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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라 보는 금융권 소사(小事)

박철우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 기획금융팀장

2020년 01월 27일(월) 18:41
2020년 새해가 밝았다. 연말 연초가 되면 으레 저마다 전년의 회고와 전망·다짐들을 쏟아낸다. 여기에 덩달아 필자도 가세하는 것이 민망하기는 하지만 신년벽두에 지난해 금융권 동향을 한번 살펴보는 것도 앞으로의 전개를 관망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몇 개 눈에 띄는 뉴스를 뽑아 보았다.

2019년 중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 불완전판매 사건이 주목을 받았다. 독일 국채금리 등과 연계한 파생결합증권(DLS)을 편입한 사모펀드(DLF)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금리가 수익약정 수준보다 큰 폭 하락하여 대규모 손실을 입게 된 사건이다. 판매잔액 7,950억원에 원금손실률이 평균 53%, 최대 98%까지 발생하였다. 보수적인 은행 고객, 특히 고령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노후자금을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파생결합상품에 투자권유한 것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적합성원칙(고객의 연령·자금용도 등의 확인 및 고객에게 부적합한 상품의 투자권유금지 원칙)과 적정성원칙(고위험상품에 내재된 리스크 등을 판단하여 고객에게 부적정한 경우 이를 고지·확인할 의무) 규정이 사모펀드에는 적용되지 않는 점을 이용하여 DLS를 DLF에 1대 1로 편입한 형태로 은행이 상품을 주도적으로 개발·판매한 행위 등에 대해 부당권유금지, 적합성·적정성원칙 위반 여부 등이 쟁점이 될 수 있고, 상품구조나 손실범위 등에 대한 설명의무 위반 여부에 따라 손해배상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20% 초과하여 원금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고난도 사모펀드·신탁은 은행창구 판매를 금지하는 등의 투자자보호 대책을 마련하였다.

한편, 해외에서는 2019년 6월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의 성격에 대해 화폐도 금융자산도 아닌 '무형자산'에 해당한다는 국제회계기준해석위원회(IFRIC)의 결정이 있었다. 이에 따라 2018년 3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서 가상화폐를'암호자산(crypto-asset)'으로 처음 명명한 이래 '화폐'로 볼 수 없다는 국제사회의 입장은 더 견고해졌다. 2019년 중 암호자산 종류는 5,000개를 넘어섰으며, 대표적인 암호자산인 비트코인의 가격(코인마켓캡 기준)은 연초 3,746.69미달러에서 등락하여 연말 7,271.27미달러로 두 배 가까이 상승하였다.

그리고 지난해 본격적으로 오픈뱅킹(open banking)이 도입·시행되었다. 오픈뱅킹이란 고객의 동의하에 은행이 보유한 고객의 금융정보를 표준화된 형식(API)으로 제공하여 핀테크 업체 등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함으로써 금융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을 말한다. 오픈뱅킹의 시행으로 이제 하나의 은행 앱으로 자신의 다른 은행 계좌정보까지 한꺼번에 조회하고 자금이체도 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은행과 핀테크 업체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다양하고 혁신적인 특화서비스가 출시되어 이용자 편의성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 밖에도 2019년 중에 케이뱅크, 카카오뱅크에 이어서 토스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으로는 세 번째로 예비인가를 받았고, 통화옵션 키코계약 피해기업에 대한 손해배상 분쟁조정결정이 있었다. 온라인대출 플랫폼을 통해 투자자와 차입자를 연계해 주는 P2P대출법(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과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이 제정되어 핀테크 산업에 힘을 실어 주었다. 반면, 국회에 계류된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안은 아직까지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키코 사태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크게 위축된 파생상품시장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투자자보호 없이 금융산업의 발전은 없고 금융소비자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는 금융시장이 성장할 수 없다. 파생상품시장이나 핀테크 산업을 어서 빨리 키우겠다는 조급증으로 투자자보호나 금융보안을 등한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2020년은 우리 금융권도 금융기관과 투자자·금융소비자가 동반자로 공생하는 건전한 금융생태계 구축을 위해 멀리 길게 보고 준비해 가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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