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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지역주의’ 개념 자체가 초라해지도록 만들어야"

<전매초대석>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대구 수성구갑)

2020년 05월 25일(월) 09:28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21대 총선에 대한 총평과 향후 정치계획에 대해 말하고 있다. /김생훈 기자
3차례 당선된 경기 군포 떠나 험지 대구 출마

‘사회주의 개헌’ 주장 ‘코로나 19’에 민심 이반

김대중 대통령 ‘홍어’ 교훈 지금도 생생히 기억

민주당에 쓰임새 있는 역할 무엇인지 고민할 터

많은 사람들 만나 대화하면서 안목 넓혀갈 계획

4차산업혁명 시대 새로운 비전 담아내는 노력









경기도 군포에서 내리 3선을 하고 민주당으로서는 험지중 험지인 대구에서 출마한 김부겸 국회의원. 김 의원은 지난 20대 총선에서 당내 득표수 1위, 득표율 2위로 대구지역 국회의원에 당선됐지만 21대 총선에서는 쓰디쓴 고배를 마셨다. 부산에서 잇따라 낙선하며 바보라는 별칭을 얻은 노무현 대통령 못지않게 험난한 길을 걸어가지만 ‘지역주의 타파’라던가 하는 정치적 의미가 부여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지역주의를 거론할수록 선거때마다 되살아나는 걸 경험했기 때문이다. 4차산업혁명의 시대에 지역주의라는 개념 자체가 초라해지도록 미리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그를 만나 21대 총선에 대한 총평과 향후 정치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대구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정치인이지만 호남지역에서 인기가 높다. 이유는 뭐라고 보는지.

▲재경호남향우회가 4·15총선 직후 호남지역 국회의원 당선자를 초청한 자리에 대구지역 낙선자인 김부겸을 불러줬다. 한국정치사의 고질병인 지역주의 타파에 안간힘을 쓰는 것을 지역차별의 최대 피해자인 호남사람들이 안쓰럽게 봐 주는 것 같다. 또 호남정치인들과 교분도 두텁고 지역구는 다르지만 호남의 현안에 관심을 갖기 때문에 호남사람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줄 수 있었던 것이라고 본다. 호남인들의 염원을 반드시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177석을 차지하는 대승을 거뒀지만, 지난 총선에서 당내 득표수 1위, 득표율 2위로 대구지역 국회의원에 당선됐던 김 의원께서는 여의도 입성에 실패했다. 선거 패배 원인은 무엇이었는가.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 19였다. 다른 지역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방역정책이 세계의 표준이 됐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하지만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대구지역의 반응은 싸늘했다. 여기에다 민주당에서 180석을 차지할 것이라는 선거전망이 나오자 선거 막판 대구경북지역 미래통합당 후보자들이 사회주의 개헌을 막아달라는 황당한 읍소를 했는데 이게 먹혀 들어가는 분위기였다. 코로나 19로 냉담해진 민심에다, 이렇게 가다가는 보수정당의 씨가 마를 것이라는 야당 후보들의 위기감 조성이 맞물리면서 민주당 모두 후보들이 낙선했다.

-18대 국회까지 내리 3선을 했던 경기도 군포를 떠나 민주당의 험지인 대구로 지역구를 옮겼다. 쉬운 길을 마다하고 왜 어려운 길을 가는지.

▲갓 정치에 입문했을 때 김대중 대통령께서 홍어를 한점 먹어보길 권했다. 난생 처음 입안에 들어온 홍어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씹어 삼키지도, 그렇다고 뱉지도 못하고 있을 때 김대중대통령께서 “좋아하는 음식도 마음대로 먹지 못하는 게 정치다”고 말씀하셨다. 정치라는 게 본인이 좋아하는 것만 하기 어렵고, 또 편안한 길만 갈 수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지난 20대 총선에서는 인물론으로 민주당 불모지인 대구에서 희망의 싹을 틔울 수 있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인물론만으로 어렵다는 걸 실감했다. 이제는 집권여당이 나서서 30~40대 젊은 후보자들이 미래 비전을 가지고 대구경북을 설득하고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줘야 한다. 이런 정책적인 지원과 인물론이 결합할 때 선거철마다 되살아나는 지역주의가 사라질 것이다.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부산시장에 도전했다가 거푸 낙선한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 오히려 더 어려운 길을 가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번 선거에서 느낀 지역주의는 어땠는지.

▲지난 국회의원 선거운동 당시 미래통합당을 감싸는 듯한 일부 대구시민들에게 “왜 저 정당이 대구시민들 것 인냥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미래통합당은 집안에 불효하고 말썽을 부리더라도 내 자식이고, 김부겸과 홍일학은 귀하고 똑똑하지만 내자식은 아니다는 이런 기가 막히는 말을 들었을 때 커다란 벽을 만난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지역주의 벽이 그리 쉽게 깨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잘 안다. 그래서 지난 21대 총선에서 낙선한 대구지역 출마자 12명과 함께한 자리에서 선거에서 두세번은 떨어질 각오를 해라. 떨어지고 나서는 세탁소를 운영하던지 마트를 하던지 버티라고 했다. 그렇게 지역주민들과 같이 부대끼고 살면서 저 사람이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열심히 뛰어야 한다고 충고 아닌 충고를 해줬다. 이 말은 내 자신에게 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달구벌 대구와 빛고을 광주는 달빛동맹을 맺고 서로 교류에 힘쓰고 있다. 올해 초 ‘코로나 19’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대구쪽 환자들을 빛고을전남대병원 등지에서 받아들여 치료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이런 노력에도 지역주의 벽이 견고하다니 안타깝다.

▲광주에서 무려 400여명에 달하는 대구지역 코로나 19 확진자를 받아들여 치료해준 것에 대해서는 대구시민들이 무척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사실 코로나 19가 확산되던 시기에는 대구 의료기관에서 조차 지역 환자를 받아들이는데 소극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광주시가 나서서 대구지역 환자들을 받아들여 치료해줬고, 이를 대구시민들이 지켜봤다. 민간교류에서는 이렇게 성과를 내고 있지만 정치판으로 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최근에는 지역주의 위에 진영논리가 더해지면서 특정지역은 진보, 특정지역은 보수 이렇게 나뉘고 있다.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대표 출마를 비롯해 여러 얘기가 오가고 있다. 특히 지역주의를 깨 부수는데 온 몸을 던진 것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걸어온 길과 비슷하다. 지난 총선에서도 대권도전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는데 향후 계획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총선을 앞두고 1년이 넘는 시간동안 대구에만 올인을 했다.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을 말하기에는 시의적절치 못한 상황이다. 우선은 지난 총선에서 도움을 주신 분들과 선거구민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있다. 이런 게 마무리되면 서울과 대구를 오가면서 앞으로 대한민국과 더불어민주당에 어떤 쓰임새 있는 인물이 될 것인지 역할을 찾아볼 생각이다. 많은 분들과 만나 안목을 넓히고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과제에 대해 고민을 하겠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여야간 정쟁으로 각종 개혁입법 제정에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는데 21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의석수 177석을 확보한 슈퍼여당이 됐다. 지난 총선결과에 대한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20대 국회에서는 사사건건 여야가 대립하느라 정치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서는 야당의 발목 잡는 정치공세가 있더라도 단호하게 추진할 수 있는 힘을 국민들이 줬다고 본다. 그렇다고 야당의 의견을 무시하고 밀어붙이기식 정치를 하거나, 정치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그렇다는 말이다. 우선은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21대 국회에서 거대 여당인 더불어 민주당이 실현해야 할 정치적인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지난 국회에서는 사회양극화를 해소하는 관련 법규를 하나도 제정하지 못했다. 이젠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쇼크 등 각종 외부 요인으로 발생하는 경제위기를 잘 견디기 위해서라도 사회경제적 법률과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국민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전국민 고용보험과 사회안전망, 복지체계 등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민주당은 국민들에게 이런 정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흔들림없이 추진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지난 국회에서 실패했던 검찰 등 사법기관의 개혁도 이뤄내야 한다.



-지역주의 벽을 깨는 노력을 앞으로도 계속 할 것인지.

▲정치권은 물론 언론에서도 이제 지역주의 자체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된다. 자꾸 지역주의를 만지고 거론하면 상대 역시 선거때만되면 그걸 불러낸다. 4차산업혁명의 시대에서는 그런 지역주의가 초라하게 만들어야 한다. 20-30대 세대는 지역과 정당의 동일성에 대한 폐해가 상대적으로 작다. 이제는 그 세대가 공감하는 그런 비전을 만들어 나아가야 한다.







/대담=박원우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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