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등지의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규제 정책으로 광주·전남지역 비닐제조업체들이 매출급감과 함께 경영난에 시달리면서 고사위기를 맞고 있다.

업체 관계자들은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아무런 대책도 없이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토록 했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일 지역 내 비닐제조업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비닐봉지 사용이 제한되면서 매출이 반토막나거나 반품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정부는 대형마트와 165㎡ 이상 슈퍼마켓에서의 비닐봉지 사용금지를 골자로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을 개정, 이달부터 시행하고 있다. 오는 3월까지 계도기간을 거쳐 단속이 본격화될 경우 소규모 지역업체들의 경우 사실상 폐업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문제는 비닐봉지 사용제한에 따라 영세업체들의 경영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광주에서 18년간 비닐생산업체를 운영하는 조 모씨(58)는 폐업위기에 처해 있다. 중소마트를 대상으로 비닐을 납품해 왔지만, 정부가 일회용 봉투 사용을 제한하면서 반품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조씨는 “비닐봉투 사용이 제한되자 제품판매는 차지하고라도 거래업체들이 비닐봉투 재고를 회수해 달라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면서 “심각한 경영난에 부딪쳐 폐업을 고심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올해부터 직접생산이 아닌 외주제작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직접생산으로는 이젠 인건비조차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면서 “녹말을 활용한 친환경 소재 비닐도 연구하고 있지만, 10원에 거래되던 것이 300~400원으로 단가가 올라가게 돼 사실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씨는 또 “환경문제로 대두되는 일회용품 사용제한에 대한 정부의 취지엔 공감한다”고 전제, “그러나 소규모 업체들도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6개월~1년의 계도기간을 줬으면 좋은데 그렇지 못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일회용 봉투 문제를 들여다보면 사실 마트에 있는 포장비닐과 페트병·과자봉지 등이 더 큰 문제다”면서 “종량제봉투 또한 비닐이다. 정부가 돈을 받고 비닐을 파는 것이다. 영세업자 입장에서는 갑의 횡포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영광에서 22년째 비닐제조업체를 운영하는 박 모씨(55)도 경영난에 봉착했다. 공장의 월평균 비닐봉투 주문량은 200만장에 달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겨우 10만장을 웃돌 정도다. 여기에 이달부터 마트의 비닐사용이 제한되면서 주문량은 10만장에도 못 미치고 있는 상태다.

박씨는 “공장을 운영하며 IMF도 겪었다. 하지만 올해만큼 힘든 건 처음이다”면서 “미·중 무역분쟁으로 최근 미국 바이어들이 한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어 비닐 수출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종업체들이 하나둘 폐업하고 있는 상황이 남의 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달부터 마트납품 비닐은 아예 생산하지 않고 있다. 설 특수도 이젠 옛말이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씨는 “미국은 비닐을 두껍게 제조해 재활용이 가능토록 하고 있다”며 “정부정책에 공감은 하지만 대안을 마련할 시간도 없이 갑작스럽게 시행한 것은 좀 억울하다. 이에 대해 대항할 단체도 없어 벙어리 냉가슴만 앓을 수 밖에 없다”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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