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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에겐 날개가 필요하다

전동호 전남도 건설교통국장

2019년 11월 17일(일) 18:56
옷이 날개라 한다. 아침이면 매무새를 다듬곤 한다. 조화롭고 균형 잡힌 차림새를 만들기 위해서다. 사람만이 아니다. 2014년 한여름 어느 날, 날개를 단 막내의 사진이 도착했다. 어디게? '아빠! 그곳도 몰라요. 천사골목이에요. 여수에 있어요.' 2012년 세계박람회를 앞두고 지역민들이 행정기관과 힘을 합쳐 고소동 비탈 담장에 역사와 문화를 입혔다. 구불구불 1,004m가 되었다. 국내외의 큰 사랑을 받으며, 전국에 벽화 붐을 일으켰다. 달랑 날개만 그려진 그곳에 서면 세련된 포즈의 천사가 되니, 누군들 좋아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지금도 여전하다.

천사는 종교적 믿음을 떠나 그냥 좋다. 따뜻하다. 무슨 소망이든 다 들어줄 것만 같다. 그래서 나쁜 천사란 말은 없다. 그런데도 불완전한 천사가 탄생했다. 올 4월 개통한 신안 1004대교다. 차량만 다니게 했다. 사람, 자전거, 오토바이와 킥보드(이하 교통약자)는 다닐 생각도 못한다. 법으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자칫 바람에라도 삐끗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다.

1004대교를 타다 보면 도로 폭이 좁다는 걸 금세 느낀다. 왕복 2차로에 불과해 응급차량조차 비켜가기가 쉽지 않다. 십여 년 전에 '이런 섬까지 누가 온다고?' 했던 결과다. 경제성(B/C)이 없다는 그곳이 요즘 관광차량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동네사람보다 외지인들이 더 많아졌다. 이런 수요를 예측하지 못한 그때 그 전문가들에게 무슨 변명이라도 들어야겠지만 다들 떠난 지 오래다. 얼마 전엔 해양풍광을 즐길 수 있는 다리 위 정차대도 폐쇄했다. 안전을 이유로 봉을 박아버린 것이다. 여유가 없다.

그럼에도 신안군에선 닥쳐올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암태 오도선착장에 3004 이름으로 세일요트를 띄운 것이다. 양 날개를 단 쾌속질주가, 1인당 2만원이나 하는데도 쉴 틈이 없다. 연락선이 끊긴 항구에 새 옷을 입히며 생각을 실천으로 옮긴 섬사람들만의 창작이다. 천사어묵도 나올 차례다. 앞바다가 그 원자재로 넘쳐나기 때문이다. 1004대교 연결도로 확장도 서두르고 있다. 예부터 내 집에 오는 손님에게 물 한잔, 밥 한 그릇이라도 따뜻이 대접했던 우리의 전통대로 불편을 없애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1004는 신안 14개 읍면의 바다에 떠있는 섬의 개수다. 천사 섬으로 브랜드화했다. 1004대교 또한 압해도와 암태도 사이 10.8㎞ 바다를 뛰어넘는 근래 보기 드문 역작이다. 3경간 현수교와 고저주탑 사장교 그리고 다양한 접속교까지 넣었다. 최근엔 특정바람(6~11m/sec) 때 발생했던 와류진동에 대한 제진장치(TMD)도 달았다. 어떤 여건에서든 흔들림 없이 신안 아래 섬 4개 면의 관문역할을 수행하게 됐으면서도, 더 멀리 동북아 평화의 섬 하의도까지 찻길로 소통하는 소망을 갖고 있다. 또 돈 문제가 따르지만 국민의 행복을 위한 국가의 의무다. 멈출 순 없다.

1004대교가 완전해지려면 교통약자도 다닐 수 있게 해야 한다. 장애인을 배려하는 일과 같다. 결코 경제성만 따질 수는 없다. 그러려면 확장이 필요하나 난간을 철거하고 콘크리트와 강판을 덧대는 보강이 쉽지만 않다. 그렇다고 진도대교처럼 쌍둥이 다리를 하나 더 놓자니, 10여년의 기간과 기존 교량 5,800억 원 보다 더 들아갈 것으로 보여 예산부서 설득에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바로 천사의 날개다. 이미 미국에서 시도했다. 1936년 개통한 샌프란시스코~오클랜드만 연결 13.5㎞ 베이브리지에 자전거 통행 시설을 달아 준 것이다. 우리가 못할 게 뭔가? 세계적인 설계능력과 시공기술을 활용한 최소비용으로 설계, 제작 및 설치까지 3년이면 가능할 것이다. 고정하중 추가 문제는 플라스틱, 유리섬유 등을 혼합한 고강도 경량 합성자재로 해결하면 된다. 완공이 되면, 시드니 하버브리지 워킹투어 등 이름난 관광지보다 더 명품을 만들 수 있다. 우리는 늘 생각을 현실화로 꽃 피워 왔기 때문이다. 뭉게구름 위로 붉은 노을이 아름답게 내리는 늦가을 어느 날, 1004대교 날개에 기대어 천사가 되는 꿈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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