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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없는 방역조치’…광주 시각장애인 ‘서러운 외출’

QR코드 체크인 항균필름 코팅에 가는 곳마다 ‘장벽’
사회적 고립 심화…“권리 신장 위한 지원책 마련해야”

2021년 10월 25일(월) 19:01
[전남매일=홍승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시각장애인들의 이동 환경은 더욱더 척박해지고 있어요. 승강기 조작 버튼에 부착된 향균 필름부터 QR 체크 등 시각장애인을 고려하지 않은 방역 장치에 대한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혼자선 밖에 나올 엄두조차 못 내요.”

장애인 육상선수 김모씨(40)는 코로나19 확산으로 홀로 문밖을 나서기가 두려워졌다고 토로했다.

매일 걷던 길을 걷지만, 집 현관문을 나서자마자 엘리베이터에서부터 고역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평소 같았으면 승강기 버튼에 부착된 점자로 아파트 층수를 파악했지만,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향균 필름이 덮이면서 점자를 인식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김씨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점자는 유일한 길잡이지만, 점자 위로 향균 필름이 부착되면서 활동 폭이 예년에 비해 많이 줄었다”며 “혼자 엘리베이터를 탑승할 경우 다른 층에 내린 경우도 있는 데다 벽에 설치된 손잡이 또한 향균 필름으로 인해 어디로 이동하는지 알기 어렵게 됐다”고 호소했다.

우여곡절 끝에 목적지에 도착하더라도 김씨는 또 다른 난관이 이어져 혼자 힘으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답답한 심정을 털어놨다.

카페나 음식점 등 실내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하려면 방역수칙에 따라 QR코드를 인증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QR코드 유효시간인 15초 이내에 단말기에 정확히 인식하기 위해서는 3~4번을 반복하는 경우는 허다하고, 수기로 출입명부를 작성하는 일마저도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이뿐만 아니라 무인 판매시설인 ‘키오스크’의 도입으로 시각장애인 대다수는 불편함을 겪으며 생활하고 있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할 무인 자동화 시스템인 ‘키오스크’가 시각장애인에게는 또 다른 차별과 배제의 장벽이 되고 있다.

안마업 종사자 오모씨(50)는 “키오스크가 도입된 이후 종업원들이 주문하는 손님에게 관심이 많이 떨어졌다”며 “특히 패스트푸드점을 가본 지도 오래됐고, 코로나19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면서 다른 사람에 말을 걸기가 쉽지 않아 종업원들에게도 주문 도움을 요청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처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시행 중인 방역 장치들이 시각장애인들의 일상생활에 큰 장애물로 전락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코로나 시대를 맞아 도입된 QR코드 인증이나 키오스크는 물론 여가문화나 사회활동이 비대면 방식으로 재편됨에 따라 시각장애인들의 사회적 고립은 더 심화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출입자 명단 관리로 전자출입명부(QR코드), 안심콜 서비스, 수기명부작성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다중이용시설 출입시 발열체크 등 방역 수칙을 실시하고 있다.

또,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외식업체의 키오스크 도입률은 최근 2년간 세 배가 넘도록 증가했으며, 이중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키오스크 도입률은 60%가 넘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장애인 단체에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시각장애인들의 활동반경이 더 좁아지고 있다며, 이동권 등 권리 보장을 위한 세밀한 지원책과 함께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광주 시각장애인복지센터 관계자는 “키오스크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인, 어린아이를 포함한 사용이 어려운 모든 사람이 해당하는 차별이다” 며 “해외 선진국은 법률 제도를 통해 무분별한 키오스크 사용을 제한중이고 우리나라 또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광주시각장애인연합회 김민석 권익옹호팀장도 “코로나19 이후 시각장애인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진게 사실이다”며 “장애인들이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를 잃지 않도록 행정기관의 큰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참여연대와 9개 장애인단체는 최근 코로나19 유행 이후로 이용 빈도가 늘어난 무인발권기(키오스크)가 장애인들에겐 차별에 해당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들은 “공공기관의 공공서비스를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접근을 보장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에 대한 헌법상 평등권의 침해이며 인권침해”라며 키오스크가 장애인차별금지법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이 재화·용역의 제공과 정보접근권 등에서 비장애인과 차별을 받으면 안 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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