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재해석, 새로운 전통을 만들다<3>전남도립국악단 춤·극 ‘심청’

춤극 심청 5장 ‘네 눈은 나의 눈’. /전남도립국악단 제공

[ 전남매일=광주 ] 이연수 기자 = “그래 나 또한 앞으로 걸어가야겠지. 당신들은 잊었을지 모르나, 나는 이 길의 끝에서 언젠가는 만날 테요. 다시 만날 테요….”

지난 11~12일 남도소리울림터에서 초연한 전남도립국악단의 정기공연 춤·극 ‘심청’의 여운이 아련하다.

유장영 예술감독의 새로운 시도인 이번 작품은 고전 ‘심청’ 이야기를 아주 새로운 현대적 관점으로 재해석해 냈다.

한국무용과 현대무용은 물론이고 연기, 대사, 마임, 소리, 연주 등 다양한 장르와 오브제가 결합된 과감한 컨템포러리로 재탄생시킨 작품으로 도립국악단의 정체성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켰다.

공연 포스터의 서로 마주보는 한글 ‘심청’ 글자는 작품이 고전의 심청이 아니라는 의미를 담았다. 소재는 고전이지만 전혀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시킨 것이다.

공연 시작에 앞서 만난 유장영 예술감독은 “도립국악단 창단 33주년을 맞아 춤극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했다. 전혀 새로운 시도를 해 걱정이 많이 된다”며 “이 작품을 위해 무용부 단원 외에도 창악, 사물부 단원까지 모두 오랜 기간 구슬땀을 흘려왔다. 늘 무대 아래서 연주를 했던 기악부 단원들도 이번엔 무대에 올라 함께 춤추고 연주한다. 그 땀과 열정에 박수를 보내주시면 감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작품에서 시종일관 느껴지는 에너지는 유 감독의 과감한 시도만큼 강렬하다. 도립국악단의 새로운 변신과 시도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춤극 심청은 심청의 비극적 죽음보다는 ‘삶’에 초점을 맞췄다. 심청을 현대로 끌어와 위로하며 상생과 치유의 메시지를 관객에게 전한다.

1~2장에서는 심청의 죽음을 통해 사회 부조리와 위선자들에 의해 강요된 희생을 그렸으며, 3~4장에서는 오늘날 이 땅에서 벌어진 수많은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마지막 5장에서는 죽음과 이별을 떨쳐내고 마침내 미래로 나아가는 심 작가(심봉사)의 힘찬 발걸음을 통해 삶의 무게와 의미를 조명했다.

심봉사가 오늘날 아내와 딸을 잃고 시력을 잃어가며 좌절하는 심 작가로 분화되는 후반부는 신선하다. 우리 사회의 가족애와 사랑, 회복과 치유의 메시지를 전하는 ‘위로의 고전’으로 부활하는 듯 하다.

곽씨부인의 모정이 강조된 것도 특징이다. 심청과 어머니 곽씨부인의 사랑은 관객들의 코끝을 찡하게 한다.

정길만 국립무용단 훈련장의 전통을 변용한 감각적이고 현대적인 안무와 기존 무용극에 창이 이끄는 서사적 구조를 결합한 장르파괴는 고전 ‘심청’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이별의 슬픔을 극복하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진정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방식이라는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춤·극 ‘심청’이 앞으로 도립국악단을 세계무대로 견인할 초석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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