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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치와 위트로 가득 채운 인간 이야기

이형우 작가, 안양서 21번째 개인전 ‘멍멍’
“관람객에게 생각할 수 있는 여유 주고싶어”

2021년 04월 07일(수) 13:55
‘The Animals’
[ 전남매일 = 광주 ] 이연수 기자 = “사람들의 리얼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인간의 본성은 알면 알수록 재미있으니까요.”
‘철학적 그림’, ‘읽는 그림’을 그려온 이형우 작가가 안양 온유갤러리에서 21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다. 인간의 본성과 탐욕, 허구를 은유한 신작 21점을 선보인다.

지난 6일 개막해 오는 5월 15일까지 40일간 마련된 이번 전시는 온유갤러리가 야심차게 마련한 초대전이다. 작가는 2017년 이곳에서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 지난해에는 같은 장소에서 코로나19 극복 단체전 ‘헬로우 마스크’에 참여하기도 했다.

전시 주제인 ‘멍멍(Bow! Wow!)’은 개 짖는 소리다. 작가는 다소 우스꽝스럽지만 개 짖는 소리나 사람 소리나 시끄러운 것은 한 가지라는 생각으로 주제를 이렇게 정했다고 한다.

‘무임승차’
작가는 “2017년 온유 전시 이후 3년여 동안 수천장의 드로잉 작업을 하며 체득한 것이 있다. 사실은 사실일 뿐 진실은 아니라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 드로잉 작업 중 그림으로 옮겨 낸 이번 전시 작품들에선 작가의 말처럼 현대인이 갖고 있는 속임수가 은연중에 드러난다. 자신에게 안맞는 신발을 신은 사람, 쉬면서도 남의 것을 탐내는 인간, 스페인의 작은 갤러리 앞에서 기타치는 노인의 모습을 인상깊게 보고 그려낸 작품에도 허구는 숨어 있다. 대부분 작품들의 첫 인상은 재미있지만 느낌은 묵직하다.

기존 작품들에서처럼 여전히 ‘인간의 속성’에 천착하는 그는 “동물들의 진실은 명백하다. 인간만이 감정의 기복, 배신 등 진실을 가늠하기 힘들다”며 “이번 작품을 통해 관람객에게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주고 싶다. 많이 공감하고 웃으며 이를 통해 시각적 즐거움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초보운전’
이번 전시 작품 중 명화를 패러디 한 300호 대작 2점이 눈길을 끈다. 밀레의 ‘만종’과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 한 작품이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속성을 비유한 ‘만종’은 ‘The Animals’란 이름으로, ‘최후의 만찬’은 ‘The Last Joke’로 패러디 했다. 작가는 어떻게 이 대작들을 표현할 방법을 생각하게 됐을까.

“‘만종’은 작업기간만 6개월 넘게 걸렸어요. 많은 화제를 몰고 온 작품인 만큼 내 방식으로 또다른 비유를 하고 싶었던 작품입니다. 많은 내용들이 담겨 있는데, 기도하는 부부 주변엔 농기구 대신 동물농장을 연상케 하는 많은 개들이 있죠. 개들은 다양한 인간들을 형상화 한 것입니다. 신에게 면죄부를 구하는 가장 신성한 행위인 기도에도 불구하고 행동하지 않는 반성에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를 되묻고 있습니다.”

지난해 양림동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이슈가 됐던 ‘The Last Joke’는 그림 가운데 예수를 중심으로 지난 3년간 뉴스에서 접했던 다양한 인간의 모습이 패러디 됐다. “해석은 관람객의 몫”이라고 작가는 일축한다.

이형우 작가
이밖에도 120호, 50호, 30호 등 다양한 크기의 작품들에선 작가 특유의 재치와 위트로 가득 채운 인간들의 스토리가 펼쳐진다. 소설이나 영화처럼 작품 뒷 이야기를 상상하게 하는 작가만의 ‘촌철살인’ 그림 기법이 흥미롭다.

무리들 속 ‘딴 짓’ 중인 당나귀나 운전자의 표정이 압권인 ‘초보운전’, 흰 수염에 청바지를 입은 채 신출내기의 어설픔을 풍기는 ‘늦은 인턴’, 장난감 자동차에 짓궂게 발을 걸친 ‘무임승차’등 표현기법이 신박하다.

수탉에게 “어서 날아봐”라고 부추기는 카우보이, 여행 트렁크에 짐만 싼 채 ‘아무데도 못 가는’ 남성, 날으는 새를 동경하는 안락의자 위의 사모님 등 짓궂고도 나약하고, 욕심 많고 허세 가득한 인간의 모습은 이중적이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언어”라고 강조하는 작가의 그림언어 속엔 그 아름다운 언어로 말을 만들고 꾸며내는 불편한 진실도 숨겨 있기에 웃으면서도 오랜 여운이 남는다.

3년만에 수도권 전시를 여는 작가는 “코로나19로 많이 힘든 상황인데도 안부와 위로를 전하는 이들에게 작품으로 인사를 건넬 수 있어 설렌다. 이번 전시 이후엔 또 새로운 변화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조형 구현에 대한 부담도 있지만 이미 변화는 진행되고 있다. 좀 더 유희적이고 과감한 작품을 도전해 볼 생각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2019년 호주 멜버른과 골드코스트 갤러리 소속으로 해외 팬들을 확보하며 그림을 판매해 탄력을 받고 있는 작가는 “코로나19가 오히려 온라인 시장으로 적극 전향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판매시장을 넓혀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연수 기자         이연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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