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밥을 광주를 대표하는 소울푸드로 만들겠습니다.”

광주 주먹밥 판매점 ‘밥콘서트’를 운영하는 권영덕 대표(31)의 목표다.

권 대표는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이 다가오면서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며 “5·18을 겪지 않은 세대가 주먹밥을 판매하고,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등에 대한 궁금증이 많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식당을 운영하는 부모의 일을 도우며 자연스럽게 창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창업 아이템을 고민하던 중 광주시에서 주먹밥을 대표음식으로 선정, 전문 판매점을 선정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했다. 판매 전문점에 선정된 후에는 요리연구가와 함께 메뉴 선정과 조리법 개발 등을 함께했다.

그는 “5·18을 겪지 않은 세대지만 광주 주먹밥의 상징성과 의미를 잘 알고 있다”며 “부모님도 음식장사의 어려움을 경험해봐야 한다며 지지해줬다”고 말했다.

상호‘밥콘서트’는 주먹밥 주재료인 쌀과 축제의 의미를 담았다. 지역의 쌀과 묵은지, 재철 식재료를 활용해 10여가지의 주먹밥과 ‘5180주먹밥세트’ 등을 판매하고 있다. 가격대는 2,000원대부터 1만3,000원까지 다양하다. 대표메뉴인 ‘5180주먹밥세트’는 매일 다른 주먹밥 2종류와 광주 대표음식인 상추튀김, 멸치국수, 떡볶이로 구성했고, 가격도 저렴해 인기다.

권 대표도 코로나19에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 2월 문을 열고 이틀만에 광주에서 코로나19 확진환자가 발생했다.

그는 “코로나19로 가게 오픈발을 전혀 받지 못했다. 하루 평균 매출과 판매량 등 가게 운영에 대한 기본 정보와 메뉴에 대한 손님들의 반응 등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역 단체와 기관의 도움으로 대구로 보내는 도시락 등을 제작해 꾸준히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구로 보내는 도시락이 첫 대량주문이었다”며 “도시락 보낼 시간은 다가오는데 수량을 마치지 못해 긴장했지만 좋은 평가를 받아 보람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권 대표는 3개월 식당을 운영하며 잊지 못하는 손님의 사연을 소개했다. 나이가 있어 보이는 분이 홀로 들어와 주먹밥과 소주 한 병을 시켜 먹으며 “1980년 5월 내가 이걸 먹고 밖에서 싸웠다”며 “식당에서 주먹밥을 먹으니 감회가 새롭다. 김에 소금간을 한 옛날식 주먹밥도 팔면 좋겠다”고 한 것.

그는 “그 손님을 계기로 주먹밥이 갖고 있는 무게와 의미를 체감했다”며 “주먹밥이 5·18 당시와 현재를 잇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먹밥 가게를 하는 의미를 더 깊게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주먹밥의 한계와 확장성을 고민하고 있다. 5·18을 겪지 않은 젊은이들에게 주먹밥은 김밥, 밥버거와 같은 간식의 한 종류일 뿐이지만 50대 이상 세대에게는 5·18을 상징하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주먹밥이 갖는 상징성을 유지하면서도 상품성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그는 “광주 주먹밥이 갖고 있는 틀에 갖혀서는 지역 대표음식으로 자리매김 할 수 없다”며 “주먹밥의 상징성을 유지하면서 세대와 연령을 아우르는 메뉴로 자리잡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권 대표는 마지막으로 “연령과 세대를 아울러 편하게 주먹밥을 먹고 의미를 나누는 공간으로 자리매김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주먹밥은 지역 소울 푸드가 될 수 있는 상징성과 스토리를 갖고 있다.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할 수 없다”며 “5·18의 딱딱한 틀을 깨고 간편하게 배 부르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인식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황애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