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부부 갈등 클리닉 이 경 숙 시인 |
| 2018년 06월 21일(목) 18: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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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란 좋은 악기를 구입한 것과 같다. 악기를 구입했다고 그것이 곧바로 연주 실력으로 연결되는 건 아니다. 배워야 하는 기나긴 과정이 남아 있다. 연습은 주로 언제 어디서 할지, 어떤 계통의 음악을 공부할지를 선택해야 한다. 레슨을 갈 때마다 틀린 부분을 지적받아 고쳐야 한다.
젊은 부부가 상담자와 마주보고 한 대화 내용이다. 부인이 상담자에게 약간 격한 말투로 던졌다.
"이렇게 편파적이면 저는 더 상담 받지 않겠어요. 왜 선생님은 저만 문제라고 말씀하나요? 저 사람도 문제 많다고요. 아니 전적으로 저 사람 문제예요. 그런데 저 사람 문제는 말씀 안 하시고 저만 문제라고 하시면 형평에 어긋나는 것 아닙니까? 적어도 상담자는 중립을 지켜 잘 들어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제가 부부 상담을 온 게 잘못인지 선생님을 선택한 게 잘못인지 어쨌든 후회막급입니다. 어쨌든 오늘 시간 내내 수고해 주셨으니 거기에 대해 대가는 지급하고 가겠습니다."
결혼 3년 차 부부의 상담이 진행 중인데 여자가 발끈 화를 내면서 일어섰다. 이미 1시간 반이 훌쩍 지난 시점이라 그 정도의 시간이면 기본적인 상황 파악과 최소한의 공감 과정이 진행되었다는 뜻이고, 그다음 단계인 문제의 분석과 해결 방안을 모색할 때였다. 문제란 것도 둘만의 문제가 아니라 결혼하고 나면 어느 부부에게나 생겨나는 갈등, 갈등이라기보다 오해나 남자와 여자에 대한 기초 지식의 부족으로 생긴 충돌 뿐이었다.
대부분 부부는 그런 몇 가지를 말해 주면 놀라면서도 신기해한다. 그러면서 관련된 책과 몇 가지 지침들을 통해서 서로를 이해해 가기 시작한다. 그녀에게는 그 중 한 가지만 알려 줬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왜 나만 갖고 그래요?"라고 반응하는 것을 '피해자 증후군'이라고 한다. 피해자 증후군이란 최근 초등학교와 유치원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는 현상이다. 너무 귀하게만 자라서 대접만 받았을 뿐 자기가 어떤 의무를 이행하는 것에 대해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거나 부모로부터 요구받은 적이 없는 아이들에게서 나타난다.
요즘 다들 귀한 자녀들이라 유치원이든 학교든 아이들은 왕자, 공주인데 비해 교사는 천한 종이 되어 버렸다. 피해자 증후군을 가진 사람의 마음엔 잘못에 대한 개념이 없다. 잘못에 대한 심리학 용어인 죄책감이란 개념은 추상적 개념으로서 어느 정도의 의식 수준에 올라야 형성된다. 그 수준에 이르면 자신의 잘못을 수용하고 행동을 고친다. 나아가 다른 사람의 잘못을 보고 자신의 잘못을 고친다.
결혼해서 출산까지 한 부모가 되었음에도 자신에게서 어떤 잘못을 찾아내지 못하거나, 남들의 조언을 지적이나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영아기에 고착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상담자를 통해 자신의 억울함이 얼마나 정당한지를 확인받고자 하며, 상담자가 자기 배우자를 단번에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고쳐 주기를 원한다.
그래서 아무한테나 갈 수 없고 이른바 잘나가는 사람 즉, 방송에 나오는 사람이나 유명하다고 소문난 사람만 고집한다. 그러다 자기의 뜻과 맞지 않으면 상담자 또한 '천한 것'의 부류에 포함시킨다.
결혼하고 3년간 가장 많이 싸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남녀가 맞추어 가는 과정에 그런 갈등이야 당연하다. 그건 갈등이 아니라 조율 과정이다. 오케스트라 연주회에 가면 처음 들어야 하는 소리는 아름다운 음악이 아니라 줄을 맞추느라 낑낑 울려 대는 소음이다.
잠시 쉬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그런 소리가 들리는데 음이 틀린 상태로는 연주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연주자는 수시로 음을 맞춘다. 사실, 결혼이란 좋은 악기를 구입한 것과 같다. 악기를 구입했다고 그것이 곧바로 연주 실력으로 연결되는 건 아니다. 배워야 하는 기나긴 과정이 남아 있다.
부부 갈등 설문에서 여자가 적어 놓은 모든 불만은 자신의 수준 미달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을 뿐이었다.
아기를 낳아 양육하는 과정에서 왜 나만 고생하고 밤잠 못자고 애쓰고 있냐는 것이었다. 남편이 도와주고 있는 항목들을 들어 보면, 보통의 남자보다 몇 배나 자상하고 친절하고 가사일 도와주는 것도 몇 배나 잘하는 남자였음에도 여자는 불평만 가득했다.
남편은 꽤 좋은 악기였음에도 다루는 사람이 연습을 안했으니 연주는 고사하고 기본 음계조차 파악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2년전 겨울에 딸이 연주하던 첼로악기 목이 부러지는 일도 있었다. 공연 중 잠깐 휴식 시간이었는데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에 악기 목이 부러져 있었다.
악기는 계속 사용해야 했기에 당시 고무줄로 묶어 응급 처치 후 연주했고 집에 와서 전문 수리 센터에 의뢰했다.
결혼도 똑같다. 고장이 날 수도 있고 사고가 날 수도 있지만 고쳐서 사용하는 거다. 그럼에도 좋은 소리를 내는 악기처럼 부부관계도 그렇다.
젊은 부부가 상담자와 마주보고 한 대화 내용이다. 부인이 상담자에게 약간 격한 말투로 던졌다.
"이렇게 편파적이면 저는 더 상담 받지 않겠어요. 왜 선생님은 저만 문제라고 말씀하나요? 저 사람도 문제 많다고요. 아니 전적으로 저 사람 문제예요. 그런데 저 사람 문제는 말씀 안 하시고 저만 문제라고 하시면 형평에 어긋나는 것 아닙니까? 적어도 상담자는 중립을 지켜 잘 들어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제가 부부 상담을 온 게 잘못인지 선생님을 선택한 게 잘못인지 어쨌든 후회막급입니다. 어쨌든 오늘 시간 내내 수고해 주셨으니 거기에 대해 대가는 지급하고 가겠습니다."
결혼 3년 차 부부의 상담이 진행 중인데 여자가 발끈 화를 내면서 일어섰다. 이미 1시간 반이 훌쩍 지난 시점이라 그 정도의 시간이면 기본적인 상황 파악과 최소한의 공감 과정이 진행되었다는 뜻이고, 그다음 단계인 문제의 분석과 해결 방안을 모색할 때였다. 문제란 것도 둘만의 문제가 아니라 결혼하고 나면 어느 부부에게나 생겨나는 갈등, 갈등이라기보다 오해나 남자와 여자에 대한 기초 지식의 부족으로 생긴 충돌 뿐이었다.
대부분 부부는 그런 몇 가지를 말해 주면 놀라면서도 신기해한다. 그러면서 관련된 책과 몇 가지 지침들을 통해서 서로를 이해해 가기 시작한다. 그녀에게는 그 중 한 가지만 알려 줬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왜 나만 갖고 그래요?"라고 반응하는 것을 '피해자 증후군'이라고 한다. 피해자 증후군이란 최근 초등학교와 유치원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는 현상이다. 너무 귀하게만 자라서 대접만 받았을 뿐 자기가 어떤 의무를 이행하는 것에 대해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거나 부모로부터 요구받은 적이 없는 아이들에게서 나타난다.
요즘 다들 귀한 자녀들이라 유치원이든 학교든 아이들은 왕자, 공주인데 비해 교사는 천한 종이 되어 버렸다. 피해자 증후군을 가진 사람의 마음엔 잘못에 대한 개념이 없다. 잘못에 대한 심리학 용어인 죄책감이란 개념은 추상적 개념으로서 어느 정도의 의식 수준에 올라야 형성된다. 그 수준에 이르면 자신의 잘못을 수용하고 행동을 고친다. 나아가 다른 사람의 잘못을 보고 자신의 잘못을 고친다.
결혼해서 출산까지 한 부모가 되었음에도 자신에게서 어떤 잘못을 찾아내지 못하거나, 남들의 조언을 지적이나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영아기에 고착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상담자를 통해 자신의 억울함이 얼마나 정당한지를 확인받고자 하며, 상담자가 자기 배우자를 단번에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고쳐 주기를 원한다.
그래서 아무한테나 갈 수 없고 이른바 잘나가는 사람 즉, 방송에 나오는 사람이나 유명하다고 소문난 사람만 고집한다. 그러다 자기의 뜻과 맞지 않으면 상담자 또한 '천한 것'의 부류에 포함시킨다.
결혼하고 3년간 가장 많이 싸운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남녀가 맞추어 가는 과정에 그런 갈등이야 당연하다. 그건 갈등이 아니라 조율 과정이다. 오케스트라 연주회에 가면 처음 들어야 하는 소리는 아름다운 음악이 아니라 줄을 맞추느라 낑낑 울려 대는 소음이다.
잠시 쉬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그런 소리가 들리는데 음이 틀린 상태로는 연주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연주자는 수시로 음을 맞춘다. 사실, 결혼이란 좋은 악기를 구입한 것과 같다. 악기를 구입했다고 그것이 곧바로 연주 실력으로 연결되는 건 아니다. 배워야 하는 기나긴 과정이 남아 있다.
부부 갈등 설문에서 여자가 적어 놓은 모든 불만은 자신의 수준 미달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을 뿐이었다.
아기를 낳아 양육하는 과정에서 왜 나만 고생하고 밤잠 못자고 애쓰고 있냐는 것이었다. 남편이 도와주고 있는 항목들을 들어 보면, 보통의 남자보다 몇 배나 자상하고 친절하고 가사일 도와주는 것도 몇 배나 잘하는 남자였음에도 여자는 불평만 가득했다.
남편은 꽤 좋은 악기였음에도 다루는 사람이 연습을 안했으니 연주는 고사하고 기본 음계조차 파악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2년전 겨울에 딸이 연주하던 첼로악기 목이 부러지는 일도 있었다. 공연 중 잠깐 휴식 시간이었는데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에 악기 목이 부러져 있었다.
악기는 계속 사용해야 했기에 당시 고무줄로 묶어 응급 처치 후 연주했고 집에 와서 전문 수리 센터에 의뢰했다.
결혼도 똑같다. 고장이 날 수도 있고 사고가 날 수도 있지만 고쳐서 사용하는 거다. 그럼에도 좋은 소리를 내는 악기처럼 부부관계도 그렇다.
등록일 : 2015년 1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