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즐겨찾기 추가
닫기
직장인 괴롭힘 금지법 실효성 의문

법규적용 기준 모호·가해자 처벌 규정도 없어
동료들 협조 안해줘 입증자료 확보 어려워

2019년 07월 25일(목) 19:01
직장인 괴롭힘 금지법 실효성 없다

피해 입증·진술 확보 근로자 부담

법적 기준 모호 ·피해자 처벌도 없어



#1. 사무직에 종사하는 A씨는 선배 B씨 괴롭힘에 회사에 출근 하는 게 지옥이다. 본인의 업무를 떠넘기기 일쑤고 기분이 좋지 않을 때면 폭언도 일삼는다. 팀 내에서도 은근한 따돌림도 주도한다. 따로 식사자리를 가지더라도 A씨는 뺀 나머지 부서원만 불렀다. 이 같은 일이 반복되자 A씨는 B씨에게 이의를 제기했다. B씨는 단순히 친목 모임이었을 뿐 공적인 의미는 없다며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진정을 넣기 위해 동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불이익을 우려한 동료들은 사양했다.

#2. 이벤트 회사에 근무하는 C씨는 연애사를 묻는 상사로 인해 괴롭다. 결혼은 언제 할 것인지. 남자친구와 만나면 주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결혼 계획 유무에 대한 사적인 질문들이 쏟아진다. 대답을 회피하면 면박을 줬다. C씨는 정신적인 괴롭힘을 당했다는 판단에 사설 노무사를 찾았지만, 노무사는 현 매뉴얼 기준을 적용한다면 직장내 괴롭힘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직장 내 상하관계를 악용해 고통을 주는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적용기준이 모호한 데다 가해자 처벌규정도 없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처벌을 위해 피해 사실 입증과 주변 진술을 확보해야 하지만 근로자로서는 큰 부담으로 작용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5일 광주 노동청 등에 따르면 올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피해를 봤다는 진정서가 광주·전남 사업장에서 모두 3건이 접수됐다.

첫 사례는 숙박업소 근로자가 제기한 상사의 욕설과 연차 사용에 따른 갈등에 대한 진정이다. 이어 지역 내 예식장 근로자의 퇴사종용과 급여삭감 등에 대한 이의, 광고회사 근로자는 상사의 가혹 행위의 고통을 제보했다. 진정 내용 들은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거나, 조사를 앞 두고 있다.

근로기준법 76조 2조에 따라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법안에 따라 상시 노동자 10인 이상 사업장은 ▲피해자 보호 절차 ▲가해자 징계 조항 등 담을 취업규칙 만들어 노동부 장관에게 신고해야 한다. 이를 위반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과태료 500만 원을 부과할 수 있다.

문제는 괴롭힘의 적용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실제 법안에서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우위를 이용하거나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줬을 경우가 직장내 괴롭힘으로 판단한다. 판단 기준 또한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의 입장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명시돼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어 논란이 될 수 있다.

가해자에 대한 법적 처벌 조항도 없다. 다만 가해자 징계 등에 대해 사업장이 조치하도록 규정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사업장은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해야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직장인들 또한 법안 실효성에 대해 이해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직장인 김은영씨(32·여)는 “현재까지는 회사 차원에서 직장인 갑질 예방에 대한 교육을 받아보지 못했다”면서 “더군다나 피해사실이 있더라도 어느 정도여야 신고가 가능한지 판단이 쉽지 않고 회사에 소속된 입장에서 신고가 가능할지 의문이다”고 우려했다.

신고 후 불이익을 받을 경우 피해자가 입증해야 하는 점도 문제다. 근로자들이 직접 입증자료를 챙겨야 하지만 생계와 직결되는 직장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보니 물증 확보 또한 쉽지만은 않다.

광주지역 노무사는 “근로감독관에게 원칙적으로 조사의 권한과 의무가 있지만 실제로는 근로자들이 직접 입증자료를 챙겨야 하는 문제가 있다 ”면서 “근로감독관에게 원칙적으로 조사의 권한과 의무가 있지만 실제로는 근로자들이 직접 입증자료를 챙겨야 하지만 오히려 생계와 직결되기 때문에 묵인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광주 노동청 관계자는 “개정된 법안은 직장내 괴롭힘을 금지하되 처벌보다 사업장이 자율적으로 예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중점을 뒀다. 법안은 노동 존중 문화의 실현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해자가 피해 신고를 이유로 부당해고를 당했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업장에 대해서는 특별근로감독 통해 엄정 대응을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나라 기자         이나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실시간뉴스

많이 본뉴스

자치

전매인터뷰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