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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린 세 상

재선을 하려거든
'갈등 잠잠' 선거 의식한 행보
벼랑 끝서 한발 내딛는 심정

2021년 09월 26일(일) 18:16
"기존의 상식을 뒤엎어야 하오. 위축되면 더욱 그대의 길은 멀어진다오." 재선을 노리는 지자체 단체장에게 어느 '도인'이 이런 메시지를 보낸다면 하고 상상해본다. 요즘 단체장들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하는 듯 조심조심 움직이고 있다. 대놓고 지역 내 갈등을 촉발하다가는 표 날아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말하지 않더라도 이심전심으로 잘 알고 있는 사항이다. 혹시 단체장 사이에라도 대결 국면이 발생하면 타격이 크다. 상생이 시대정신이니 만큼 이에 반하는 행동은 욕먹기 십상이다. 갈등의 소지가 있는 현안 및 개발 사업의 경우 재선 후로 미루는 게 상식이다.

군 공항과 민간공항 이전을 놓고 냉전을 거듭하는 광주와 전남 행정당국이 서로 조용한 행보를 보이다 못해 피하는 듯한 분위기도 이런 상식의 연장선에 있지 않은가. 오히려 광주와 대구 사이에, 또는 전남과 경북 간 교류 협력이 활발한 듯하고 이런 모습은 광주·전남 양 행정당국에 쏠리는 시선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다.

광주·대구 달빛내륙철도 추진에 따른 동서화합의 교류 행사, 그리고 전남과 경북의 상생 협력회의 등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중요하긴 하지만 왠지 '한 식구 광주와 전남'이란 본질을 외면하고 있는 느낌이다.

시야를 좀 좁혀 지자체 내에서의 단체장 행보를 보자. 당연히 갈등이 있어야 할 곳에 그런 양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암묵적으로 선거를 의식한 행보로 비치는 측면이 없지 않다. 현재 광주지역은 공공성의 명분이 강한데, 이렇게 말하면 속이 갑자기 거북한 일부 층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각종 대규모 개발사업 또는 기업 유치에 공공성과 상업성의 가치가 충돌하며 파열음을 내는 수준까지 가고 있다. 전방과 일신방직의 재개발을 놓고 그러는 중이며 일찍이 어등산 개발사업 문제에서도 그랬다.

이외에도 평동 준공업지역 개발과 신양파크호텔 부지 활용 방안을 둘러싸고 얼마간의 이해충돌이 있었다.

주민과 현지 상인, 업체, 시민단체 등이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행정 당국이 이들의 눈치를 보는 일이 많았다. 행정 당국은 민관협치란 제도적 명분을 통해 의견수렴을 걸쳐 결정하는 절차를 밟았고, 무리 없이 해결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백번 환영할 일이긴 하지만 그 협치의 이면에는 행정 당국의 책임 회피 성격도 있음을 전문가들은 빼놓지 않는다. 꼭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그럴 개연성이 있다는 지적쯤으로 이해하면 좋겠다.

재선을 바라는 단체장은 진정 시민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항시 올바른 방향을 심사숙고해야 한다. 임기 후반 조용한 행보로 임기를 채워가는 것이 재선 가도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물론 최근 광주시의 '적극 행정'이 눈길을 끄는 건 사실이다. 앞서 추석맞이 다양한 민생대책을 내놓는가 하면 취약계층과의 간담회를 통해 니즈(Needs)를 충족시켜주는 모습 등은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그러나 좀 더 과감하게 나아가야 활로가 열린다. 여권 대선 예비후보 이재명 지사가 인기를 누리는 것은 주저주저 하지 않는 캐릭터의 영향이 클 것이다.

코로나19로 가라앉은 시대적 분위기를 리더로서 업(Up)해야 하는 측면과 자동적으로 맞닿아 있는 게 아닌가 한다. 마치 비가 오고 기분이 가라앉는 날 기름진 빈대떡이나 호떡이 자연스레 당기는 이치와 비슷하다고 할까. 이래서 이 후보에겐 천운이 작용하는 것 같다고 하면 과장일까.

얘기를 다시 돌아와서 하면 지자체장은 사실 재선을 하고 못하고와 관계없이 지역발전을 위해 백방으로 뛰는 것이 최우선이다. 재선하려는 생각이 자꾸 앞을 가리거든 벼랑 끝에서 한걸음 더 내딛는 심정으로 전진해가야 한다. 이 경지에선 재선을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고 나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할 때 비로소 재선 성공의 문턱에 다가와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것은 언어와 생각의 범위를 뛰어넘는 것으로 도인의 영역이라고 필자는 주장한다.

"기존의 상식을 뒤엎어야 하오. 위축되면 더욱 그대의 길은 멀어진다오."란 도인의 메시지를 상상해본 것도 이런 측면에서다. 한낱 장삼이사의 헛생각이라고 여기면 어쩔 수 없다. 그렇다면 그냥 소시민의 조그마한 바람 정도로 봐주면 좋겠다.





정진탄
월간국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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