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버스의 졸음운전으로 인명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졸음운전으로 인한 대형버스의 교통사고는 사실 이미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 하루 최대 18시간에 달하는 살인적인 근무여건만 보더라도 졸지 않고 운전을 한다는 게 오히려 불가능해 보인다.
기사들도 근로조건을 개선해달라며 오래전부터 목소리를 높여왔지만 영세한 운수업체들은 인력난을 이유로 무리한 운행을 강요해왔다.
정부가 뒤늦게 지난 2월 여객운수사업법을 개정, 버스 운전자의 휴게시간을 준수하도록 했지만 대다수 운수업체들은 법령 자체를 무시하고 있다.
사실 여객운수사업법 자체도 촘촘하지 못하다. 근로시간을 8시간으로 정해 놓고, 노사합의시 추가근무시간을 무한정 늘릴 수 있도록 한 것은 법의 맹점이라고 봐야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대형버스들의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잇따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행정기관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운수업체의 영세성과 인력부족 등 여건을 감안하면 행정기관은 개정된 여객운수사업법에 따라 운전기사들이 제대로된 휴식시간을 보장받고 있는지 운행일지 등 관련기록을 꼼꼼하게 챙기는게 맞다.
하지만 행정기관 역시 인력난을 이유로 이런 적극적인 관리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이런 시스템을 볼때 최근 영동고속도로 강원 평창 부근에서 발생한 관광버스 사고는 예견된 참사였다.
최근 대형버스를 비롯해 운수업체에 취업하려는 젊은 사람들은 거의 없다고 한다. 이로 인해 대형 차량을 운전하는 기사들의 연령대도 50대 후반에서 60대로 점점 고령화돼 가고 있는 추세다.
고령의 운전기사들은 돌발적인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하기가 쉽지 않고, 젊은 사람들처럼 체력이 뒷받침해주지 않는 이상 살인적인 근무시간을 감당하기에도 벅찰 것이다.
대형버스들의 위험한 질주를 멈추기 위해서는 이런 운전기사들의 근무여건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
노사합의 여부를 떠나 일정시간 근무 후 무조건 휴식시간을 갖도록 관련 법규를 다시 개정하고, 이런 의무휴식시간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운행일지 검토 등 운수업체에 대한 관리도 강화해야 한다.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관련 법규를 어기다 사고를 일으킬 경우 엄하게 처벌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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