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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단상(斷想)

예전만 못한 크리스마스 경기
사랑의 온도탑 눈금 높아지길
문호성 한국은행광주전남본부 경제조사팀장

2019년 12월 09일(월) 18:30
가을인가 싶더니 어느덧 첫눈 소식을 들으며 마지막 1장 남은 달력을 들추어 본다. 과거에는 이맘때쯤이면 크리스마스 캐럴과 자선냄비의 종소리가 함께 어우러지는 거리의 풍경, 그리고 누군가를 돕자고 하는 캠페인과 함께 기부에 대한 소식들을 일상으로 접하였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크리스마스 즈음에도 캐럴 듣기가 어려워졌다. 캐럴에 대한 저작권 때문이라는데 일반적인 경제적 설명에 따르면 저작권이 보호될수록 창작활동이 활발해져 보다 더 다양한 캐럴을 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캐럴에 대한 저작권이 강조되기 시작한 후에도 이렇다 할 새로운 캐럴이 나왔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고 점점 크리스마스 경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얘기만 들려온다. 이른바 캐럴이 가져다주는 경제적 외부효과만 사라진 것이다. 다행히 몇 해 전 히트한 어느 유명한 애니메이션 영화 주제가가 그 빈자리를 채워줘 위안으로 삼고 있다.

또 이웃 돕기에 대한 온기도 예전보다 못하다는 얘기도 자주 들린다. 그나마 기부와 봉사에 대한 주변 사람들의 시각이 호의적이어서 다행인데 이 역할을 국가가 수행하는 것에 대해서는 저마다의 평가가 다르고 첨예한 찬반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특히 자유시장경제를 주창하는 이들의 경우 국가의 복지지출에 대하여 마땅치 않아하는데 주된 이유는 복지지출이 증가할수록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려고 하지 않게 되어 경쟁과 이익 추구 행위로부터 나오는 경제적 효율성이 저해된다는 것이다. 이른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우리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복지정책을 펴는 나라에서도 경제적 효율성은 우리보다 높은 경우가 허다한 것을 보면 그런 '기우'는 미루어 두어도 될 듯하다. 우리보다 낮은 복지정책을 펴는 나라가 우리 경제보다 더 빠른 성장을 하고 있는지도 살펴보면 좋겠지만 그런 나라를 찾기가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다.

재정의 안정성을 '걱정'하기도 하지만 국가의 복지지출은 재정형편에 따라 결정될 뿐만 아니라 한 국가의 재정에 대해서는 정부는 물론이고 국회, 신용평가기관, 국제기구 등에서 다양하게 감시하고 평가하기에 이 또한 괜한 '노파심'일 듯싶다. 오히려 불평등으로 인한 사회불안과 경제적 불확실성이라는 기회비용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재정은 충분히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다.

뭐 이것저것 따져볼 것이 있겠지만 경제이론에 해박하고 분석 능력이 있는 사람들의 몫으로 남겨두고 다만 세금 더 내기 싫은 사람들의 괜한 '명분'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은 가져 본다.

아마도 기부와 봉사를 실천하는 사람들은 이런저런 '우려와 걱정에 대한 배경 지식'을 모르고 세금은 꼬박꼬박 내어온 사람들이 필시 더 많을 터...

지난 11월 20일에 전남지역 사랑의 온도탑이 그리고 21일에 광주지역 사랑의 온도탑이 제막되었다. 모금기간은 내년 1월 31일까지 73일간으로 목표액은 광주가 53억원, 전남이 99억원으로 목표금액이 채워지면 사랑의 온도 100℃를 달성하게 된다. 또 때마침 올해 정부에서는 저작권 걱정 없는 캐럴 14곡을 소개했다.

하얀 눈이 예쁘게 내리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경쾌하고 따뜻하게 울려 퍼지는 캐럴 속에서 100℃ 눈금에 닿아 있는 사랑의 온도탑을 바라보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해본다. 캐럴이 안 나오니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살지 않아 예전만 못하다는 거리의 경기도 덕분에 더 나아지길 바란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광주지역의 나눔온도는 21.0℃, 전남은 14.3℃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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