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핵심거점이 505보안부대였다. 광주 서구 쌍촌동에 남아 있는 옛터에 대한 보존과 활용방안을 두고 논의가 시작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505보안부대 옛터는 원형 그대로 보존돼야 한다.

80년 당시 이곳으로 끌려가 고문을 당했던 피해자들은 한목소리를 냈다. 지난 20일 5·18기념재단 주최로 열린 긴급 토론회에서 이들은 보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들은 보안부대 얘기만 들으면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한다. 얼마나 고초를 겪었으면 지금도 트라우마에 시달릴까 생각하니 마음 한구석이 아려온다.

피해자들은 인근 거리를 지날 때면 고개를 돌릴 정도다. 그러나 서대문형무소에서 일제 강점기 행해진 고문 모습이 재연돼 독립운동가들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것처럼 505보안부대도 여과없이 보여줄 필요는 있다. 80년 당시 끌려온 시민들이 물고문을 받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지하공간도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다.

이 공간은 역사적 의미도 크다. 5·18을 폭동으로 몰아간 신군부 음모가 시작된 곳이다. 505보안부대의 실체를 보여줄 경우 5·18 진실규명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건물에 대한 리모델링보다는 종전 모습을 살리는 원형보존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5월 단체 관계자들은 원형이 훼손된 옛 전남도청 사례를 들며 보존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더군다나 505보안부대 옛터는 5·18 진상규명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장소인 만큼 보존의 가치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른 활용방안보다는 5월 정신을 계승하는 장소, 광주 방문객들에겐 ‘다크 투어리즘’ 명소로 거듭나도록 가꿔야 할 일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