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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도자 속 전남 도자문화의 우수성 살필 것"

■ 이수미 국립광주박물관장
아시아 도자문화 실크로드 거점사업 추진
신안선 출항 700년 조사보고서도 발간 예정
올해 말 완전 변모된 상설전시실 선보일 것
감동이 있는 박물관 만드는 게 꿈이자 목표

2020년 05월 10일(일) 15:43
국립광 이수미 국립광주박물관장./국립광주박물관 제공
국립광주박물관이 개관 42년만에 첫 여성 관장을 맞았다. 취임 당시 이 관장은 신안 해저 유물의 의미를 강조하며 국립광주박물관이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브랜드인 아시아 도자문화 실크로드 거점사업을 안착시킬 것임을 강조했다. 본지는 이수미 국립광주박물관장을 만나 국립광주박물관의 사업추진 방향과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먼저 늦었지만 취임을 축하드린다. 취임 후 한 달이 조금 지났는데, 취임하자마자 코로나19로 박물관이 임시 폐관해 걱정이 많으셨을 것 같다. 취임 후 어떻게 지내셨나.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을 자제하며 박물관 내부의 현황을 찬찬히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박물관을 휴관하는 동안 직원들과 함께 그간 구축한 콘텐츠들을 디지털화하여 온라인상에서 공유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시설 부분에서 보완할 것들을 진행했다. 지난 6일부터 재개관을 했는데 아직 코로나가 종식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방역과 관람객의 안전 등 여러모로 어깨가 무겁지만 관람객들이 오시니 새로운 활기가 생긴다.



-회화사를 전공한 미술사학자이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5년간 교육과장, 미술부장 등 주요 업무를 맡아온 박물관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다. 박물관에 몸담아 일해오시며 느꼈던 아쉬움이나 한계점이 있었다면, 그리고 아직 얼마 되지 않았지만 국립광주박물관에 오셔서 아쉬웠던 점이 있었다면 어떤 부분인가.

▲미술사를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유물이나 작품을 직접 조사해 그것을 주제로 연구하고 전시한다는 것은 최고의 행복이다. 주목받지 못한 작품을 연구하여 그 유물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고 그 중요성을 드러내어 명작으로 만들어 내는 과정 자체가 큰 보람이다. 박물관 학예연구직으로서 이룬 이러한 성과를 특별전이나 각종 활동을 통해서 일반 대중과 공유하고 역사의 자원으로 남길 때 그 의미는 더욱 커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지금 국립광주박물관을 돌아볼 때 아쉬운 것은 상설전시실이 오래되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상설전시실 개편을 준비해 올해 말에 완전히 변모된 상설전시실을 선보일 계획이다.



-광주, 전남 지역문화의 핵심적인 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가. 그리고 주제와 관련된 사업을 추진하실 로드맵이 있으시다면.

▲우리 광주·전남지역은 예로부터 문화와 예술의 고장으로 이름이 높았던 지역이다. 그 깊은 문화와 전통을 몇 마디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렵지만, 굳이 요약해보자면 역시 ‘문향(文鄕), 예향(藝鄕), 의향(義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지역에는 다산 정약용으로부터 뿌리내린 실용적이고 실천적인 유학의 기풍이 있었고, 임진왜란부터 근대기까지 신분을 초월해서 대의명분과 충절을 지키기 위해 일어난 수많은 의병이 있었다. 그리고 소치 허련부터 의재 허백련까지 면면히 이어진 우리나라 남종문인화 전통이 살아 숨 쉬고 있다.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최고급 고려청자를 만들어 냈던 강진 청자 가마터나,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농경 마을 유적으로 알려져 있는 2천 년 전 광주 신창동 유적도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간 국립광주박물관은 이 지역의 이 같은 문화적 자산을 정리하는 작업을 해왔고 이것을 바탕으로 상설전시실을 개편할 계획이다.



-국립광주박물관이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브랜드인 아시아 도자문화 실크로드 거점사업을 안착시켜 새로운 비전을 담은 박물관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실 계획이라고 밝히신 바 있다. 관장님께서 생각하는 비전과 박물관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국립광주박물관은 2018년부터 ‘아시아 도자문화 실크로드 거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광주·전남지역은 앞서 말씀드린 강진 청자가마터 외에도 조선시대 광주 무등산 자락에서 생산된 충효동 분청사기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도자기를 제작한 곳으로서도 중요한 지역이다. 뿐만 아니라 신안선, 즉 1323년 신안 앞바다에서 침몰한 원나라 무역선에서 확인된 최고급 무역도자 1만7,000여 점이 이곳 광주박물관에 소장되어 있기도 하다. 이제는 일상생활에 쉽게 사용하지만 도자라는 것은 지금과 비교하면 최고급 하이테크 기술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세계 도자기 역사 속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 지역의 도자문화를 연구하고 또 소개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전시와 연구 그리고 발굴조사나 세미나같이 여러 방면에 걸쳐서 관련 사업들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 12월에 박물관 1층에 새로 문을 열 ‘아시아도자문화실’에서는 고려청자나 조선 분청사기 또 백자 같은 ‘한국의 명품 도자기’를 소개하려고 한다. 특히 신안해저유물을 비롯하여 중국, 일본, 베트남 도자기를 전시하는 공간을 함께 마련해 아시아의 도자 문화가 서로 어떠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해 왔는지 한 번에 감상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2023년까지 ‘신안선 출항 700년 기념사업’을 추진하실 예정이라고 하셨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과 내용으로 이 사업을 추진하고 계시는지.

▲2023년은 신안선 출항 700주년이 되는 해다. 올해를 포함해서 앞으로 4년간 전시, 세미나, 조사연구, 준비위원회 발족, 문화상품 개발, 신안선 유물의 해외 순회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하거나 준비할 예정이다.

우선 2022년까지는 연 2회 신안선 출항 700주년 준비 세미나도 개최 예정이다. 올해 6월에는 ‘신안선 관련 문화상품 개발 전략과 과제’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어 향후 신안선 관련 문화상품 개발의 방향을 모색하려 한다. 신안해저문화재의 기초자료도 지속적으로 구축해 신안선에서 나온 도자 문화재를 체계적으로 정리 및 분류하는 작업을 진행, 조사보고서도 발간할 예정이다. 보고서를 통해 아시아 도자무역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어떤 도자가 국제적으로 교역되었는지, 그 속에서 우리 도자의 위치와 의미는 무엇이었는지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전망한다.



-국립광주박물관과 타 문화기관과의 연계를 강조하셨다. 이와 관련해 어떤 방식으로 협업하고 소통하며 시너지를 내실 예정이신지.

▲현재 광주박물관미술관협의회, 광주문화기관협의회를 통해 다양한 교류협력 사업을 강화해 나가려고 한다. 광주, 전남의 문화정책 비전을 공유하면서 다양한 콘텐츠를 함께 개발하는 공동사업이나 지원사업을 추진하겠다. 구체적으로는 전시나 학술조사, 도록 제작, 세미나, 문화상품 개발과 같은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거나, 유물을 대여해주거나, 또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있겠다. 또 자체적인 보존과학 시설이 부족한 경우 국립광주박물관이 유물의 보존처리를 지원하는 일도 필요할 것이다.



-코로나19 등의 팬데믹 사태가 언제 다시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온라인 등 색다른 국립광주박물관 관람 방식을 도입하실 생각이 있으신지.

▲비대면이 권장되는 새로운 가치관과 생활방식의 시대를 맞게 됐다. 한국 박물관의 역사를 보면 서구 박물관에서 19세기부터 차근히 해왔던 것을 21세기에 압축적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어찌 보면 전통과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실험할 수 있었던 긍정적인 면도 있었던 것 같다.

코로나19‘심각’ 단계에 따라 국립광주박물관은 1978년 12월 6일 개관 이후 처음으로 임시휴관을 했다. 이례적인 휴관에 언제 어디서나 온라인으로 즐기는 박물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누리집에 ‘온라인으로 즐기는 박물관 체험하기’ 코너를 만들어 다양한 VR 자료를 적극적으로 공개했고 현재도 ‘온라인 학습 영상 자료실’을 마련하여 초·중·고 대상 온라인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온라인상에서 가상박물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광주박물관 또한 지금은 시작 단계이지만 완성도도 높이며 향후 학교 연계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 박물관 교육 영역도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끝으로 광주·전남 지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과 앞으로의 포부를 부탁드린다.

▲‘한 나라나 도시를 알려면 박물관에 가라’는 말이 있다. 박물관에는 과거 역사뿐만 아니라 현재 그리고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담겨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전시실에서 직접 유물과 작품을 보면서 느끼는 짜릿함 등 박물관에서의 경험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랜 세월을 이기고 내 눈앞에 놓인 유물을 보면서 우린 많은 것을 상상할 수 있다. 때론 작가가 숨겨놓은 필치를 보며 시공을 넘어서 그 사람을 만난 듯 감동을 받게 되기도 한다. 이러한 경험이 쌓여야 박물관이 삶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물을 보면서 학습한다는 의무감보다는 전시품과의 친근한 만남이 있는 박물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람객 각각 유물 안에서 그것을 직접 관찰하고 감상하면서 좋아하는 작품이 있는 곳 말이다. 그래서 누구나 전시를 보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아름다운 나의 박물관’을 만들고 싶다. 마음이 복잡할 때 누구나 조용히 유물을 응시하며 대화할 수 있는 그런 감동이 있는 박물관을 만드는 것이 꿈이자 목표다.

/오지현 기자



■약력

▲서울 출생 ▲서울대학교 석·박사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 미술부 ▲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 유물관리부 ▲ 미국 하버드대 엔칭연구소 국외훈련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실 ▲영국 브리티시박물관 객원큐레이터 파견 ▲국립중앙박물관 교육문화교류단 교육과장 ▲국립광주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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