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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해역 어장 갈등 이젠 끝내자

지자체·어민 참여로 해법 찾자
해남·진도어민 갈등 재연 안돼

2020년 08월 02일(일) 18:42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해남과 진도사이에 자리한 마로해역을 놓고 양 지역사이에 갈등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국내 최대 김양식 어장에서 지역갈등이 빚어짐에 따라 해남과 진도 어민들 사이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마로해역 어장갈등이 처음으로 외부에 표출된 것은 필자가 전라남도 수산국장을 지내던 지난 1996년 무렵이었다.

해남 송지면과 진도 고군면간 어장 분쟁이 발생하면서 당시 해남어민은 200여척의 어선을 동원해 해상시위를 벌였다. 이에 맞서 진도지역 어민도 트랙터, 콤바인, 경운기 등 각종 농기계를 가지고 나와 진도대교를 차단하는 등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해상시위와 육상통로 봉쇄 등 양지역 갈등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자 당시 허경만 도지사는 해당부서에 즉각 문제의 원인을 찾아 슬기롭게 해결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전남도의 수산국 업무를 총괄하던 필자는 곧바로 해남군 송지면사무소 회의실에서 어민간담회를 준비토록 조치했다. 승용차를 타고 급히 현지로 내려가면서 어떠한 방법으로 집단민원을 해소할 것인가 깊은 고민을 했지만 쉽사리 해결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사이 어느덧 해남군 송지면사무소에 도착했다. 급히 내려오느라 한순간도 쉬지 못했던 탓에 도착하자마자 화장실을 먼저 찾았다. 급히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화장실 벽에 '간발의 차이'라는 격언이 눈에 띄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두말이 경주하는데 1등을 차지한 말이 2등 말보다 상금을 10배나 더 받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10배 더 빠른 것은 아니다는 글귀였다. 결코 '옷깃' 하나 '간발'의 차이 일뿐이라는 것이다. 이 약간의 차이는 대단히 의미 있는 일로서 곧 사업에서 성공과 실패를 좌우한다는 걸 깨달았다.

필자는 화장실에서 깨달은 내용을 인용해 당시 성난 어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청취했다. 또 분이 풀릴 때 까지 어민들의 의견을 들어주고 난 뒤 필자가 나서서 해남과 진도 어민들이 서로 양보하는 마음으로 질서 있게 김양식을 함으로써 갈등도 없애고 어민소득을 높여가자고 설득해 가까스로 분쟁을 해소했다.

양측 어민들간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지만 화장실에서 봤던 '간발의 차이'라는 글귀를 인용해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렵게 봉합됐던 마로해역 분쟁이 다시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하니 안타깝기만 하다. 그토록 어렵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는데 세월이 흘러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간 것 같아 씁쓸하다.

사실 양 지역간 어민들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좀 더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했다. 마로해역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원인부터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마로해역의 어장은 진도수역 80%, 해남수역 20%로 이뤄져 있다. 지난 1982년 최초로 해남어민들이 1,370ha 면적에서 김을 양식하자 진도어민들은 진도해상에서 해남어민들이 김을 양식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들고 일어나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오랜 갈등 끝에 지난 1999년 양지역 어민들은 일부 뱃길까지 침범했던 어장을 정리하는데 합의를 봤다.

하지만 2010년 어업권 1차 유효기간이 끝나자 진도군이 어장반환을 해남군에 요구하면서 마로해역 갈등은 다시 법정으로까지 가게 됐다.

다행히 법원의 화해조정에 따라 현재 해남군 어민들의 어장 1,370ha는 2020년까지 행사하고 진도군 어민에 대해서는 신규로 1,370ha를 허가해 양 지역 어민들이 소득을 크게 올리고 있다.

하지만 진도와 해남 간 마로해역의 어장 면허 합의 기간이 지난 6월 만료됨에 따라 또다시 갈등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양지역간 갈등이 발생하면 24년 전처럼 해상시위와 교량봉쇄 등 심각한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 해묵은 갈등인 만큼 시위는 매우 격렬한 형태로 이어질 것이다. 이런 위험한 갈등을 미리 통제하고 사전에 관리하지 못했다는 게 아쉽다.

사실 어업권 연장이 한시적이었던 만큼 이 문제는 늘 완전한 해결이 아닌 미봉책에 불과했다. 이제는 마로해역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때이다. 전남도와 해남군, 진도군이 머리를 맞대고 어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어민들도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박재순<광주전남발전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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