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매일=임채민 기자]“수십 개의 폭탄이 터진 줄 알았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렇게 처참한 사고현장은 처음 봅니다.”

광주 동구 학동 철거 건물 붕괴사고 현장 주변에 모인 인근 시민들은 17명의 사상자를 낸 참사가 전쟁터를 방불케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10일 오후 1시께 동구 학동 붕괴사고 참사 현장은 참혹했다. 낡은 철근들은 휘어져 있었고 폐자재들도 널브러져 있었다. 건너편 버스정류장까지 파편이 날아가 유리는 깨져 있었고 땅에는 유리, 콘크리트 파편들로 가득했다. 매몰됐던 버스정류장은 다른 곳으로 이동했고 천막으로 만든 임시 버스정류장이 현장에서 약 50m 떨어진 곳에 설치돼 있었다. 건너편 버스정류장에는 이를 바라보는 50여 명의 시민들이 당시 상황을 이야기 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인근 상인 한 모씨(56·여)는 “폭탄이 터지는 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와보니 희뿌연 먼지로 앞이 보이지 않았다”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런 사고현장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목격자 문 모씨(23·여)는 “사고현장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러 가는 상황이었다”며 “붕괴 사고로 버스정류장은 보이지 않았고 유가족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내가 묻혀야 하는데…’라고 말하며 울고 있는 모습을 보니 콧등이 시큰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약 5분 후 포크레인이 와서 더미를 들어내니 그 속에서 한 분이 피를 흘리며 걸어 나오는 것을 봤다”며 “이후에는 공사 관계자가 가스가 새는 것 같으니 인근 시민들은 대피하라는 소리에 그 자리를 벗어났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날 사고 현장에서는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시민들이 모여들어 언성을 높였다.

건설업 종사자 박 모씨(51)는 “건물 철거는 위에서부터 천천히 해야하는데 밑 부분을 먼저 철거하는 작업에서 문제가 생겨 반대쪽으로 넘어졌을 것이다”며 “가림막 또한 평소에 허술했던 것을 보면 분명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학동 주민 김 모씨(55)는 “평소에도 이곳을 지나갈 때면 안전장치도 허술했고 폐건물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아 불안했다”며 “허술한 관리로 인한 예견된 인재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현장을 방문한 김부겸 국무총리는 “안타까운 사고가 난 것에 대해 무엇보다 유족들과 국민에게 죄송하다”며 “건축물 관리법이 새로 제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발생한 부분에 대해 사고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원인을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유족들에게 방문해 문상을 드리고 위로를 해드리는 게 우선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9일 오후 4시 22분께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에서 5층 건물이 인도와 도로방향으로 넘어져 운림 54번 버스가 매몰됐다. 현재까지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해 크게 손상된 버스 후면부 승객 9명은 모두 사망했고 앞쪽에 탔던 4명은 중상, 4명은 경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임채민 기자

        임채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