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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엄마 엄정애, 버려진 것들로 만든 따뜻한 세상

'충장22' 입주작가 공동전 '인형·재활용전' 참여
위안부·인권·환경 다양한 주제 담은 인형 선봬
"주민들과 미얀마 손가락 구호 만들기 기획중"

2021년 04월 08일(목) 17:32
동구 충장로 5가 ‘충장22’의 카페22에 전시된 엄정애 작가의 작품들.
“세상 모든 것에서 영감을 얻어요. 제가 만나는 사람들, 하루하루 지나치는 모든 것들이요. 종이와 두 손만 있으면 생각하는 모든 것을 만들 수 있죠.”

동구 충장로 5가 문화예술인을 위한 복합공간 ‘충장22’ 1층에는 관람객들의 휴식공간이자 소규모 전시·행사가 펼쳐지는 ‘카페22’가 있다. 이곳에서 진행 중인 ‘충장22 입주작가 공동전시- 인형전&재활용전’에서 엄정애 작가를 만났다.

12년여 동안 미국에 거주한 엄 작가는 지난해 5·18 40주년 행사 일환으로 전남대 시민대학에서 진행한 대형인형 만들기를 통해 광주와의 인연을 시작했다.

“자연과 버려진 물건을 이용해 작품을 만들어요. 사람들이 버리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고 무언가를 살 때도 신중히 생각하길 바라는 마음이죠.”

폐종이로 만든 인형들.
누군가에겐 쓸모없는 물건이 엄 작가의 눈과 손을 통하면 새로운 작품이 된다. 택배 상자, 폐타이어, 커피 필터, 휴지심 등 버려진 것들로 인형을 만들고 색은 주로 아크릴로 표현한다. 우연히 지나가다 받은 핫팩은 인형의 하체를 표현하는 역할을 맡았다.

조그만 액세서리 함부터 일본군에게 끌려가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표현한 작은 인형들, 사람들과 다 같이 만든 거대인형, 멸종위기 두꺼비 모양으로 등에 멜 수 있는 인형 등 그가 만드는 인형은 모양도 의미도 가지각색이다.

“신문지를 붙이는 풀도 밀가루와 물을 이용해 만들어요. 종이를 붙이고 하나의 인형으로 완성해주는 것은 햇빛이 도와주고요. 전 하는 게 없어요. 다 자연이 만들어주는 것이죠.”

이번 전시에는 인형뿐 아니라 엄 작가가 그린 특별한 추상화도 감상할 수 있다. 미국에 있을 때 아이들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그린 그림, 지인과의 만남으로부터 받은 영감을 표현한 그림 등 공통점은 그림 속 인물들에 눈, 코, 입이 없다는 것이다.

“눈코입 없이 그리면 보는 사람들이 본인만의 생각과 느낌으로 더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제겐 소중한 추억이 담긴 그림이죠.”

위안부·환경·인권 등 다양한 주제로 시민들과 인형을 만들고 인형극을 연구하며 활동해온 엄 작가의 지난날은 카페 안에 전시된 사진과 엽서로도 만나볼 수 있다.

사람들과 함께 만든 거대 흑인 인형.
“미국에서 흑인 인권 관련 퍼포먼스를 진행한 적이 있어요. 6개월 동안 시민들과 거대한 흑인 인형을 폐종이로 만들었죠. 멀리서 보면 큰 인형이 혼자 움직이는 거지만 가까이서 보면 사람들이 모여 팔 한쪽, 머리 하나씩을 잡고 직접 움직이고 있어요. 함께 ‘하나둘, 하나둘’ 하며 구령을 외쳤지요.”

엄 작가는 처음 광주에 왔을 때를 기억한다. 그는 오월 기록관을 찾고 다양한 자료를 공부하며 광주의 아픔에 공감했다.

지난해는 5·18 40주년 행사로 당시 세상을 떠난 이들의 얼굴을 본떠 커다란 인형을 만들고 ‘오월시민행진’을 진행하기도 했다. 광주 시민들과 힘을 모아 민주화운동의 의미를 되새겼던 그가 이번에는 미얀마를 위해 시민들과 다시 손을 모았다.

“주민들과 함께 미얀마 손가락 구호 만들기를 기획 중이에요. 미얀마 시민들에게 용기를 주려고 기획했죠. 함께 할 주민분들도 취지를 듣고 기쁘게 참여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미얀마 사태에 관해 관심을 두고 의식을 갖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버려지고 쓸모없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이용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 생명과 의미를 불어넣는 엄정애 작가. 인형을 만드는 것은 늘 행복하지만, 그중에서도 시민들과 함께 만드는 커다란 인형을 좋아한다고 한다. 엄 작가의 훈훈한 웃음을 닮은 정겹고 따뜻한 인형들을 보고 있자니 행복이 오롯이 전해지는 듯 하다.

엄 작가의 작품 전시는 30일까지 관람 가능하다.
/김민빈 수습기자         김민빈 수습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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