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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협상 첫 사례, 효율적 도시계획 호남대 쌍촌캠퍼스

문범수 광주시 도시재생국장

2019년 08월 20일(화) 18:58
춘추시대 제나라 출신의 천재 병법가이자 전략가인 손무(孫武)가 지은 손자병법(孫子兵法)에는 전승불복(戰勝不復)이란 말이 나온다. '전쟁에서의 승리는 반복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똑같은 방법으로는 승리할 수 없음을 뜻한다. 1차 대전 때 프랑스를 지켜줬던 마지노선(Maginot Line)이 2차 대전 때는 프랑스의 치명적 약점이 됐고, 결국 이 때문에 독일에 침공을 허용한다. 예전에 통하던 방식이 지금도 통하리라는 안일함이 부른 비극이다.

손무는 전승불복이란 명제를 제시하면서 영원히 승자로 남기 위한 비결을 응형무궁(應形無窮)이라고 제시했다. '무한히 변하는 상황(無窮)에 조직의 모습을(形) 변화시켜라(應)'로 해석할 수 있다. 호남대 쌍촌캠퍼스의 사전협상이 성공적일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응형무궁의 자세로 임했기 때문일 것이다.

근대 도시계획은 산업화에 따른 인구집중 등 도시문제 해결을 위해 물리적 계획에 집중돼 왔고, 주로 주거와 공업을 강제로 분리한 용도지역제(Zoning)와 도로·공원 등 기반시설 위주의 물리적 계획이었다. 반면 최근 도시계획은 사회의 다양한 요구와 가치를 반영하기 위해 물리적 계획에서 종합계획의 성격으로 점차 변화됐다.

최근 도시계획 패러다임은 인구감소, 저출산·고령화 등 여건 변화 대응, 일자리 창출, 도시재생, 사람과 공동체 중심의 시민체감형 도시계획, 친환경적인 지속가능한 도시계획, 기후변화 대응, 지역특성을 고려한 다양성 반영과 도시계획의 유연한 운영 등이다.



공공·민간 이해관계 첨예 대립



광주시 도시계획 분야도 대내외 여건 변화와 저성장 시대를 넘어 성숙사회에 부합되는 도시행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구단위계획 수립지침 제정, 상업지역 용도용적제 개선, 광주다운 도시 공간조성, 총괄건축가 제도 시행, 그리고 '도시계획 사전협상' 등을 들 수 있다. 물리적 계획 위주의 도시계획 관성과 그간의 행정주도 계획에서 민간이 참여하고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담을 수 있는 시책들을 개발하고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호남대학교 옛 쌍촌캠퍼스에 대한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을 마무리했다. 이 부지는 6만4,000㎡규모로 지난 2015년 호남대가 광산캠퍼스로 통합 이전된 후 유휴부지로 남아 있던 제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이번 사전협상을 통해 학교시설을 폐지하고 242억원을 공공기여로 제공받은 것이다.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 제도'는 공공이 큰 틀에서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민간이 수립한 개발계획(안)에 대해 공공과 민간이 함께 도시계획, 건축계획 및 공공기여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협의·조정해 공공성 있는 계획(안)을 마련하고, 효율적인 사업 추진을 도모하는 제도다.

이번에 성사된 '쌍촌캠퍼스 사전협상'은 지역사회 발전에 파급 영향이 있는 1만㎡ 이상 학교나 공장 등 유휴토지 또는 대규모 시설 이전부지의 도시계획변경을 민관 사전협상을 통해 공공성 높게 개발하기 위한 것으로 '광주시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 운영지침'을 제도화(2017. 3. 1)한 이후 처음 시도한 것이다.

용도지역 변경이나 도시계획시설 폐지 등 도시계획변경은 토지소유자 노력과는 무관하게 우발적 이익을 취한 반면, 세제·부담금·토지 무상귀속 등 개발이익 환수장치는 미흡했다. 또 우발이익 등 특혜소지로 인해 공공은 적기에 도시계획변경 조치를 취하기 어려워 도시계획을 소극적으로 운영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간 광주시와 성인학원(학교법인) 측은 협상조정 실무·협의회 회의(18회), 건축설계 공모, 도시계획위원회 자문(3회) 등 일련의 협상을 진행했다. 협상과정에서 공공의 주장과 민간의 이해관계는 첨예하게 대립됐다. 우리 시는 공공성 위주 쾌적한 주거환경 조성을 기본방향으로 설정하고, 과도한 기부채납보다는 적절한 개발밀도 및 건축물 디자인 향상을 최우선적으로 요구했고, 민간에서는 공공성보다는 개발이익이 우선이었다.

이해관계 조정역할은 민간전문가가 참여하는 협상조정협의회에서 담당했고, 도시계획위원회 자문을 통해 이해관계 간극을 합리적·전문적으로 좁혀나가는 방식이었다. 실무협상 최대 이견은 개발밀도와 공공기여 규모였다. 민간에서는 지속적으로 용적률 상향을 요구했고, 공공기여 금액이 당초 예상했던 규모 대비 160% 상회함에 따라 협상중단 위기도 있었다. 결국 민간에서 대의적으로 수용함에 따라 협상을 마무리했다.

기부된 공공기여금 활용은 해당 지구단위계획구역 내에서 도로·주차장·어린이공원·경로당 등 기반시설 확충에 37억원 상당을 사용하고, 구역 밖의 장기미집행시설인 운천근린공원과 화정근린공원 조성에 205억원을 투입해 일몰제로 인한 도시공원 실효를 막도록 할 계획이다.



'광주다운 도시' 건설 계기 마련



쌍촌캠퍼스 사전협상은 2017년 협상 기준 마련 후 첫 번째 성공사례로 향후 광주시의 유휴부지와 대규모시설 이전지에 대한 도시계획수립의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다. 앞으로도 민간에서 제안서를 제출할 경우 객관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민·관이 함께 협력적 관계에서 논의와 합의를 거쳐 실효성 있는 도시관리계획 수립으로 지역발전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이번 협상에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 적절한 타협과 양보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 낸 양측이 모두 성공의 당사자들이라 할 수 있다. 민선 7기 시정철학인 '광주다운 도시' 건설을 위한 또 하나의 발전적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협상 주역들 모두에게 무한한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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