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외야수가 더 편하네요. 이제 내야수 글러브는 버리려고요. 하하하.”

지난 2014년 롯데에 입단한 이창진(28)은 두 차례 트레이드로 KT를 거쳐 KIA에 둥지를 틀었다.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코칭스태프로부터 ‘눈여겨볼 선수’로 낙점받은 그는 특유의 성실함과 발전된 기량으로 올 시즌 주전 외야수를 꿰차고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올 시즌 시작은 ‘백업’이었다. 하지만 해즐베이커가 한국야구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기회가 왔다. 이창진은 지난달 5일 해즐베이커가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자 붙박이 중견수가 됐다. 이창진은 기다렸다는 듯 펄펄 날았다. 수비는 물론 4월에만 타율 0.333을 기록했다.

위기는 스스로 극복중이다. 이달 중순 무렵 다소 부진해지는 듯하면서 스타팅에서도 제외되는 날이 생겼고 17일 한화전에서는 결정적인 실책이 나오기도 했다. 이창진은 부진 탈출을 위해 연습량을 늘리고 집중력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땀은 배신하지 않았다. 이창진은 교체투입됐던 지난 24일 KT전 9회 초 2사1,2루에서 황재균의 안타성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로 잡아내며 이날 경기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만들었다.

이창진은 당시 상황에 대해 “본능적으로 몸이 먼저 날아갔다”며 “팀에 도움이 됐다는 것, 팀 승리에 도움이 됐다는 게 기뻤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 팀에 도움이 못 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좋지 않았는데 다행히 도움이 됐다”면서 “지난주 한화전 실책도 있었고, 사인 미스도 있었고 제가 많이 부족했다. 경기에 나갈수록 많이 부족하다, 아직 멀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돌아봤다.

친정 KT를 상대해서 잘하려 했다는 마음가짐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창진은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집중했고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타격감이 안 좋아서 팀을 위해 경기에서 빠지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빨리 감을 찾아 한 경기라도 승리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코치님들과 많은 대화를 통해서 타격폼을 수정하고 있다. 타격감이 좋지 않을 때는 연습량을 늘린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연습을 많이 하려고 한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고 밝혔다.

잠시 부진했던 타격감은 회복세다. 이창진은 26일 KT전에서 시즌 2호 홈런을 포함해 4타수3안타1타점4득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타율 0.294가 됐다.

그는 “한화전에서 실수한 뒤 마음고생을 조금 했는데 금요일 슬라이딩 캐치에 성공하면서 자신감을 다시 찾은 것 같다.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 주전 외야수 된 것 아니냐’는 말에 “아직 아니다”라고 손사래를 친 이창진은 “흔들리지 않는 모습으로 한 시즌을 마치고 싶다”고 했다.

/최진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