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차 ‘맏형’ 필 광주생활 도우미 자처
자전거 타고 출퇴근 볼링으로 취미생활


“셋이 모여 앉기만 하면 한 시간씩 얘기를 하는데 무슨 얘기를 하는지 신나해요. 사이가 굉장히 좋아요.”
브렛 필(32), 헥터 노에시(29), 지크 스프루일(27), KIA 타이거즈의 외국인 선수들이 한국생활 적응이 순조로운데다 팀 동료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리면서 선수단과 코칭스태프 내에서 칭찬이 자자하다. “착해도 너무 착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특히 헥터는 도미니카 출신 선수들이 일반적으로 갖는 ‘나홀로’ 스타일이 아닌, 팀에 녹아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역시 메이저 경험 있는 선수는 다르다’는 평도 받고 있다.
14일 KIA 관계자에 따르면 외국인선수들간 사이가 안 좋을 수 있다는 우려와 달리 3명 선수들이 사이가 매우 좋다. 식사시간 내내 ‘수다쟁이’가 되는가 하면, 휴식시간에는 함께 모여 볼링, 쇼핑 등 취미생활도 즐긴다. 아직까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자전거를 구입해 함께 집과 경기장을 오가기 시작했다.
헥터는 최근 동생인 루이스 노에시(26)가 광주에 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21살때까지 야구를 했다는 루이스는 헥터의 새로운 팀에 대한 궁금증 해결과 형의 안정적인 적응을 위해 광주를 찾았다. 미국 비자를 받기 힘들어 유럽을 통해 한국까지 오는 긴 여정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크는 ‘김치광’이라 소문이 났다. “원래부터 김치를 좋아했다”는 그는 식사 때마다 김치를 수북이 쌓아놓고 먹어 스태프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한국음식 적응에는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한국생활 3년차인 필은 새롭게 팀에 합류한 헥터와 지크의 팀내 적응과 광주생활을 돕고 있다. 팀내 통역담당 직원 역시 광주 생활이 처음이라 헥터와 지크에게 필요한 조언은 필이 전적으로 맡고 있다. 최근 팀 훈련을 하며 헥터와 지크가 집 근처 이마트를 다녀왔다고 말하자 필은 친절하게(?) 백화점과 지하통로가 연결돼 있다며 그곳을 통해 가면 영화관과 식당가가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헥터와 지크는 가족들을 광주로 데려오지 않을 계획이지만 필은 가족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첫째딸을 광주에서 출산하고 돌잔치까지 열었던 필은 오는 5월 둘째를 만나게 된다. 필의 첫째딸 출산을 도왔던 KIA 직원이 이번에도 출산도우미로 나설 예정이다.
KIA 관계자는 “외국인 선수들이 너무 착하고 서로 스스럼없이 잘 어울린다”며 “특히 헥터는 왜 메이저리그에 있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예의도 바르고 매사에 바른 생활을 한다”고 말했다. 예전에 어센시오나 구톰슨 등의 선수들이 팀 내 동료들과 선을 긋거나 용병들끼리 사이가 좋지 않아 곤란을 겪었던 때와는 정반대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선수들사이의 친화력이 성적으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역대 KIA 외국인선수중 동료관계에 있어 최악은 ‘서로 못잡아 먹어서 안달이었던’ 로페즈와 구톰슨으로 꼽힌다. 당시 2명은 질투심에 서로 더 잘하려고 눈에 불을 켰고, 그해 KIA는 최고의 성적을 거두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용병들 사이의 관계가 성적과는 상관이 없다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올 시즌 KIA의 한해농사를 좌우할 필, 헥터, 지크는 시범경기를 통해 서서히 컨디션을 끌어올리며 정규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삼총사’의 친화력과 바른생활이 어떤 결실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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