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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에 '정의'는 어디쯤 있는 것인가?

이두헌 본사 주필
전두환 뻔뻔함 '비호세력' 때문
진상위, 전씨 죄상 낱낱이 밝혀야

2019년 11월 17일(일) 18:55
"광주 하고 내 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 "나는 광주학살 모른다"

광주 5·18 학살 책임에 대해 한 말씀해주시라는 임한솔 정의당 부대표(서대문구 의원)의 질문에 전두환이 내뱉은 말이다.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어 법원 출석도 못한다는 전두환이 국민 혈세로 경호까지 받으며 골프 치면서 천연덕스럽게 내뱉은 말이 이것이다. 법과 상식이 지배하는 법치국가에서 수많은 국민을 살상하고도 처벌은커녕 당당히 고개 쳐들고 골프 치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천억원이 넘는 추징금과 고액세금을 체납하고도 거리낌 없이 살 수 있는 나라가 또 우리나라다. 전씨를 8개월 동안 추적해 이날 골프 현장을 포착한 임 부대표는 전씨가 알츠하미어 환자로 보기엔 너무나 활기차고 의사 표현이 명확했다고 말했다. "드라이버 샷은 호쾌했고, 아이언 샷은 정교 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알츠하이머는 국민 눈 속임을 위한 '사기극'이라는 얘기다. 역시 전씨는 지난 11일 광주에서 있은 고 조비오신부 사자명예훼손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핑계를 대며 법원으로부터 불출석 허가를 받아 냈기 때문이다.

치매 환자라며 재판에는 출석하지 않는 그가 멀쩡히 골프 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전두환을 구속하라'는 국민여론이 들끓고 있다. 전씨집 앞에는 5·18단체 회원을 비롯 시민단체 회원들이 몰려가 '전두환 구속수사'를 외치며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 그러나 시위대를 막아서는 것도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경찰이요, 전씨를 경호 하는 것도 역시 경찰이었다. 이 대목에서 묻지 않을 수가 없다. 감옥에서 평생을 살아도 시원치 않을 전씨는 왜 그리도 당당할까? 이 나라는 또 전씨와 같은 범죄자에게 왜 그리도 관대할까? 이 나라에 정의는 정말 살아 있는 것일까? 가슴을 저미는 답답함에 그저 숨이 막힌다. 간혹 우리는 정의의 정당성을 얘기하곤 한다. '시간의 문제 일뿐 정의는 반드시 불의를 이긴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역사를 돌이켜 보면 정당성만 내세우는 '힘없는 정의'는 비열하고 '교활한 불의' 앞에 가차 없이 무릎 꿇는 참담함을 수없이 보아 왔다. 행동함을 주저하는 정의는 행동하는 불의 앞에 적수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두환이 오늘날 저리도 뻔뻔한 것은 그의 범죄행위가 낱낱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그와 정서적 궤를 같이 하는 비호세력이 엄존하기 때문이다. 5·18진상규명을 40년 동안 가로막고, 전씨 경호 관련법 개정을 국회에서 발목 잡는 세력이 여전히 그를 비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길은 5·18당시 전씨의 죄상을 낱낱이 드러내 그 죄과를 받게 하는 것이다.

조사위원 추천을 이유 없이 미루며 5·18진상규명위원회 출범을 가로막던 자유한국당이 마지못해 조사위원을 추천했다. 이종협 예비역 소장과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다. 차기환 전 수원지법 판사는 그대로다. 이동욱 전 기자는 5·18을 왜곡하고 폄훼한 전력이 있어 청와대에 의해 거부된 인물이다. 5·18단체는 그럼에도 불구 이들의 조사위원 추천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진상위 출범이 그만큼 시급하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한 청와대의 인사검증은 최대한 신속히 이뤄질 전망이다. 이들이 청와대 인사검증을 통과하면 조사위원으로 임명되고, '5·18진상조사위원회'가 출범하게 된다.

5·18 40주년을 앞두고 진상규명위의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진상조사위는 우선 국방부, 국가기록원, 국가정보원, 기무사 등 정부기관이 가지고 있는 비밀문건 등을 열람, 5·18당시의 진실을 확인해야 한다. 이를 통해 그사이 어둠 속에 가려진 전두환과 그 일당의 죄상을 낱낱이 규명 해 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지난 40여년 앓아온 이 답답한 체증을 해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사이 전두환 등을 비호해온 자유한국당의 환골탈태가 있어야 하지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유한국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하며, 5·18진상조사위의 조속한 출범과 진실에 근거한 활동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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