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동구청이 특정 소수인원만 ‘시청 전입시험’에 응시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직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뒤늦게 철회하는 촌극을 빚었다.

다행히 시험은 치러졌지만 응시기회조차 박탈하는 어긋난 행정에 직원들의 업무사기는 무참히 꺾였다. 일부 하위직 직원들은 열린행정을 구현한다는 임택 구청장을 겨냥해 ‘불공정 행정이 아닌지 따지고 싶다’고 꼬집었다.

13일 동구에 따르면 광주시는 지난달 말 ‘2019년 상반기 시 전입시험 희망자 추천요청’ 공문을 하달했다. 대상은 7~8급 하위직급으로 직렬은 행정 3명(7급 1명·8급 2명), 시설 4명(토목 7급 1명·8급 2명·건축 8급 1명), 간호 1명(8급) 등 총 8명이다. 자격은 추천일 기준 현 직급경력 1년 이상 5년 이내이며, 추천자 중 필기시험 후 성적우수자 순으로 선발된다.

구는 공문요청에 따라 소속 부서장이 자격요건을 갖춘 직원명단을 확인하고, 인사부서에 추천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구는 지난달 말 전입시험 설명회에서 “모든 직원들에게 기회를 다 줄 수는 없다”며 선별적으로 응시자를 선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전입자 유출로 행정공백이 우려되고, 결원(21명)도 많아 응시자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결국 공문을 띄우고 부서장이 전입희망자 추천명단까지 인사부서에 올려 보냈지만, 알 수 없는 기준으로 응시자격을 부여한다는 것이 구의 입장인 셈이다.

전입희망자들 사이에 응시기회조차 박탈된다는 말이 전해지자, 공정성을 문제로 구청 내부통신망은 후끈 달아올랐다. 특히 특정인을 이미 전입희망자로 낙점했다는 게시글까지 올려졌다.

한 공무원은 게시글에서 “시 전입시험 응시자는 이미 정해져 있는 건가요?”라며 “공문은 뭐고 신청은 왜 받았는지, 그리고 누가 이런 방식을 정한 건지 알고 싶다”고 적시했다.

조회수 559를 기록한 해당 글은 수십여개의 댓글이 달리고, 최종 결정을 내린 임 청장까지 논란에 휩싸여 날선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익명의 댓글에선 “임 청장이 이 사실을 알고 결제를 한 건지 이해할 수 없다”며 “시 전입은 누가 갈지 이미 정해진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고, 전입시험 합격이 아닌 시험응시 기회조차 주지 않는게 과연 올바른 인사행정이냐”고 일갈했다.

구의 그릇된 행정은 전입희망자 모두에게 응시기회를 부여한 타 자치구(서구·남구·북구)와 비교되면서 형평성 문제까지 불거졌다.

주민센터 한 공무원은 “1명이 전입하더라도 시험기회는 균등하게 주어져야 한다”며 “타 자치구는 희망자 모두 응시가 가능하지만 동구는 ‘꼼수행정’으로 업무사기가 무참히 겪였다”고 토로했다.

후폭풍이 거세지자 구는 뒤늦게 전입희망자 모두 시험을 치르도록 했다. 지난 8일 55명이 시험에 응시했고, 결과는 오는 15일 발표될 예정이다.

구 관계자는 “지난해 시와 5개 구청이 협약을 통해 전입문제를 논의했고, 선별적으로 추진하는데 합의점을 도출했다”며 “타 자치구에서 이런 약속을 어기고 전입희망자 모두에게 시험응시 기회를 제공했고, 동구도 뒤늦게마나 모든 응시자에게 시험을 치르도록 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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