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초순경,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하신 어르신께서 말끔한 차림으로 남구청을 방문한 적이 있다. '2017년 전문 경비원 양성과정 교육생 선발' 면접을 보기 위해서였다.
어르신은 왜 경비원 교육을 받고자 하는지 그 이유를 묻는 면접관의 질문에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경제적으로 힘드니까 내 스스로 일자리를 구해야만 하는 딱한 상황까지 내몰리게 돼 면접장까지 발걸음을 하게 된 것이다.
이번 전문 경비원 양성과정 교육생 선발 면접 과정에서는 중장년층 대다수 구직자들이 빌딩 경비를 원했다.
아파트 경비의 경우 업무량도 많지만 무엇보다 입주민과 실랑이를 벌일 일도 제법 있을 것 같아서 꺼려진다는 게 그 이유였다.
구직난의 세태 속에서도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처우 문제와 인식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아파트 경비 업무가 기피 업종이 돼 버린 것이다.
물론 일부이겠지만 언론보도 되었던 현실은 이렇다. 한밤 중 만취한 입주민에게 막말을 듣는가 하면 툭하면 삿대질에 욕설까지 인격적인 모독도 다반사다. 우리 사회에서 아파트 경비원은 아파트 입주민에게 아주 하찮은 존재로 대우받고 있다.
아파트내 방범, 분리수거, 청소, 택배관리, 주차관리등 피로도 높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나면 비좁은 곳에서 지친 몸을 쉬어야 하고, 끼니를 때울 때도 변기 악취와 싸워야 하며, 찌는듯한 더위에도 전기요금을 이유로 멀쩡한 경비실의 에어컨을 밀봉하는 주민들도 있다고 한다.
이 분야에 종사하는 대다수가 60세 이상의 노년층이라, 아파트 경비원 일마저 못하게 되면 딱히 오갈 곳이 없는 이들이 대부분 이다.
결국 아파트 경비원은 과중한 업무에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노년에 겨우 얻은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워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며 부당 해고를 당하면서도 충분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문제도 늘상 있어왔다.
다행인 점은 아파트 경비원 처우 개선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면서 이들에 대한 처우 개선의 인식이 부족한 이들을 성토하는 여론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광주는 대표적인 아파트 도시이다.
통계청의 2016년도 조사에 따르면 전체 주택의 약 49만5,000호 가운데 38만5,000호가 아파트이다. 전체 주택의 약 78% 가량을 아파트가 차지하고 있다.
아파트의 비중이 증가하면서 남구에서는 관내 아파트 경비원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다각적인 고민과 노력 끝에 지난 7월 '공동주택 경비원 근무환경 개선 추진 계획'을 수립·시행해 오고 있다.
우선 경비원의 고용 안정을 위해 공동주택 경비용역 표준 계약 서안을 만들고,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행정을 펼치고 있다.
또 용역회사를 통한 간접고용으로 발생되는 고용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해 표준 계약서상에 1~2년 단위의 근로기간을 계약서에 명시하고, 향후 용역업체가 변경되더라도 경비원의 고용 승계를 보장토록 권장하고 있다.
아파트 경비원은 입주민과 함께 생활하는 아파트 공동체 구성원이다. 이들 역시 한 가정의 가장이고, 누군가의 아버지이며, 이웃집의 아저씨이기도 하다. 그래서 남이 될 수 없는 사이인 것이며, 갑과 을의 관계 역시 존재해서도 안 되는 구조이다.

/장 명 훈 광주시 남구 건축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