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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아이들을 부르는 전남의 농산어촌학교

<특별기고> 장석웅 전라남도교육감

2021년 02월 25일(목) 18:18
“어차피 어차피 / 3월은 오는구나 / 오고야 마는구나 / 2월을 이기고 / 추위와 가난한 마음을 이기고 / 넓은 마음이 돌아오는구나 ~”

나태주 시인의 ‘3월’이라는 시의 한 구절이다. 그렇다. 올해도 어김없이 봄은 우리 앞에 다가왔다. 매년 맞는 봄이지만 올해는 더 애틋하다. 코로나19와 싸운 지난 겨울이 유난히 춥고 힘들었던 탓일 게다.

3월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는 또 있다. 며칠 뒤 3월이 오면, 반가운 손님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도시 아이들이다. 흙을 찾아 전남의 농산어촌으로 유학 오는 서울의 학생들이다. 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감의 표현을 빌리자면, ‘흙을 밟는 도시 아이들’이다.

작년 12월 서울교육청과 협약을 맺은 뒤 준비해온 ‘농산어촌유학’ 프로그램이 마침내 그 첫 결실을 보게 된다. 초등학생 66명, 중학생 16명 등 모두 82명의 서울 아이들이 전남의 10개 시·군 20개 학교에 전학을 오는 것이다. 단순 전학이 아니라, 주소지를 전남으로 옮기고 6개월 이상 체류하는 유학생 신분이다.

흔히, ‘유학’하면 농촌 아이들이 도시 학교로 진학해 학창생활을 이어가는 모습을 떠올리는데, 이번은 정반대의 상황이다. 서울 아이들은 3월 새 학기부터 전남의 농산어촌 학교에서 정규 교육과정으로 생태 친화적 교육을 받는다.

현지의 친구들과 더불어 소규모 개별화 수업을 받고, 전남의 친환경 식재료로 만든 건강한 급식을 먹는다. 생태환경이 잘 보전된 마을에서 자연과 함께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전남의 작은 학교들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새롭게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어 거리두기 등 감염병 예방에 유리하고, 급변하는 환경에도 흔들림 없이 교육과정을 수행할 수 있음이 증명됐다. 지난해에는 전국 지자체 가운데 최다 등교일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도시에서는 특별히 시간을 내어 참여해야 했던 ‘숲속 교실’도 이곳에서는 일상이 된다. 숲 속을 거닐며 함께 자연의 소리를 듣고 느끼는 시간은 아이들에게 사고력과 감수성, 창의력을 키워줄 것이다.

또한, 여기서는 선생님이 학생 한 명 한 명을 정성껏 돌볼 수 있다. 기초교육에서부터 창의융합교육까지, 학생 눈높이에 맞춘 다양한 특색교육을 한다. 물론 학생 수가 적기 때문에 가능하다.

농산어촌유학은 전남 작은 학교의 이런 장점을 도시학생들과 공유하는 프로그램이다. 전남 외의 도시 학생들이 전남 학교로 전학 와 6개월 이상 생활하면서 생태·환경 친화 교육을 받게 된다. 학생과 가족 유입을 통해 침체에 빠져 있는 작은 학교를 살림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 인구유입 효과도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더 나아가 전남에서의 체류 경험은 가족 전체의 이주로 이어질 수도 있고, 향후 인구증가를 통한 지속적인 전남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다.

코로나19는 삶의 모든 분야에서 급격한 변화를 초래했고 미래를 서둘러 불러들였다. 미래교육도 우리 앞에 성큼 다가섰다. 멀게만 느껴졌던 원격수업이 어느 새 익숙한 장면으로 학교에 정착했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학교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줬다.

학교가 단순히 지식만을 전달하는 곳이 아니라 아이들의 사회성과 인성교육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 가르쳐줬다.

서울 아이들이 코로나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등교수업이 용이한 전남의 농산어촌 작은 학교로 유학 오는 보다 깊은 뜻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생명이 가득한 자연과 만나는 것 - 도시에 사는 우리 아이들도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이다. 이번에 서울교육청과 전남교육청이 함께 손잡고 농산어촌유학 프로그램을 시작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새봄과 함께 전남을 찾아오는 반가운 손님, 어렵게 시골학교 전학을 결정한 서울 학생들을 격하게 환영해주고 싶다.

“아이들아 어서 오렴. 전남의 자연과 함께 지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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