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추석이 되면 가족 단위 관객들이 극장으로 몰리곤 한다. 올해 역시 추석 극장가는 사극과 현대물, 액션과 공포물 등으로 풍성한 상차림이 마련된다. 그동안 추석 연휴에는 '광해, 왕이 된 남자'(1,232만명), '관상'(913만명), '밀정'(750만명)등 사극이 강세를 보였다. 이번 추석 역시 '물괴'와 '안시성', '명당' 등의 사극이 대거 개봉해 그 어느 때 보다 치열한 '사극 3파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판 괴수영화 크리쳐 액션 사극'물괴'

지난 12일 국내 최초 크리쳐 액션 사극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물괴'가 박스오피스 1위로 개봉했다.

이 영화는 중종 22년 백성들을 죽이는 물괴와의 사투를 그린다.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믿을 수 없는 이야기에 허종호 감독의 상상력을 더해 스크린에 옮겨놨다.

그동안 '불멸의 이순신', '조선명탐정', '연가시' 등의 작품에 출연한 배우 김명민은 "이번 영화만큼 액션신이 많은 촬영은 처음이었다"고 전할 만큼 화려한 액션을 자랑한다.

극은 제법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초반에는 살육의 주범을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다가 괴수가 등장하는 중반부터는 추격 액션 장르로 전환해 관객들의 혼을 빼놓는다.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방향성을 잃은 이야기에 이야기가 힘을 잃으며 전체적인 결이 고르지 못한 점이 아쉽다.





장대한 블록버스터 사극 '안시성'

조인성, 남주혁, 박성웅 등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안시성'은 총 제작비 220억 원이 투입된 대작이다.

고구려 때 20만 당나라 대군에 맞서 안시성 성주 양만춘과 5,000명의 군사들이 88일간 싸워 이긴 안시성 전투를 그린다.

40배의 전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안시성 성주 양만춘과 전사들은 당나라에 맞서 싸우기로 결심하며 동아시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승리를 이끈 안시성 전투가 스크린에서 재현된다.

첨단 촬영장비와 대규모 인력을 동원해 구현한 장대한 전투장면이 할리우드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웅장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김광식 감독은 주요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살리기 위해 100권의 서적을 참고하는 등 잊혀진 승리의 역사를 그리려고 다각도로 힘썼다. 그는 "고구려, 특히 '안시성 전투'와 관련된 사료가 부족해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남아 있는 사료를 통해 100% 고증 가능한 부분은 철저하게 고증했다. 그 외의 이야기와 요소들은 영화적 상상력을 더하는 작업을 거쳤고, 이를 연출의 포인트로 삼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역사를 다룬 만큼 관객들의 평도 날카로웠다. 영화 내에서 착용한 갑옷에 대한 찬반 논란도 이어졌다. 네티즌들은 "삼국시대 갑옷이 전부 발견된 마당에 중국풍 갑옷을 입은 건 준비성 부족이다"며 비판하기도 했따.





흥미로운 소재·명품 연기 '명당'

개봉 전부터, '연기의 신' 조승우와 지성의 조합으로 화제를 일으켰던 '명당'도 지난 19일 관객 앞에 섰다.

조선말, 사람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명당 묏자리를 놓고 왕위를 노리는 자와 지키려는 자간의 치열한 쟁탈전을 그린다.

'명당'은 '관상'(2013)과 '궁합'(2018)에 이어 선보이는 역학 3부작의 완결편이다. 풍수지리라는 소재가 중장년층의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는 흥선대원군이 지관의 조언에 따라 2명의 왕이 나오는 묏자리로 아버지 남연군 묘를 이장했다는 실제 역사 기록에 상상력을 덧대 완성한 '팩션사극'이다.

천재지관 박재상 역을 맡은 조승우를 비롯해 흥선역의 지성, 권세가인 장동 김씨 일가 김좌근 역의 백윤식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다양한 인간군상을 진정성 있게 펼쳐냈다. 또, 대한민국 팔도 명당의 모습은 눈길을 사로잡는다.

전반부는 김좌근에게 맞서 박재상과 흥선이 손을 잡는 내용이 중심축을 이룬다. 그러다 뒤로 갈수록 김좌근의 아들과 흥선의 대립이 부각되면서 주인공 박재상의 존재가 힘을 잃는다. 이 때문에 강한 한 방이 없어 카타르시스가 느껴지지 않는다.





현빈의 첫 악역 도전 '협상'

'협상'은 추석 연휴에 선보이는 유일한 현대물이다. 범죄 조직의 무기 밀매업자 민태구(현빈)가 태국에서 한국경찰과 기자를 납치하자, 최고 협상가 하채윤(손예진)이 인질범들을 구하기 위해 피 말리는 협상을 시작한다.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협상'이라는 소재를 다룬 이 영화는 제한된 공간과 시간 속에서 오직 모니터만 사이에 두고 팽팽하게 맞서는 두 사람의 대치 상황을 통해 긴장감과 압도적인 서스펜스를 선사한다.

이종석 감독은 "끝까지 관객을 긴장 속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소재가 필요했다"며 "협상가와 인질범 캐릭터의 대립과 대치가 극을 이끌어가는 가장 큰 틀이자 핵심이라고 판단, 긴장감을 높일 수 있는 실시간 이원촬영 방식을 영화에 도입했다"고 전했다.

포맷 자체는 새롭지 않지만, 모니터를 두고 협상가와 인질범이 펼치는 기 싸움이 제법 긴장감 있게 그려진다. 좀처럼 요구사항을 내놓지 않던 인질범은 서서히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고, 숨은 사연이 공개된다. 부패한 정치인과 기업가, 경찰, 정보기관의 검은 유착 등이 드러나면서 선과 악도 뒤바뀐다. 배우 현빈과 손예진의 첫 만남도 화제다. 특히, 현빈은 생애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연기를 선보인다.





틈새 시장 겨냥한 할리우드 영화

한국영화의 치열한 경쟁 속 틈새를 노리는 할리우드 영화들도 관객사냥에 나선다.

12일 개봉한 '더 프레데터'는 B급 괴수 영화의 대명사 격인 프레데터 시리즈의 네 번째 영화다. 다른 종의 DNA를 이용해 더욱 영리하고 치명적으로 진화한 외계 빌런 '프레데터'의 등장으로 한층 강력한 살육전을 펼친다. 지난 1987년 첫 시리즈 개봉 당시부터 환호를 받았던 인간의 척추를 뽑아내는 액션도 여전하다. 그러나 스토리와 유머, 연기가 다소 부족하다. 청소년관람 불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늦더위를 날려줄 '컨저링'의 스핀오프인 '더 넌'은 2016년 '컨저링2'에서 등장해 궁금증을 자아냈던 수녀 악령을 전면에 내세운다. 제임스완 감독이 창조한 '컨저링 유니버스'의 공포영화 중 가장 무섭다는 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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