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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폭력에 의해 쓰러져간 시민들

민간인 학살 사건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태안'
한국전쟁 70주기 전국 순회상영…27일 광주극장

2020년 11월 22일(일) 17:32
다큐멘터리 영화 ‘태안’스틸컷.
다큐멘터리 영화 ‘태안’ 포스터.
한국전쟁 시기 충남 태안군에서 발생한 민간인학살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태안’이 전국 순회 상영을 진행한다. 이번 순회 상영은 한국전쟁 70주기를 맞아 당시 국가 폭력에 의해 학살된 민간인들을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해 마련됐다.

영화 ‘태안’은 세월호 참사 유족인 김영오 씨와 태안유족회 이사인 강희권 씨가 출연해 사건을 찾아 나서는 작품으로, 구자환 감독의 경남지역 보도연맹 학살 사건을 다룬 ‘레드 룸’과 민간인학살의 역사를 소재로 한 ‘해원’에 이은 세 번째 민간인 학살 영화다. 이 영화는 전국의 시민과 시민사회단체의 후원, 경남문화예술진흥원과 한국영상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의 제작지원으로 완성됐다.

첫 순회 상영은 지난 21일 경남 창원시 중앙동 메가박스 창원점에서 진행됐다. 상영 이후에는 세월호 참사 유족인 ‘유민아빠’ 김영오 씨와 구자환 감독의 관객과의 대화도 약 1시간 동안 진행됐다.

구 감독은 “관광지로 유명한 소원면 만리포 해수욕장 버스 주차장에 내리면 그 순간 학살의 역사와 마주할 수 있다”며 “그 당시 부녀자라고 불렸던 20대 여성들의 당대 경찰과 치안대에 의해 무차별 학살됐다. 그때 당시 살아남아 지금은 80대 백발노인이 된 그들의 자식들은 그 때를 회상하며 ‘모래밭에 사람을 회 쳐 놓았다’고 표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러나 이토록 처참한 사건이 있었던 학살 현장을 관광객 대부분은 모른 채 밟고 지나간다. 무엇보다 사건을 외면하는 국가와 두려움으로 인해 피해 당사자들이 침묵하며 이 아픈 역사를 지역민들조차 잘 모르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1950년 한국전쟁 당시 ‘서산군’으로 불리던 현재의 ‘태안군’은 국민보도연맹원 학살이 처음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그 해 7월 12일, 태안경찰서에서 최소 115명의 민간인이 학살당했으며, 이에 분노한 시민들이 보복학살을 벌이기도 했다. 인민군 점령기, 일부 지역 보도연맹 유족은 자신의 가족을 보도연맹에 가입시켜 죽게 만든 이들을 학살했다. 태안을 점령한 인문군과 내무소 또한 친일반민족행위자와 우익인사 등 최소 136명의 민간인을 퇴각 직전 서산시에서 잔인하게 학살했다. 중첩된 이 두 사건은 이후 광범위하고 처참한 부역학살로 이어졌다. 경찰과 군인, 치안대는 약 900여명의 민간인을 인민군 점령기 부역자로 몰아 학살했으며, 국가는 이를 묵인하고 방조했다. 심지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지역 사회의 갈등과 적대의식을 뿌리 깊게 내리기도 했다.

구 감독은 “‘넉넉하고 편안하다’는 지명을 가진 태안에서 이런 처참한 학살이 있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70년이 지난 오늘, 이 사건은 대중들의 기억에서 사라졌으나 여전히 침묵하며 과거의 아픔 속에 머물러 사는 유족들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살아남아 태안을 떠난 유족들은 지금까지 고향으로 돌아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는 “저는 이번 작품을 통해 무엇이 이런 학살의 광기를 불렀는지 찾고 싶었다”며 “동시에 치유되지 않는 아픔 속에서 오늘을 사는 양쪽 유족의 고통과 내면 속 이야기도 조명하고자 했다. 이번 영화를 통해 민간인 학살의 참상을 알리는 동시에 치유와 화해를 제시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편, 영화 ‘태안’은 오는 27일 저녁 7시 30분 광주극장에서 상영되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한 사전예약으로만 관람할 수 있다. 정식 극장개봉은 내년 7월이다.
/오지현 기자         오지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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