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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봄, 노란 수선화가 눈에 들어왔다

■신안 지도읍 선도
압해 가룡선착장에서 출발…하루 네차례 뱃길
따스한 봄 햇살 아래 펼쳐진 수선화무리 장관
꽃밭 사이를 걷고 때로는 자전거를 타는 여유

2021년 04월 08일(목) 18:36
푸른 하늘을 이고 노란 수선화가 활짝 피었다. 관광객들이 선도 수선화밭 사이를 걷고 있다.
[전남매일=우성진 기자]신안 선도로 향하는 들머리는 압해도 가룡선착장이다. 기존 무안 신월에서 출항했다면 지금은 이곳에서 배를 타야 갈 수 있다. 선도를 찾기 위해 수도권, 광주권에서 출발했다면 김대중대교를 건너 와야 하고 부산, 여수, 목포권에서 출발했다면 압해대교를 건너오면 수월하게 가룡선착장으로 올 수 있다.

여객정원 155명, 270톤급 천사카페리는 하루 4차례 바닷길을 잡는다. 항로는 압해도 가룡~매화~마산~지도읍 선도~고이~압해도 가룡이다. 원형 모양으로 한 바퀴 휘 돈다. 가룡이 기점이자 종점이다. 첫 출항은 이렇게 돌고, 두 번째 출항은 첫 출항과는 반대 방향으로 가룡~고이~선도~마산~매화~가룡 순으로 뱃길이 변한다. 섬 주민들을 위한 신안군의 정책적 배려와 관광객들을 위한 일석이조 포석이다.

가룡에서 선도까지 오른쪽 방향으로 도는 운항시간은 50분 정도, 그 반대는 30분 남짓 소요된다.

신안군은 이와 함께 이달 9일부터 여객정원 254명, 95톤급 ‘플로피아’호를 투입해 중간 기착지 없이 가룡선착장과 선도사이를 직항으로 하루 4차례 왕복 운영한다. 첫 출항시각은 오전 8시, 소요시간은 35분이다.

◇매미같이 생겼다 해서 ‘선도’

신안군 지도읍 선도는 섬의 생김새가 매미같이 생겼다하여 맵재, 선치도 또는 매미 선(蟬)자를 써서 선도라 불리게 됐다.

따스한 봄 햇살 아래 섬 곳곳에 펼쳐진 수선화 무리와 함께 유채꽃, 보리밭이 바다 풍경과 어우러지면서 섬은 꽃내음으로 가득하다.

봄에는 수선화, 산수유, 목련이 피고 여름에는 청보리, 겨울에는 애기동백이 고개를 내민다. 사계절 아름다운 꽃을 만끽할 수 있다.

노랗게 물든 수선화 꽃 밭 사이를 천천히 걷고 때로는 자전거를 타며 즐기는 여유는 무엇과도 비할 바가 아니다.

지난 1986년 서울 생활을 접고 선도로 귀촌한 현복순 할머니(91)가 평범한 어촌마을인 선도를 수선화의 섬으로 변화시킨 주인공이다.

지금은 몸이 편찮아 병원을 자주 찾는 현 할머니는 섬에 자리를 잡자마자 10여종의 수선화를 심었고 매년 3~4월, 향이 퍼지면서 마을 주민들은 즐거움에 휩싸였다. 마을은 곧 수선화 정원이 됐다.

할머니의 꽃에 대한 사랑과 주민들의 하모니는 신안군의 정책으로 이어졌다. 민선 7기 박우량 군수가 가정마다 수선화를 재배하는 것을 보고 사업을 추진해 작은 섬 선도가 ‘수선화의 섬’으로 변모했다. 여기에 2020년 ‘가고싶은 섬’ 사업에 선정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섬이 됐다. 마을 전체 지붕을 노란색으로 채색했다.

현 할머니는 ‘도화지에 그림을 그려놓은 듯 섬 곳곳마다 수선화 꽃을 심어, 많은 사람이 보고 향기를 느끼는 모습을 보게 돼 내 마음이 흐뭇하다’고 평소의 기쁨을 전했다.

수선화 모종 판매는 수선화 재배 농가들의 주 수입원이 되고 있다.

신안군은 지난 2018년부터 현재까지 수선화 재배단지 조성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2018년 4.4ha, 2019년 7.8ha, 2020년 7.9ha에 고블렛, 러브데이, 더치마스터 등 다양한 수선화 품종을 대량으로 심었다.

◇수선화는 ‘은 쟁반 위에 놓인 황금 잔’

수선화는 흰 꽃덮이가 노란 덧꽃부리를 받치고 있는 모습이 마치 은 쟁반 위에 놓인 황금 잔 같다 해서 ‘금잔은대’라는 별명이 붙었다. 하늘에 있는 신선을 천선, 땅에 있는 신선을 지선, 물에 있는 신선을 수선이라 했다. 수선화가 곧 수선이리라.

동화작가이자 원예가인 타샤 튜더는 ‘수선화 없는 생활이란 생각할 수 없다’고 했다. 수많은 꽃을 기르고 정원을 가꾼 그녀는 수선화에 대한 사랑을 이렇게 표현했다. 매년 가을 엄청난 양의 구근을 심었다고 하니 달콤한 향기를 내뿜는 수선화의 매력에 푹 빠졌던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시인 호메로스도 수선화를 찬양하는 시를 지었을 정도로 수선화는 예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온 꽃임에 틀림없어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꽃말은 ‘자기애’.

◇선도 사람들의 삶은 치열하다

선도 사람들의 주 소득원중 하나는 낙지잡이다. 대부분 주낙으로 낙지를 잡지만 횃불을 밝히고 맨손으로 잡기도 한고 삽으로 갯벌을 파서 잡기도 한다. 갯벌 낙지 맨손어업은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됐다.

선도에서는 한 때 40여가구의 주민들이 지주식 김 양식으로 소득을 올렸다.

하지만 김 양식이 대규모화, 기계화됨으로써 소규모 지주식 김양식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선도에서는 지주식 김 양식을 고집하고 있다.

김 양식은 지주식과 부유식이 있다.

지주식은 바다 바닥에 기둥을 박고 그 기둥에 김발을 붙들게 해 양식하는 방식이다. 반면 부유식은 김발을 부유물을 이용해 바다 위에 띄워 양식하는 방법이다. 수심이 얕고 밀물과 썰물의 차가 큰 바다에서는 지주식을, 수심이 깊고 조수간만의 차가 적은 바다에서는 주로 부유식을 이용한다.

지주식은 밀물에 김 양식 그물이 바닷물에 잠기고 썰물이면 지주에 매달린 김이 햇빛에 드러나게 된다. 바닷물이 들고 나면서 햇빛에 파래가 없어지기 때문에 지주식 김은 염산을 사용하지 않는다.

또한 충분한 광합성을 일으키기 때문에 김 본래의 맛과 향을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 선도의 지주식 돌김은 게르마늄이 풍부한 청정갯벌과 큰 조수간만의 차이로 넉넉한 일조량과 해풍을 받고 자라서 전국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빌보드 차트를 휩쓴 세계적인 한국 보이그룹 BTS가 브랜드가치를 높여 전 지구적 한국제품 판매에 많은 기여를 하듯 ‘수선화의 섬’은 그 선한 영향력으로 선도의 돌김과 낙지 등 각종 해산물의 값을 올리는 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 게 신안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선도 앞바다는 천혜의 어장으로 손꼽힌다. 이 곳에선 숭어와 농어, 감성돔이 많이 잡힌다. 숭어는 말려 건정을 만들고 내장은 따로 젓갈을 담는다. 농어와 감성돔은 최고의 횟감이다. 섬사람들의 삶은 치열하지만 여유도 넘치는 곳이다.

◇‘이름도 누가 지었는지’

선도에서 고이를 거쳐 가룡선착장으로 돌아오는 뱃길, 문득 떠올랐다. 지난 2007년 5월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한국 해군의 첫 번째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진수식이 열렸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기념식에 참석, 훈훈한 연설을 했다. ‘오늘, 우리 해군이 세계 최고의 성능을 가진 배를 가지게 된 날입니다. 이름도 누가 지었는지 ‘세종대왕함’입니다. 어떤 역사학자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세종대왕 그 시대에 15세기 전반의 전 세계에서 약 50여 개의 과학적 발명이 있었는데, 그중에서 우리 한국이 22개를 개발하고 중국이 3개, 일본이 1~2개, 나머지 전 세계, 이렇게 했다는 겁니다. 말하자면 세종대왕 시대의 과학기술 문명이 가장 발달했던 시기라고 말할 수 있지요. 우리나라 국력이 그 어느 때보다 융성했습니다. 그러므로 동북아시아의 평화가 유지됐던 때 였습니다’.

이렇게 바꿔봤다. ‘오늘날 신안군은 세계최고의 바다 위 꽃 정원을 가졌습니다. 그 가운데 이름도 누가 지었는지 ‘수선화의 섬, 선도’입니다. 신안군에 의하면 신안은 1004개 섬을 무지개 빛깔로 가꿔 국내는 물론 해외 언론도 주시하고 있습니다. 신안군의 섬들은 그 어느 곳보다 화려하고 풍요롭습니다. 그러므로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때 우리에게 희망과 웃음을 안겨주는 곳 역시 신안의 아름다운 꽃섬들입니다’.



/우성진 기자



선도에 핀 노란 수선화.
현복순 할머니의 ‘수선화의 집’ 풍경. 소나무는 씩씩하고 수선화는 봄 볕 아래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수선화 카페 정원 앞 마당. 고사한 줄 알고 마당에 심었던 고목에서는 가지가 자라 주민들을 놀라게 했다.
선도 곳곳에 심은 수선화.
봄이 찾아오자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며 마중나온 선도 수선화.
노란색과 하얀색의 수선화가 선도를 가득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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