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김성수의 뮤직 줌(14) 익살과 해학의 스케르초 다양한 감정 음악으로 표현해 내 |
| 2020년 09월 24일(목) 1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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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세도막 형식 3박자의 익살스럽고 쾌활한 곡
교향곡·현악사중주·독주 기악곡서 볼 수 있어
베토벤, 교향곡 2~9번 등 스케르초 즐겨 사용
쇼팽, 마음의 분노·절망감 등 최상으로 표현
일상에서 얼마나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지 잠시 헤아려 본다. 하루에도 수많은 의사소통을 하고, 이 가운데 감정을 소통했을 때 상대방과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경험을 누구나 했을 것이다.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는 “사람은 자신이 아는 것밖에 들을 수 없다”고 했다. 흔하게 범하는 오류가 내 기준에서 생각하고 타인을 수용한다. 때로는 소통을 머리로만 하거나 지식으로 했을 때 상대로부터 완전한 공감을 얻기 어렵고, 소통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결국 불편한 관계는 말에서부터 시작된다. 감정을 어떻게 전달하고 소통하는지가 의사소통보다 더 효과적이고,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진정한 소통이 가능케 된다.
이런 관점에서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 음악은 감성을 전달할 수 있는 감정 덩어리가 아닌가 싶다. 음악에서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은 기쁨, 슬픔, 사랑, 분노, 걱정, 공포, 이별 등 실로 다양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일반적인 감정보다 더 복잡한 감정을 표현한 서양악곡 중에 스케르초(scherzo)가 있다. 보통은 3박자의 쾌활한 곡으로 곡의 구성은 스케르초, 트리오, 스케르초의 겹세도막 형식으로 구분된다. 익살, 해학을 뜻하는 스케르초는 교향곡이나 현악사중주, 독주 소나타의 3악장에 나타나거나 낭만주의 시대 독주기악곡에서도 볼 수 있다.
보통 교향곡이나 실내악 작품에서 나타나는 스케르초는 무거운 소나타 형식과 느린 악장 뒤 가볍고, 익살스러운 세도막 형식의 스케르초를 배치하여 곡의 밸런스를 주고, 작품의 무게를 분산하는 역할을 한다.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은 특별히 스케르초를 즐겨 사용한 작곡가로 그의 교향곡 2번부터 9번까지는 물론 다악장 작품에 빼지 않고 즐겨 사용했다. 특별히 교향곡 5번, 작품 67 ‘운명’에서는 운명의 동기를 변형한 가볍지만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주제를 사용함으로써 작품의 통일성은 유지하되 곡의 흐름은 방해하지 않은 스케르초 악장을 들어볼 수 있다.
베를리오즈는 다장조로 조옮김 된 더블베이스와 첼로의 선율을 ‘코끼리 춤’이라고 말하며 익살스러운 스케르초 악장의 특징을 다시 언급한 바 있다.
베토벤의 교향곡 9번, 작품 125 ‘합창(Choral)’에서는 기존의 3악장에 배치한 스케르초를 2악장에 옮겨 작품의 밸런스를 유지하며 유기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일반적으로 팀파니가 5도 간격으로 조율되는 특징을 여기서는 바장조의 옥타브로 조율해 푸가가 사용된 주제의 모방을 자연스럽게 유지하고 있다.
피아노 소나타 중에서도 베토벤의 스케르초 사랑은 계속된다. 앞서 교향곡과 비슷하게 4개 악장 구성가운데 3악장에 스케르초를 배치하는데 피아노 소나타 2번, 3번, 12번, 13번, 15번, 18번, 29번, 31번 등에서 그 특징들을 살펴볼 수 있다.
베토벤 생애 가운데 말기에 작곡된 ‘합창’ 교향곡의 두 번째 악장으로 스케르초를 배치시킨 것처럼 그의 피아노 소나타 가운데 역작으로 꼽히는 29번 작품 106, ‘함머클라비어(Hammerklavier)’와 31번 작품 110 역시 두 번째 악장에 스케르초를 배치했다.
이들 말기 작품의 스케르초 다음 악장은 장중하고, 무겁운 느낌의 느린 악장을 배치하여 스케르초의 성격을 보다 도드라지게 나타낸다. 즉 1악장의 다소 엄격한 소나타 형식 뒤에 오는 스케르초 악장의 생기발랄함과 앞 악장에서 언제 언급했냐는 듯이 익살스럽고 해학적인 부분은 더욱 부각된다.
낭만주의 시대는 고전시대에 사용된 교향곡이나 독주 기악 소나타에서 나타나는 스케르초 악장을 하나의 독립된 악곡 형식으로 발전시킨다. 스케르초의 기본적인 특징은 유지하되 기악 독주곡에서는 조금 더 기교적인 면모와 그래서 더 화려한 독주곡의 양상을 엿들을 수 있다. 특히 쇼팽(Frederic Chopin, 1810-1849)의 스케르초 네 곡(작품 20, 31, 39, 54)을 보면 그 특징을 알 수 있다.
쇼팽은 1830년 11월 2일 음악가로 성장을 위해 폴란드를 떠나 빈으로 출발해 이듬해 7월 빈을 떠나 파리에 정착하며 음악가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늘 마음 한 켠엔 고국에 대한 그리움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타국에서 바르샤바혁명을 맞게 되고 폴란드가 러시아에 함락된 소식을 듣게 된 쇼팽은 평생을 조국 폴란드와 가족을 그리워하며 고독한 음악가로 살아야 했다. 음악가로서 정서가 남달랐던 쇼팽이 베토벤의 해학을 표현한 스케르초와 다른 면은 바로 이런 부분이었을 것이다.
리스트(Franz Liszt, 1811-1886)는 쇼팽의 연습곡과 스케르초가 “그의 마음의 그늘진 면을 최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아래와 같이 언급했다.
“그의 연습곡과 스케르초의 대부분은 격한 분노와 절망감을 표현하고, 그것이 때로는 실랄한 빈정거림으로, 때로는 완고한 자존심으로 나타난다. 그의 음악이 갖는 이러한 음울한 측면은 그의 우아함과 아름다움으로 꾸며진 그의 시적인 면만큼 이해되지 않았으며 대중의 주목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쇼팽의 개인적인 성격이 이 큰 오해를 만드는 원인이었음은 틀림없다. 그는 친절하고, 예의 바르며, 붙임성 있고, 조용하고, 항상 쾌활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신계창 역, ‘명곡해설 라이브러리 6권’, 음악세계, 2005, 71p>
스케르초 4곡은 모두 세도막 형식(A-B-A)을 따르고 있다. 빠른 패시지를 통해 극적이고 불안함을 표현한 부분과 명상적이면서 아름다운 노래를 담은 부분의 대비를 통해 드라마틱한 전개를 극대화 하고 있다. 쇼팽은 비로소 스케르초를 통해서 마음속을 가장 적나라하게 토로하는 독자적인 악곡이 되어 우울함과 개인적인 또는 민족적인 반항심을 표현한 것이다.
베토벤이나 쇼팽과 같이 다양한 감정을 담은 작품을 작곡할 수 없어도 이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즐겁지 않을까 싶다. 코로나19로 제한된 일상생활과 매일 접하는 사건사고들까지 무거운 이슈가 많은 요즘 베토벤과 쇼팽의 스케르초로 그들의 숨은 해학과 익살을 찾아보고, 나만의 감춰진 오감을 찾아보자.
/광주시립교향악단 운영실장
교향곡·현악사중주·독주 기악곡서 볼 수 있어
베토벤, 교향곡 2~9번 등 스케르초 즐겨 사용
쇼팽, 마음의 분노·절망감 등 최상으로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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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는 “사람은 자신이 아는 것밖에 들을 수 없다”고 했다. 흔하게 범하는 오류가 내 기준에서 생각하고 타인을 수용한다. 때로는 소통을 머리로만 하거나 지식으로 했을 때 상대로부터 완전한 공감을 얻기 어렵고, 소통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결국 불편한 관계는 말에서부터 시작된다. 감정을 어떻게 전달하고 소통하는지가 의사소통보다 더 효과적이고,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진정한 소통이 가능케 된다.
이런 관점에서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 음악은 감성을 전달할 수 있는 감정 덩어리가 아닌가 싶다. 음악에서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은 기쁨, 슬픔, 사랑, 분노, 걱정, 공포, 이별 등 실로 다양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일반적인 감정보다 더 복잡한 감정을 표현한 서양악곡 중에 스케르초(scherzo)가 있다. 보통은 3박자의 쾌활한 곡으로 곡의 구성은 스케르초, 트리오, 스케르초의 겹세도막 형식으로 구분된다. 익살, 해학을 뜻하는 스케르초는 교향곡이나 현악사중주, 독주 소나타의 3악장에 나타나거나 낭만주의 시대 독주기악곡에서도 볼 수 있다.
보통 교향곡이나 실내악 작품에서 나타나는 스케르초는 무거운 소나타 형식과 느린 악장 뒤 가볍고, 익살스러운 세도막 형식의 스케르초를 배치하여 곡의 밸런스를 주고, 작품의 무게를 분산하는 역할을 한다.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은 특별히 스케르초를 즐겨 사용한 작곡가로 그의 교향곡 2번부터 9번까지는 물론 다악장 작품에 빼지 않고 즐겨 사용했다. 특별히 교향곡 5번, 작품 67 ‘운명’에서는 운명의 동기를 변형한 가볍지만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주제를 사용함으로써 작품의 통일성은 유지하되 곡의 흐름은 방해하지 않은 스케르초 악장을 들어볼 수 있다.
베를리오즈는 다장조로 조옮김 된 더블베이스와 첼로의 선율을 ‘코끼리 춤’이라고 말하며 익살스러운 스케르초 악장의 특징을 다시 언급한 바 있다.
베토벤의 교향곡 9번, 작품 125 ‘합창(Choral)’에서는 기존의 3악장에 배치한 스케르초를 2악장에 옮겨 작품의 밸런스를 유지하며 유기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일반적으로 팀파니가 5도 간격으로 조율되는 특징을 여기서는 바장조의 옥타브로 조율해 푸가가 사용된 주제의 모방을 자연스럽게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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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생애 가운데 말기에 작곡된 ‘합창’ 교향곡의 두 번째 악장으로 스케르초를 배치시킨 것처럼 그의 피아노 소나타 가운데 역작으로 꼽히는 29번 작품 106, ‘함머클라비어(Hammerklavier)’와 31번 작품 110 역시 두 번째 악장에 스케르초를 배치했다.
이들 말기 작품의 스케르초 다음 악장은 장중하고, 무겁운 느낌의 느린 악장을 배치하여 스케르초의 성격을 보다 도드라지게 나타낸다. 즉 1악장의 다소 엄격한 소나타 형식 뒤에 오는 스케르초 악장의 생기발랄함과 앞 악장에서 언제 언급했냐는 듯이 익살스럽고 해학적인 부분은 더욱 부각된다.
낭만주의 시대는 고전시대에 사용된 교향곡이나 독주 기악 소나타에서 나타나는 스케르초 악장을 하나의 독립된 악곡 형식으로 발전시킨다. 스케르초의 기본적인 특징은 유지하되 기악 독주곡에서는 조금 더 기교적인 면모와 그래서 더 화려한 독주곡의 양상을 엿들을 수 있다. 특히 쇼팽(Frederic Chopin, 1810-1849)의 스케르초 네 곡(작품 20, 31, 39, 54)을 보면 그 특징을 알 수 있다.
쇼팽은 1830년 11월 2일 음악가로 성장을 위해 폴란드를 떠나 빈으로 출발해 이듬해 7월 빈을 떠나 파리에 정착하며 음악가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늘 마음 한 켠엔 고국에 대한 그리움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타국에서 바르샤바혁명을 맞게 되고 폴란드가 러시아에 함락된 소식을 듣게 된 쇼팽은 평생을 조국 폴란드와 가족을 그리워하며 고독한 음악가로 살아야 했다. 음악가로서 정서가 남달랐던 쇼팽이 베토벤의 해학을 표현한 스케르초와 다른 면은 바로 이런 부분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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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연습곡과 스케르초의 대부분은 격한 분노와 절망감을 표현하고, 그것이 때로는 실랄한 빈정거림으로, 때로는 완고한 자존심으로 나타난다. 그의 음악이 갖는 이러한 음울한 측면은 그의 우아함과 아름다움으로 꾸며진 그의 시적인 면만큼 이해되지 않았으며 대중의 주목도 끌지 못했다. 하지만 쇼팽의 개인적인 성격이 이 큰 오해를 만드는 원인이었음은 틀림없다. 그는 친절하고, 예의 바르며, 붙임성 있고, 조용하고, 항상 쾌활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신계창 역, ‘명곡해설 라이브러리 6권’, 음악세계, 2005, 71p>
스케르초 4곡은 모두 세도막 형식(A-B-A)을 따르고 있다. 빠른 패시지를 통해 극적이고 불안함을 표현한 부분과 명상적이면서 아름다운 노래를 담은 부분의 대비를 통해 드라마틱한 전개를 극대화 하고 있다. 쇼팽은 비로소 스케르초를 통해서 마음속을 가장 적나라하게 토로하는 독자적인 악곡이 되어 우울함과 개인적인 또는 민족적인 반항심을 표현한 것이다.
베토벤이나 쇼팽과 같이 다양한 감정을 담은 작품을 작곡할 수 없어도 이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즐겁지 않을까 싶다. 코로나19로 제한된 일상생활과 매일 접하는 사건사고들까지 무거운 이슈가 많은 요즘 베토벤과 쇼팽의 스케르초로 그들의 숨은 해학과 익살을 찾아보고, 나만의 감춰진 오감을 찾아보자.
/광주시립교향악단 운영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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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5년 1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