 제기됐지만 넘어갔고 시공사인 HDC현산은 공사 감리에 소홀했다.

39층 옥상에서 콘크리트 타설 공사를 하다가 23~38층부터 23층까지 무너지는 동영상은 불과 7개월 전 광주시 학동 5층 건물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무너지면서 시내버스를 덮친 사고와 겹쳐진다. 철거할 때도 무너지고, 신축할 때도 무너진 셈이니 한숨만 나올 뿐이다.

광주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한 '광주학동참사 시민연대는'는 최근 성명을 내고 "HDC현산은 범죄 행위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광주에서 떠나라"고 외쳤다.

예비입주자들의 기대감은 '와르르' 무너졌다. 지난달만 하더라도 광주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엔 '화정 현대 아이파크의 위엄'이라며 공사 현장 사진이 떴다. 글쓴이는 "화려함에 정점을 찍었다. 분양 당시 분양가에 놀랐지만, 현재 광주 시세로 볼 때 충분한 메리트가 있어 보인다"라는 글을 남겼다.

하지만 붕괴사고 이후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커뮤니티 회원은 "이 아파트는 무조건 철거한 뒤 다시 짓도록 광주시민이 나서야 한다. 같은 방식으로 지은 단지이니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모래성과 같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 예비입주자들이 모인 오픈 채팅방에도 "무서워 살 수 없을 것 같다" "싹 다 부수고 다시 지어야 한다"고 외쳤다. '명품아파트'로 소문난 현대 아이파크는 이제 '무서운 아파트'로 전락했다.

HDC현산은 지난해 6월 광주시청 브리핑실에서 학동 붕괴 참사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후 현대산업개발은 법정에서 불법 하도급 사실을 부인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데 급급했고 재발 방지를 위한 진정성 있는 후속 조치가 없었다. 모든 것이 빈말이었다. 이번에야말로 철저한 수사로 위아래를 가리지 않고 처벌해야 한다. 건물 신축현장 사고에 무관용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길이다.



서미애
논설실장 겸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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