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의 전통문화는 '굿'과 '공동체'의 문화였다. 솟대타기, 얼른(마술), 살판, 등의 전문연희를 비롯해 우리의 기쁨과 슬픔을 같이했던 소리와 춤, 그리고 미신으로 내몰려 있는 굿까지 마당과 장터 등 민중들의 삶의 현장에서 그들의 희로애락을 함께 해왔다. 사람들은 서로 광장을 이뤄 흥과 신명을 함께 해 왔지만, 일제 강점기와 산업화 시대를 거치며 수많은 공연 연희들이 사라졌다. (사)전통문화연구회 얼쑤는 사라진 연희를 발전시켜 왔다면 어떤 판이 벌어졌을지에 대한 상상으로 오는 25일과 26일 10번째 광주예술난장 굿판을 벌인다.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광주예술난장 굿판의 굿물은 '도깨비'다. 우리 안에 있는 모순을 뜻하는 도깨비는 이번 축제를 통해 벗어낼 것이 무엇인가를 떠올리게 만든다. 또, 남성을 떠올리게 하는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의 도깨비 이야기와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존재로서 좋고 나쁨을 떠난 도깨비의 다양한 측면을 들여본다.

판마당 축제는 서양과는 다르게 영신-오신-송신이라는 전통축제 방식을 따른다. 영신과 송신에서는 각 진도 도깨비굿과 도깨비 놀음 공연을 통해 개막·폐막식을 진행하고, 오신에서는 타악그룹 얼쑤, 훌, 하땅세, 악단광칠 등 8개의 레지던스 팀을 초청해 다양한 공연을 선보인다. 오신에 참여하는 팀은 도깨비를 주제로 새로운 전통과 실험을 통해 관객과 만나기 위한 창작 공연을 준비 중이다.

또, 축제 공간을 무대에서 마당 중심으로 옮겨, 관객들이 공연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난장 문화의 특징을 보인다.

지난해 진행된 광주예술난장 굿판 '굿마당'

항꾸네마당에서는 관객들이 도깨비로 직접 변신해본다. 도깨비인형극과 동화구연, 더운 날씨를 위해 도깨비풀(물놀이장)을 마련해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게 구성됐다.

유일한 실내 공연 신진마당에서는 광주 2팀과 외부 2팀의 창작 작품을 통해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전통예술의 다양한 매력을 선보인다.

25일 토요일에는 씻김굿을 진행한다. 지난해에는 무명의 5·18 열사들을 위한 굿이었다면 올해는 소안도 항일운동가와 한국전쟁 전후 피해자를 위한 굿을 진행한다. 소안도는 일제강점기 당시, 항일운동이 치열했던 곳으로 69명의 독립운동가와 20명의 독립유공자 등을 배출했다. 잊혀져가는 소안도의 영령들을 초대해 술과 음식, 노래와 춤으로 한을 달래는 '굿판'을 연다.

이날 굿판에는 진금순 무형문화재 신안씻김굿 예능보유자가 함께 한다. 모든 행사가 끝난 후 오후 10시부터 시작되는 씻김굿은 끝나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26일에는 도깨비를 달래기 위한 도깨비고사가 진행된다. 전설에 의하면 영광 우평마을은 400년 전 도깨비가 살던 터였다고 한다. 사람들이 살기 위해 마을에 들어오면 도깨비들과 시비가 생겨 사람들은 도깨비가 원하는대로 제사를 지냈다. 이번 도깨비굿은 400년 동안 이어진 사람과 도깨비 사이의 약속인 셈이다.

이에 앞서 광주예술난장이 조금 더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18일 대인예술야시장에서 소통마당 '도깨비썰전'을 개최한다. 전고필 대인예술야시장 총감독이 사회자로 나서 굿물에 대한 깊이 있는 얘기와 굿판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즐거운 상상을 펼치는 마당으로, 구수한 입담을 자랑하는 도깨비 박사들의 피 튀기는 썰전을 볼 수 있다. 이외에도 타악그룹 얼쑤의 '두두리', 섬진강도깨비마을의 '도깨비 인형극', 창작그룹 판밥의 '깨비야 놀자' 등의 공연도 함께 어우러진다.

한편, 이번에는 사전 예약을 통해 텐트 10동을 대여해준다. 별도의 비 용없이 입장료만으로 즐길 수 있으며, 샤워시설과 조리시설이 다 갖춰져 있다.

김양균 총감독은 "이번 축제의 핵심은 관객들이 자신의 삶을 바꾸는 데 있다"며 "굿판은 머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상에 갇힌 몸을 열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광주예술난장 굿판의 본 행사는 오는 25~26일 대촌전통문화커뮤니티센터에서 오후 3시부터 10시까지 진행된다. 입장료는 각 1일 1만 원.

문의 062-676-3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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