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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생 '을질' 업주 갑질보다 심하다

피해 경험 79.6%…문자로 퇴사 통보 가장 많아
손해배상 청구 사실상 불가능…억울함에 한숨만

2020년 01월 21일(화) 19:04
#1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42)는 아르바이트생에게 성추행으로 신고당하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근무시간에 스마트폰만 보던 아르바이트생의 어깨를 ‘툭’ 치며 일 좀 하라고 했더니 다음날 CCTV 녹화 테이프를 들고 경찰서를 찾은 것이다. A씨는 억울함을 토로했지만 합의금으로 300만원을 줄 수밖에 없었다.



#2 작은 음식점을 운영하는 B씨(52·여)는 일주일 일했던 아르바이트생이 갑자기 문자로 ‘일이 생겨서 오늘부터 일 못 나간다. 돈은 계좌로 넣어달라. 안 주면 노동청에 신고하겠다’는 문자를 받았다. B씨는 순간 화가 났지만 복잡한 일에 휘말릴까 아르바이트 비용을 송금할 수밖에 없었다.



아르바이트생의 을질 때문에 고용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노동자에게 유리한 노동법 등을 악용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이 늘고 있지만 이를 제재할 방안 없이 업주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1일 취업포털 사이트 ‘알바천국’이 지난해 고용주 2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르바이트생에게 일방적 사직 통보를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고용주는 79.6%로 나타났고, 이 중 75.8%는 ‘갑작스러운 사직 통보로 인해 난처했던 경험이 있었다’고 답했다.

통보 유형도 ‘문자 통보’가 37.9%를 차지했고 ‘무단퇴사’도 11.9%를 기록하는 등 아르바이트생의 을질에 업주가 피해를 보는 일은 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을질’이란 ‘갑질’의 반대말로 ‘을’ 뒤에 비하하는 의미의 ‘질’을 붙여 권리 관계에서 약자이지만 갑에게 횡포를 부리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다.

을질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문자로 사직 통보하기 ▲거짓 성희롱 ▲근로계약서 미작성 후 신고 등이다.

고용주들이 이러한 을질을 막거나 손해를 청구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민법 제661조에는 고용 기간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도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경우 각 당사자가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사유가 당사자 일방의 과실로 인해 발생할 때에는 상대방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소송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42)는 “소송을 걸기 위해 노무사를 선임하더라도 상담 1회 비용만 30만원에 이른다”며 “소송에 들어갈 시간과 비용 때문에 포기하게 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업주인 B씨(34)는 “민사소송을 하려면 준비해야 할 서류만 수십개에 달한다”면서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억울하더라도 아르바이트생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속이 편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동청 관계자는 “고용노동부는 사업주들의 노동법이나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을 접수, 적발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아르바이트생에 의해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하는 업주는 없다”면서 “조사 과정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업주들이 있지만 청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위법사항이 없고 억울한 업주의 경우 소송을 통해 손실을 보존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노동자들과 업주들이 정당한 노동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종찬 기자·오지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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