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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그림자 신생아들'…신고누락 사각지대 여전

광주·전남 '출생 미신고 아동' 유기·방치 잇따라
법무부, 작년 출생통보제 개정안 도입 입법 예고
출산 음지화 등 부작용 우려…"인식 개선 필요"

2022년 01월 10일(월) 19:30
[전남매일=김민빈 기자]

태어나자마자 부모로부터 버려지는 신생아 유기·방치 범죄가 잇따르면서 법과 행정의 테두리 밖에 있는 ‘출생 미신고 아동’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해 법무부는 출생사실을 의무 등록하는 ‘출생통보제’를 입법 예고했으나, 해당 제도는 시설 밖 출산 아동을 보호할 수 없을뿐더러 출산을 알리고 싶지 않은 미혼부모를 더욱 음지로 몰아넣는 등 사회적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0일 광주·전남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광주·전남지역 신생아 유기 범죄 사건은 해마다 5건 이하인 것으로 파악했다.

전문가들은 유기 당시 발견되지 않았거나 발견됐어도 사람들의 무관심으로 신고되지 않는 경우 등이 있을 수 있어 통계에 잡히지 않은 사례를 전부 합하면 영아 유기 건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광주·전남지역에서 영아유기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9월 여수에서는 갓 태어난 아기를 쓰레기봉투에 넣어 유기한 20대 여성 A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여수의 한 다세대주택 원룸촌 화장실에서 여자아이를 출산한 뒤 쓰레기봉투에 넣어 거주지 주변에 버린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조사 결과 임신 사실을 주변에 숨겨온 A씨는 양육에 부담을 느껴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또, 지난해 여수에서는 생후 2개월 된 영아를 방치해 숨지게 한 뒤 냉장고에 2년 동안 숨겨두고 생활한 40대 여성 B씨가 경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당시 비혼 상태로 아이를 낳은 B씨는 출생 신고를 하지 않은 채 혼자서 아이를 양육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출생신고는 기관에서 의무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낳은 부모가 자발적으로 하고 있다 보니 이처럼 신고가 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신고되지 않은 아동은 유기·방치 등의 학대에 노출 위험이 클 뿐 아니라 교육과 의료진료 사회보장에 대한 접근에도 제한을 겪게 되며, 학교 입학·전학 거부 또는 건강보험에도 가입할 수 없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법무부는 지난해 6월 출생통보제 도입(가족관계등록법 개정)을 입법 예고했다. 산모의 출산을 담당한 의료기관이 친모와 아이의 정보를 의무적으로 국가에 통보하도록 해 보호하는 제도다.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신생아가 태어난 의료기관의 장은 7일 이내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모의 이름, 출생자의 성별 등을 송부하고, 심평원은 이를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해야 한다. 지자체는 이러한 통보에도 불구하고 등록이 누락된 아동이 있으면 부모에게 7일 이내 출생신고를 하라고 알리고, 이후에도 출생신고가 이뤄지지 않으면 지자체장이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 직권으로 출생 사실을 등록해야 한다.

그러나 출산통보제가 시행될 경우 출산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은 여성들이 병원 출산을 더 꺼리게 돼 시설 외 출산과 유기 범죄 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전문가들은 단순히 제도적 개선만으로는 신생아 유기·방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병원 밖 출산 아동과 미혼모·미혼부를 향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 사회 분위기 개선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배은경 호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출산통보제는 아동을 지키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분명 필요하나, 미혼 및 비혼 출산양육에 대한 제도적 지원과 환경 변화, 사회적 인식개선이 동반되지 않으면 극단적 선택으로 인한 비극이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빈 기자         김민빈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